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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신도북클럽] 명작의 화려한 귀환! 이유 있는 역주행 도서 BEST 5

 

 

최근 서점가는 일명 ‘악성 재고’의 화려한 변신이 화두입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먼지만 쌓여 있던 옛 명작들이 뒤늦은 흥행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단기 수익을 포기하고 오랜 세월 판권을 유지해온 출판사들을 미소짓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오늘은 블록버스터 영화, OTT 시리즈의 흥행 등으로 인해 화려하게 부활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역주행 도서를 소개하겠습니다.

 


듄 / 프랭크 하버트 / 황금가지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민음사의 장르 문학 전문 자회사인 황금가지가 2001년 판권 계약과 함께 1~18권을 차례로 냈으나 시장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2024년 영화로 개봉되면서 책의 판매량이 급증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서 20년만에 재출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우주 시대 인류 역사가 담긴 《듄》 전집은 사막 행성인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철학, 인종, 종교, 정치, 문화, 역사 등을 모두 담아낸 대하 SF입니다. 총 6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폴 아트레이데스를 주인공으로 하여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황제와 하코넨 가문의 정략적인 함정에 빠져 몰락했다가 폴에 의해 복권되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2부는 전 우주의 왕좌에 올라선 폴과 그의 지배에 억눌렸던 다른 정치 세력들의 새로운 음모를 그리고, 3부는 폴의 자녀인 레토와 가니마를 주인공으로 하여,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권력 투쟁 과정을, 4부에선 수천 년 동안 독재자로 군림하게 된 레토 아트레이데스와 저항 세력의 이야기를, 5부와 6부에선 황제 사후, 베네 게세리트와 명예의 어머니 사이에 벌어지는 치열한 싸움을 다루는 등 수천 년의 우주 역사를 상세히 담아냈습니다.

이 책은 1992년에 웨스트우드의 게임 ‘듄’으로 제작되어 실시간 SF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세계적인 붐을 주도하여 ‘스타크래프트’의 탄생의 단초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리고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HBO 인기작 ‘왕좌의 게임’를 포함하여 영화, 게임, 음악, 소설 등 반세기 동안 수많은 서브컬처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삼체 / 류츠신 / 자음과모음

 

 


류츠신의 《삼체》는 2013년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는데 투자 대비 판매량이 저조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넷플릭스 드라마 공개와 함께 《삼체 1~3권 세트》는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죠.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하며 SF 거장으로 등극한 류츠신의 대표작 《삼체》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 삼체문제》, 《2부 : 암흑의 숲》, 《3부 : 사신의 영생》으로 이어지는 지구의 과거 3부작은, 무수한 위험이 숨어 있는 암흑의 숲과 같은 우주에서 인류가 마주하게 될 운명을 대담한 상상력으로 그려냈습니다.

문화대혁명에서부터 수백 년 후 외계 문명과 인류의 전면전까지로 이어지는 SF 대서사시로 《1부 : 삼체문제》 에서는 지구로부터 4광년 떨어져 있는 삼체 세계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외계 문명과 조우하게 된 인류의 운명을 그려내고 있으며, 《2부 : 암흑의 숲》 에서는 ‘문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확장되지만 우주의 물질 총량은 불변한다.’라는 우주 공리(公理)를 내세우며 ‘암흑의 숲’과 같은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계 문명과의 생존경쟁이 불가피함을 말합니다. 《3부 : 사신의 영생》에서는 외계 문명과의 전면전에서 살아남은 인류가 우주에 존재하는 더 큰 공포와 맞닥뜨리며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이 책은 작가가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며 축적한 과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독자들에게 우주에 관한 초월적인 시야를 선사해요. 1부에서 3부로 이어지는 무한한 상상력은 우주에 대한 본질적인 사고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지적 즐거움을 경험하게 합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 클레이하우스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된 후 독자들의 강한 요청으로 종이책 출간까지 이어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이후 한국은 물론 영국, 미국, 호주, 싱가포르, 브라질 등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기적 같은 이력의 소설입니다. 그리고 배우 오연서와 이수혁을 통해 오디오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동네 서점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속 깊은 인생론을 펼치는 소설입니다. 후미진 골목길에 새로 들어선 평범한 동네 서점. 동네 사람들이 길을 걷다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들어오지만, 어딘가 아파 보이고 우울해 보이는 주인 때문에 곧 발길을 끊게 됩니다. 서점을 연 영주는 실제로 자신이 손님인 듯 어색하게 서점에 들어서고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데요. 그렇게 맥없이 앉아 몇 달을 보냈는데, 어느 순간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고 얼마 후 자신이 꽤 건강해졌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제야 휴남동 서점은 진짜 서점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해요. 반도 채워져 있지 않았던 책장도 채우고 커피를 내릴 바리스타도 채용합니다.

