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연재

[신도리코 건축여행] 제6부, 글로벌 신도리코! <중국 칭다오 1기 공장>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1960년 창립하여 한국 사무기기의 역사를 개척해온 신도리코는 이제 세계적으로 자체 생산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Sindoh’로 자리잡았습니다. 신도리코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큰 동력이 된 곳이 바로 중국 칭다오 공장입니다.



▲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 전경



인천공항에서 서해를 건너 1시간 남짓 지나면 맛배 지붕 형식의 붉은 집들이 가득한 칭다오 시에 도착합니다. 공항에 내려 1시간 가량을 지나면 중국의 명산 다오주산과 샤오쥬산의 정기가 어려 잇는 넓은 평지가 펼쳐집니다. 신도리코의 칭다오 공장은 크고 작은 보석이라 불리는 산의 이름같이 아름다운 건물들 사이에 위치해있습니다.


중국 산동성 칭다오시 기술 개발구에 위치한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은 신도리코의 글로벌 생산 거점입니다. 우석형 회장은 글로벌 생산에 목표를 두고 2003년에 1기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2006년에 2기 공장을 증설하여 현재 총 300,000㎡ 부지에 약 2,000여 명이 근무하는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 고속 레이저 복합기 생산라인



앞으로 총 3부에 걸쳐 중국 칭다오 공장과 중국판매법인의 설립 과정 및 건축의 미학을 여러분께 소개할 예정입니다. 중국 건축여행 시리즈 첫 번째 순서로 칭다오 공장의 탄생 배경을 민현식 건축가의 설명으로 전합니다.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 설립, 처음을 다시 되새기는 마음으로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 설립 프로젝트를 처음 들었을 때, 건축가 루이스 칸이 한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억지로 아름다운 사물을 만드는 일은 비열한 짓이다. 그것은 총체적 논점을 흐리게 하는 최면술과도 같은 일이다. 나는 아름다움이 하룻밤 새에 창조된다고 믿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고대적 처음’과 함께 출발해야 한다. 고대적 처음은 파에스툼과도 같다. 


나에게 파에스툼은 아름답다. 그것은 파르테논보다 덜 아름답기 때문이다. 파에스툼으로부터 파르테논이 나왔기 때문에 그러하다. 파에스툼은 굵고 짧으며, 그것은 확인된, 그리고 섬세한 비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에게 그것은 대단히 아름답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름다운 시간이며 우리는 아직도 그 시간에 살고 있다.”


모든 프로젝트의 ‘처음’은 항상 흥분됩니다. 더군다나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은 저의 첫 해외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더 설레면서도 조심스러움을 넘어 두렵기조차 했습니다.



▲ 칭다오 경제기술개발구에 위치한 신도리코 공장



합리주의를 내세운 20세기의 현대 건축은 전 지구를 하나의 틀로 묶으려는 국제주의적 발상이 주도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지역마다의 민족성, 철학적 전통, 그리고 자연적 풍토성으로 지역적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지역주의 힘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면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 지금의 중국입니다. 거대한 땅과 유구한 문화적 전통의 뿌리를 바탕에 두고 있으며 근래에 자본주의적 개발을 주창하면서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도도한 역사와 복합적 상황에 대한 충분치 못한 나의 식견 그리고 지극히 빈약한 정보가 이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나를 내몰리게 하였음을 고백합니다.



▲ 신도리코 칭다오 1기 공장 전경



중국 공장 터전이 된 칭다오의 첫인상


험난한 근대사를 가지고 있는 칭다오의 물리적 환경을 수 차례 답사하면서, 세 가지 근대사적 지층이 겹쳐서 쌓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에 의해 최초로 도시로서의 골격을 이룬 유럽풍의 도시풍경, 인민혁명을 거치면서 지어진 거대한 주거지역, 그리고 도시화에 의한 조악한 현대적 건물이 그것들입니다. 여기에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집을 또 하나 더하는 것은 그리 만만치 않은 작업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칭다오의 대지는 중국에서 흔히 보아온 기암의 봉우리들과 능선의 발치를 따라 그어진 대로에 면해 있었습니다. 더불어 조림한 완충녹지를 건너 넓게 펼쳐져 있는 얕은 계곡의 땅은 싱싱한 곡물을 기르고 있어 다른 후보지에 비해 한결 풍요롭고 청량해 보였고, 부지의 동측은 전형적인 주택지에 면해 있어 한적하고 조용했습니다.


칭다오는 우석형 회장을 비롯한 신도리코 임직원에게도, 그리고 저에게도 일 순위로 선정된 글로벌 진출 터전이었습니다. 힘들게 발품을 팔고 오랫동안 시간 품을 판 댓가이고,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었습니다.



