신도리코 기업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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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살고 싶은 집, 짓고 싶은 집에 대한 디자인 영감과 감성 자극을 위해 세계의 디자인 주택들을 소개하는 네이버 파워 블로그 ‘아름다운 주택 이야기’ 운영자 ‘즐건마암’입니다.


예술가들에게는 흔히 ‘뮤즈’라고 불리며 창작물 제작에 영감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건축가들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오늘은 독특한 음악에 영감을 받아 건축물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킨 콘크리트 구조물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음악과 건축의 독특한 만남, 그리고 투박하고 거칠게만 느껴졌던 콘크리트 건축물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감상해보세요. 





콘크리트 건축과 미니멀 음악의 만남 


세로로 홈이 새겨진 곡면 형태의 콘크리트 주택입니다. 런던 스토크뉴잉턴(Stoke Newington)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주택은 건축가와 작곡가 사이의 독특한 협업을 통해 진행된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반복적인 피아노 연주곡으로 쉬지 않고 연주해도 18시간 이상이 걸린다는 에릭 사티(Eric Satie)의 ‘벡사시옹’(Vexations)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과 디자인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건물은 맨 위층에 거실이 있는 3층 규모의 주거∙작업실 주택으로, 유리 지붕 파빌리온을 통해 오를 수 있는 옥상 테라스가 딸려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이 열린 팔라초 모라(Palazzo Mora, 베니스에 위치한 미술관)에 건축물과 소리가 함께 전시 되기도 했습니다. 음악은 건물 안과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형태로 재생됩니다.



건축물에 영감을 준 음악, '벡사시옹' 


‘벡사시옹’은 어린아이같이 순수하면서도 기존의 아카데미즘에 반발하며 개성 있는 음악을 추구했던 프랑스의 작곡가 에릭 사티가 만든 피아노 연주곡입니다. ‘벡사시옹’의 악보는 1925년 사티가 사망한 이후, 그의 피아노 뒤에서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마딧줄도 없고 박자 표시도 없이 4분 음표 13개로 이루어진 미니멀 음악 '벡사시옹' 악보에는 ‘840번 반복하여 매우 느리게 연주하라’는가 하면, ‘미리 준비를 하고 절대적인 침묵 속에서 미동도 없이 연주하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고 합니다.


연주 시간이 최소한 18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곡이 연주된 경우가 드물고, 전곡 연주를 끝까지 들어본 사람은 앤디 워홀 뿐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 악보 (출처: 위키미디어)



"6시간이 지나면 고통이 시작됩니다. 12시간이 지나면 미쳐가기 시작하고, 20시간이 지나면 지옥을 경험하게 됩니다." ‘벡사시옹’을 연주한 경험이 있는 피아니스트 니콜라스 호르바스(Nicolas Horvath)의 말입니다. 


또 다른 피아니스트는 595번 반복해서 연주 한 뒤, 더 이상의 연주를 포기하고 말았는데요. 반복해서 연주를 하는 중 이상한 생명체가 악보 속에서 기어 나오는 현상을 목도하였다고 후일담을 전했습니다. 


참고로, 프랑스어 ‘Vexations’은 1. 여성명사 기분을 상하게[화나게] 함, 자존심을 상하게 함, 모욕 (= humiliation) 2. 여성명사 [옛] 괴롭히기, 억압, 학대(=oppression)의 뜻을 가지고 있고, 영어사전에는 vexation 1. 짜증 나게 하기 2. 괴롭히기 3. 신경질남 으로 나와 있습니다.



사운드 아티스트와 건축가의 협업, 'Vex'를 탄생시키다 


건축사무소 챈스 데 실바 아키텍츠(Chance de Silva Architects) 소속의 스티븐 챈스(Stephen Chance)는 이렇게 무지막지한 연주곡을 바비칸(Barbican, 런던의 공연예술극장)에서 듣고 난 후, 북부 런던에 위치한 작은 대지에 지을 주택의 주제로 삼기로 했습니다.


챈스 데 실바 아키텍츠는 개발업자나 주택 조합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을 만큼 작고 평범한 대지에 창의적인 주거∙업무용 건물을 짓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건축사무소입니다. 