서점다워진 모습으로 변화된 휴남동 서점을 완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휴남동 서점을 한 번 오면 영원히 머무르고 싶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요. 거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들끼리의 우정과 느슨한 연대, 그리고 그들이 주고받는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에 독자를 참여시킵니다. 

이 책은 바쁜 일상에 지치고 소진된 우리에게 잔잔한 위로와 편안한 웃음을 선물합니다. 숨겨 두었던 나의 상처와 마주할 용기를 내게 하고, 과거를 저 멀리 흘려보내고 당당하게 살아갈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인데요.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이 소설은 그 자체만으로 숨통 트이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 프리드리히 니체 / 페이지2

 


 
요즘 자기 계발서 베스트 셀러에 있는 ‘쇼펜하우어’에 대한 관심이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판매량이 높아진 니체 관련 책 중 하나는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입니다. 

이 책은 니체의 대표작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번역본으로 서양철학의 전통을 뿌리째 뒤흔들고, 20세기 이후의 사상적 흐름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혁명적인 사상가 ‘망치를 든 철학자’ 니체의 대표작입니다. 

기존의 엄정한 철학서와는 달리 문학적 설정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은둔자 차라투스트라가 10년 동안 산속에서 고행하며 얻은 깨달음을 전하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자신의 아바타라 할 수 있는 고독한 예언가 차라투스트라의 여정을 통해 니체는 ‘초인’, ‘영원회귀’, ‘권력에의 의지’, ‘신은 죽었다’, ‘운명을 사랑하라’ 등 자신이 일생에 걸쳐 치열하게 사유해온 철학을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로 펼쳐냅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며 신에 의지했던 인간이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주인공, 즉 ‘초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신을 부정한 니체는 두려움과 허무에 시달려야 했고, 극복을 위한 철학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그래서 니체는 가치의 창조자로서 풍부하고 강력한 생(生)을 실현한 자, 즉 ‘초인’을 목표로 제시합니다.

‘상처에 의해 정신이 성장하고 새 힘이 솟는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일생에 걸쳐 심연을 들여다보며 끊임없이 망치를 들고 세상을 향해 그리고 자신을 향해 스스로 의문을 제기해온 니체.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고통을 용감하게 마주하며 단 하나의 순간까지도 온전히 자신에게 충실해 온 그의 삶은 매 순간 자신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에게도 그처럼 고통마저 껴안고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와 위로를 선사합니다.

 


퍼스널 MBA / 조시 카우프만 / 진성북스

 



2014년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된 《퍼스널 MBA》는 저작권자와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어 절판됐던 책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기 시작했고, 중고서점에서도 구하기 힘들어졌는데요. 그 이후 독자들의 재출간 요청이 이어지자 10주년 증보판이 출간되었고 유튜버 염미솔 등의 추천으로 더욱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 도서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퍼스널 MBA》는 수천 권이 넘는 경영 서적을 읽고 수백 명의 경영 전문가를 인터뷰한 필자가 세계 500대 기업에서 근무하고, 1인 기업부터 다국적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체를 컨설팅한 경험을 담아낸 ‘한 권의 MBA’ 도서입니다. 이제 막 직장에 입문한 사회 초년생부터 숙련된 기술자, 기업 임원, 그리고 성공한 기업가까지 모든 계층의 독자들에게 비즈니스의 본질과 그 원리가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찰리 멍거를 비롯한 큰 성공을 거둔 기업가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멘탈모델을 통해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에는 성공적인 경영을 위한 멘탈모델 습득을 돕는 271가지의 현실적인 핵심 개념이 담겨 있는데요. 그리고 독자들의 멘탈모델을 일깨운 뒤에도 사업이 지속되는 한, 참고서로써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출간 후 10년 동안 저자가 주장했듯이 ‘상식, 간단한 산술, 몇 가지 중요한 아이디어, 그리고 원칙에 대한 지식’만으로 얼마든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필자는 현실적인 조언을 통해 독자들도 크고 작은 사업체는 물론, 스스로 삶을 직접 경영하고 개선해 나가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대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다. 다소 늦더라도 그대의 계절이 오면 여느 꽃 못지 않은 화려한 기개를 뽐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고개를 들라. 그대의 계절을 준비하라.’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한 구절처럼 뭐든지 때가 있기 마련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린 책들도 인생과 비슷해 보입니다. 여러분들도 언젠가 활짝 핀 꽃이 되는 그날을 위해 책과 함께 값진 하루를 보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