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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100년 역사의 시장, 관광지로 변모하다! 홍콩 웨스턴마켓



마천루와 탁 트인 하버 전경, 외국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화려한 야경! 해외여행지로 홍콩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모습인데요. 홍콩은 마치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들처럼 오래된 것은 내리고 새로운 것은 제일 앞에 세워지는 곳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웨스턴마켓의 재생과정은 홍콩이 새로운 것 못지않게 본연의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시장의 개선을 넘어 도시에도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은 홍콩 웨스턴마켓 역사와 재생과정을 만나보겠습니다.





웨스턴마켓, 낡음에서 역사로 재생하다


홍콩 섬 중서구에 위치한 성완 지역은 오래 전부터 상반된 도시의 모습이 공존해온 곳입니다. 낡고 오래 된 구멍가게부터 아찔한 높이를 자랑하는 고층 건물까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완은 홍콩의 과거와 현재가 모두 있는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이 머무는 곳은 100세를 자랑하는 ‘웨스턴 마켓’입니다. 



영국의 에드워드 양식으로 붉은 벽돌과 화강암을 이용해 지어진 웨스턴 마켓 전면



붉은 벽돌과 화강암으로 된 외관으로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영국의 에드워드 양식으로 지어져 건축학적 가치도 높은 웨스턴마켓은 영국 식민지 시절 홍콩 섬의 물류를 담당하던 농수산물 도매 시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와 현대화로 점차 시장의 기능을 잃어갔습니다. 더불어 1989년 시의회가 현대적인 시장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으며 철거 위기에도 놓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이듬해인 1990년, 홍콩 정부가 웨스턴마켓을 법정기념물로 지정하면서 철거 위기를 면하고, 건물의 역사적 가치도 재조명 되었습니다. 이후 현재 도시재생국의 전신인 토지개발공사가 전통문화상가 콘셉트로 웨스턴마켓을 리뉴얼 하였습니다.


또한, 2001년 설립된 도시재생국은 노후도가 상대적으로 심하지만, 홍콩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성완 지역 일대에 ‘성완 재활성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이 사업은 성완 지역 전체가 대상이지만, 특히 웨스턴마켓을 중심으로 주변을 연계 개발하는 ‘성완퐁 사업’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습니다.



오래된 시장, 홍콩의 랜드마크가 되다


도시재생국은 사전작업으로 웨스턴마켓 재생사업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참여자로는 중서구 의회 대표, 중서구 자문위원회, 중앙정부 대표, 관련 전문가, 대중교통기관 관계자, 지역 상인회 대표, 학생 및 관심 있는 일반 시민 등 60여 명이었습니다. 


수렴된 의견과 더 많은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지역 발전 아이디어 공모전’도 개최했습니다. 공모전에는 중•고등학생부터 도시개발 전문가까지 다양한 시민들 이 참가해 지역 개선에 힘을 모았다. 시민들의 의견은 웨스턴마켓을 보존하고 마켓이 위치한 모리슨 스트리트를 정비하는 2가지 의견으로 종합됐고, 이 의견은 실제로 사업에 적극 반영됐습니다. 



리노베이션된 웨스턴마켓 내부의 3층 식당거리의 모습



이후 도시재생국은 ‘텔포드 레크리에이션 클럽’과 계약을 체결해 웨스턴마켓의 모든 수선과 유지•관리 업무를 맡겼습니다. 텔포드 레크리에이션 클럽은 웨스턴마켓을 ‘적응적으로 재사용’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웨스턴마켓의 외관을 그대로 보존해 지역 랜드마크의 역할을 하면서, 내부는 현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하는 것이었습니다. 


홍콩 웨스턴마켓의 외관은 1900년대 초 영국에서 유행하던 고전 양식과 주철로 만들어진 기둥, 타워로 올라가는 화강암 계단 등 당시 뛰어났던 건축구조 기술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성과 기존 양식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내부는 리노베이션해 원래의 모습에서 많은 부분이 변경 되었습니다. 



리노베이션이 완료된 웨스턴마켓의 각 층은 각각의 테마에 맞춰 상점들이 입점해 있다



먼저, 기존의 2개 층을 4개의 층으로 나눴습니다. 천장이 높은 층의 공간을 활용한 것입니다. 새로 추가한 층도 기존 층들과 똑같은 구조와 재질을 사용했고, 각층마다 테마를 달리해 상점을 배치했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유입을 위해 가장 아래층에 빵집과 카페, 꽃가게 등을 배치했으며, 밖에서도 내부가 보이도록 유리문을 설치했습니다. 이로써 시대의 변화로 시장이라는 고유 기능을 잃어가던 웨스턴마켓은 재생을 통해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시장의 재생이 살린 지역 정체성


웨스턴마켓뿐만 아니라 주변 거리도 새롭게 정비했습니다. 웨스턴마켓을 둘러싼 보도부터, 가로등까지 연관된 디자인과 색채로 교체했습니다. 지하철역과 전차역도 마찬가지로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재정비했습니다. 특히 성완퐁 광장은 정비를 통해 활기찬 소통의 장이 되었습니다.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거리공연, 벼룩시장, 축제 등의 이벤트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변정비까지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며 웨스턴마켓의 재생 사업은 지역 재생사업의 성공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성완퐁 사업’의 일환인 주변 정비로 웨스턴마켓과 연관해 리디자인 지하철역 통기관



그리고 그 효과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먼저, 노후도가 심하고 위생 문제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특색을 유지함으로 웨스턴마켓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사회적 네트워크와 역사적 전통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점차 과거 상업중심지의 모습을 잃어가던 성완 지역의 정체성 회복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웨스턴마켓과 재정비된 거리로 지역의 활력을 되찾았고, 관광객들에게 지역 내 다른 장소도 알려지면서 지역경제도 활성화 됐습니다. 이 밖에도 성완 지역 인근의 많은 재개발사업들은 웨스턴마켓의 사례를 보며, 좀 더 완성된 지역 재생사업 계획을 제시하고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성과 기존양식을 최대한 유지하며 리노베이션한 1층 입구



웨스턴마켓이 그저 오래된 시장으로 사라지지 않고 지역의 활기를 돌게 하는 새로운 심장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정부와 기관의 합작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참여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은 그 지역을 터전으로 삼는 시민들의 참여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웨스턴마켓 또한 시민들에게 친숙한 곳이기에 적극적으로 개선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고, 여기에 정부와 기관에 그 의견이 잘 반영돼 재생사업 성공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한 도시의 오래된 랜드마크는 그 명성답게 도시의 분위기를 좌우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래된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홍콩의 웨스턴마켓처럼 순탄치 않은 역사 속에서도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켜온 건물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고 더 오랜 시간 보존되어 도시 분위기 형성에 중심축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