115평방미터(약 35평) 규모의 ‘Vex’(벡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건물은 지금까지 그들이 지은 건물 중에서 가장 야심차고 가장 완성도 높게 지은 것이라고 합니다. 건축가 스티븐 챈스와 웬디 데 실바(Wendy de Silva)가 설계자이자 건축주인, 그들의 자체 프로젝트였습니다.


챈스 데 실바 아키텍츠는 그 동안 비주얼 아티스트, 공예가, 연주자 등과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 ‘Vex’의 경우, 설계팀이 사운드 아티스트인 로빈 림바우드(Robin Rimbaud) - 활동명 스캐너(Scanner) - 와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1958년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필립스 파빌리온(Philips Pavilion) 이후, 작곡가와 건축가가 공동으로 작업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일렉트로닉 작곡가인 스캐너가 한 일은 세 파트의 사운드 트랙으로 이루어진 곡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 곡들은 건축 과정에서 샘플링한 사운드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건물은 중심이 서로 맞지 않는 세 개의 골진 콘크리트 드럼이 불규칙하게 쌓여있는 구조입니다. 드럼이 반복되기는 하지만 모양이 다릅니다. 세 개의 드럼이 서로 닮았지만 같지는 않다는 점을 눈 여겨 보아야 합니다.  





바닥이 지면보다 약간 낮은 1층 드럼에는 작업 공간이 배치되었습니다. 





2층 드럼 안에는 두 개의 침실과 욕실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피아노 노빌레’(Piano Nobile, 보통 큰 집의 1층)에 해당하는 맨 위층 드럼은 주방과 거실이 차지하고 있고, 그 위에는 낙엽송 솔대로 가림막을 친 옥상 테라스가 있습니다. 


드럼 뒤쪽으로 돌아 올라가도록 계단을 설치했기 때문에, 각 층의 시작점이나 구조가 모두 다릅니다.





115평방미터 규모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널찍해 보이는 이 건물은 각진 곳이 없도록 평면을 디자인 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배가 되었습니다.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지 않고서는 방향을 종잡을 수도 없습니다.



Vex, 콘크리트의 미학을 극대화하다  


반복하되 같지는 않은 외관을 만들기 위해 설계팀은 건축 재료로 현장 타설 콘크리트를 적용했습니다. 자신들의 창의성과 기지를 발휘하기 위해 일부러 작업하기 까다로운 현장 타설 콘크리트를 선택함으로써 건축주이자 설계자인 자신들 스스로의 요구를 즐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1928년, 콘크리트의 미학에 대해 최초의 영어 서적을 저술한 프란시스 온더동크(Francis Onderdonk)는 “건축가의 능력을 완벽하게 드러내는 재료로 콘크리트만 한 것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콘크리트는 건축가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능력에 의존하게 합니다. 다른 재료와 달리, 건축가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책임지고 현장 깊숙이 관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건축가들이 콘크리트를 고결하고 정직한 재료로 여기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설계팀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처럼 드럼 둘레에 주름이 고르게 형성되도록 의도했습니다. 목조 거푸집 시스템을 개발하여 골강판을 단단하게 고정시킨 뒤 콘크리트를 타설했습니다. 





‘Vex’의 드럼은 원형이 아닌 불규칙한 곡선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모든 거푸집을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해야 했습니다. 드럼 하나의 거푸집을 제작하는 데는 9개월이 걸렸으며, 각 드럼의 모양이 모두 달라 각 층마다 새로운 거푸집을 제작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동반되었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Vex’는 외벽의 주름이 끝없이 이어지면서도 각기 다른 3개의 드럼을 이어 붙여 지루함을 덜었고, 콘크리트 마감재를 사용하여 묵직한 느낌을 주는 한편 촘촘한 세로 형태의 주름들이 경쾌함을 더했습니다.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던 ‘Vex’ 프로젝트는 예술성뿐만 아니라 디자인성과 주거 편의성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나아가 이제는 콘크리트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세계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설계팀(Chance de Silva) & 작곡가 (Scanner) 인터뷰 영상 및 상세정보 



 영상 출처: Chance de Silva 홈페이지 (링크)



Architect: Chance De Silva

Location: Stoke Newington, London, UK

Total Floor Area: 115 m2

Project Year: 2017

Musician/composer: Robin Rimbaud (Scanner)

Principal contractor: TBA Contractors

Structural engineer, energy consultant: Price & Myers

Photos: Hélène Binet


Vex by Chance de Sil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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