▲ 칭다오 1기 공장 입



중국 칭다오 공장 1, 탄생하다


이 거대한 땅에 무엇을 어떻게 설계할까 고민하는 것은 정말 즐겁고도 막중한 책임감을 요하는 일이었습니다. 우선 이 땅을 200m 폭으로 크게 삼등분하고, 서측대로 완충녹지에 면한 능선의 발치에 자연이 연장된 숲을 조성해 장래를 위한 묘포장으로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이어진 공간에는 잔디마장을 조성하여 장래의 유보지로 쓸 수 있게 비워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일차 시설의 대지로 쓴다는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이 땅을 녹화시키는 일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면서 설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 잔디마당에서 바라본 칭다오 1기 공장



여기에 수용할 주어진 시설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부품제조부, 부품창고, 조립라인 그리고 완제품창고 등 일련의 생산과정을 수용하는 생산공장이 있으며, 다음으로 이를 지원하기 위한 행정시설 및 복지시설, 그리고 파견 직원들을 위한 숙소가 지어졌습니다.



▲ 단층으로 설계된 칭다오 1기 공장 측면



넓은 대지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생산공장은 단층으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공간모듈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습니다. 칭다오 공장의 공간 배치는 전반적으로 신도리코의 서울과 아산공장 모듈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외국 어디에서도 신도리코를 상징하는 건축물을 짓고 싶다던 우석형 회장의 의지가 십분 반영됐습니다. 칭다오 공장에 수용할 조립라인, 창고의 적재 단위, 구조체의 재료, 시공성, 경제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여12×18m의 최종적인 기본모듈을 결정했습니다.



▲ 부품제조 생산라인



기본 모듈의 반복과 변형으로 이루어진 평면 그리고 그 사이에 주제가 있는 세 개의 마당을 마련했습니다. 행정지원 시설동과 생산공장 사이에 물의 정원, 생산공장 내에 바람의 정원, 그리고 생산공장과 부품 제조부 연결부분에는 돌의 정원을 뒀습니다. 이들은 주변의 자연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 이 세 개의 마당은 주제에 따라 안규철 교수의 조형물을 설치하여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고, 내부 공간에 빛과 바람을 제공할 뿐 아니라, 작업하는 직원들의 일상에 자연과 예술을 가까이 할 수 있게 했습니다.



▲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 <물의 정원>


▲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 <바람의 정원>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 <돌의 정원>



‘붉은 삼곡와로 이루어진 맛배 지붕의 단순한 단위 건물이 반복되고 있는 거대한 집합 주거지들’이 건축물의 외관과 풍경을 결정하는 교과서가 됐습니다. 132×144m에 이르는 거의 하나인 이 거대한 건물에 기본 모듈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각도를 가지는 경사지붕을 만들고 이를 반복시켜 가다가, 남북 양단의 건물은 변형되어 전체가 반복과 차이를 보이면서 통일과 변화를 함께 가지도록 했습니다.




▲ 주변 마을과 조화되는 칭다오 공장



직원들의 숙소인 삼애헌은 능선에서 이어지는 자연 속에 배치해 일터와는 일정 거리를 둘 수 있는 주거생활이 되길 바랐습니다. 또한 정방형의 벽으로 원시적 숲과 주변의 황량함으로부터 보호된 듯한 성채를 둘러치고 그 속에 대각선의 볼륨을 두어 앞뒤에 삼각형의 정돈된 정원을 가지게 했습니다.




▲ 직원 기숙사 <삼애헌>



우석형 회장은 “환경이 좋으면 봉황이 찾아온다”고 말하며 중국 칭다오 공장 건축 전반에 걸쳐 남다른 애정을 보여줬습니다. 살기 좋은 공간, 일하기 좋은 공간을 지향하며 직원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건축을 통한 공간에 대한 투자, 문화에 대한 투자는 곧, 사람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 칭다오 공장의 직원 식당과 물의 정



연간 고속 레이저 프린터 및 복합기150만대, 이미지카트리지 370만개, PCB 450만개의 생산능력을 갖춘 칭다오 공장은 준공을 마치며 기념의 공간도 마련했는데요. “칭다오에 신도의 새로운 역사를 열며” 라는 제목의 기념비의 내용을 살펴보면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의 의미가 남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 칭다오 공장 준공기념비가 위치한 <오각풍 정원> 



 “칭다오에 신도의 새로운 역사를 열며”


신도리코는 21세기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중국의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 설립은 이러한 경영진의 비전과 결단, 임직원의 의지와 열정이 빚어낸 결실이며, 신도리코 반세기 역사에 새 장을 여는 전환점이다. 


2002년 1월, 차이나 프로젝트 그룹이 결성되었고 같은 해 공장 완공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이어진 역사는 샤오쥬산 기슭의 옥수수밭 들판을 종업원 2,500여명, 연간매출 3억 달러 규모의 첨단 산업시설로 변모시켰다. 특히 아름답고 환경친화적인 건축과 조경은 공장 건축의 새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칭다오경제기술개발구의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되었다. 


이에 신도리코는 산둥성 칭다오시 경제기술개발구의 아미산로 1008번지, 바로 이 자리에서 뜨거운 피와 땀으로 이룩한 자랑스런 개척의 역사를 기억하고, 여기 참여한 모든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길이 간직하기 위해 이 기념비를 세우며, 앞날의 더 큰 발전을 기약하고자 한다.


다음 달에는 중국 칭다오 공장 2기 건축 스토리와 함께 칭다오 공장의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정원들을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어지는 중국 칭다오 공장 건축여행에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