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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소식

[명작 속 숨은 경제학] 광고의 역사와 베블런 효과의 상관관계



광고가 처음 등장한 것은 17세기 무렵입니다. 텍스트와 흑백사진 위주였던 초기의 광고는 프랑스 산업혁명 이후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컬러풀한 광고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형형색색의 광고 포스터는 화려함만으로 소비자의 허영심을 자극한다며 비판 받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광고 포스터가 소비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습니다. 광고 포스터의 등장 이후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거리를 물들인 광고 포스터


17세기 중엽에 등장한 광고의 탄생 목적은 단순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쳤습니다. 때문에 텍스트 위주의 광고가 주를 이루었고 기껏해야 간단한 흑백 광고뿐 이었습니다. 본격적인 광고는 프랑스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19세기에 나타났습니다. 대량생산으로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소비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소비재만큼이나 광고 역시 대거 등장한 것입니다. 



F. Champenois Imprimeur-editeur(1897) │ 알폰스 무하 │ 다색 석판화 │ 73×55cm



때 마침 1866년 프랑스 파리에서 포스터 작가 쥘 세레가 석판 인쇄 공방을 차렸고, 덕분에 선명하고 밝은 색채의 포스터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써 본격적인 광고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예술 작품처럼 화려한 포스터들이 파리 곳곳의 거리를 수놓으면서 일상 속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광고, 일상 속 예술이 되다



Gismonda(1894) │ 알폰스 무하 │ 다색 석판화 │ 216 x 74.2cm



<지스 몽다>는 체코 출신의 유명 삽화가 알폰스 무하가 그린 생애 첫 연극 포스터 입니다. 이 포스터는 기존에 없던 참신한 디자인으로 당시 그가 주로 활동한 프랑스 파리의 대중을 사로잡았습니다. 고풍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비잔틴 양식이 중세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연극과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이 포스터는 야밤에 수집가들이 몰래 뜯어가기도 할 만큼 인기를 누렸습니다. <지스 몽다>로 이름을 알린 무하는 영화는 물론 미술 전시회, 담배, 초콜릿 세제 광고까지 다양한 포스터를 제작했습니다.   



Bieres de la Meuse(1897) │ 알폰스 무하│ 다색 석판화 │ 45 x 25cm



무하의 인기는 아돌프 레온 빌레트의 풍자화 <경건한 오류>에서도 나타납니다. 이 작품에는 한 시골 소녀가 무하의 <뫼즈의 맥주>를 성모 마리아의 그림으로 착각하여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무하의 인기는 물론 광고 포스터의 파급력이 도시를 넘어 시골까지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소비와 광고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무르익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 전까지는 신분에 따라 접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가 차별화 되어 있었습니다. 서민들은 중세 귀족들이 보던 화려한 채색 책을 감히 주문 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광고 포스터는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볼 수 있었고, 본능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또한, 포스터 속 소비재 역시 돈만 있다면 누구나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 욕구를 부추기는 광고 포스터



Cycles Perfecta(1902) │ 알폰스 무하 │ 다색 석판화 │ 154.6x104.3cm



광고 포스터가 항상 극찬을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하의 <시클 페르펙타>라는 자전거 광고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름다운 여성이 자전거 핸들에 몸을 기대고 서있습니다. 그녀의 금빛 머리카락은 유려한 선과 창의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아르누보 스타일을 뽐내며 바람에 흩날립니다. 그러나 정작 자전거의 용도나 성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당신도 이 자전거를 사면 우아한 신여성 혹은 멋진 남자친구로 대우받으리라’는 암시로 허영심을 자극할 뿐입니다. 


이런 광고가 과거부터 현대까지 호소력을 지니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꼭 필요에 의해서만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그 상품을 소유했을 때 타인에게 보여질 이미지를 의식해서 소비를 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 시대의 사람들도 광고 포스터를 보며 유행에 따라 소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고 소비를 통해 자신의 능력이나 지위를 과시하고 싶어 했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 토스타인 베블런



일반적으로 재화와 서비스는 수요곡선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감소합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해 자신의 능력이나 지위를 과시하고 싶어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베블런 효과’라 합니다.


위에서 살펴본 <시클 페르펙타>와 같은 광고 포스터는 소비자의 과시적 욕구를 자극하여 구매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에 대해 베블런은 기업들이 품질을 높이는 것보다 그럴싸한 광고로 소비자의 허영심을 부추겨 많이 판매하는 것에만 급급하다고 비난했습니다.



Princess Hyacinth(1911) │ 알폰스 무하│ 다색 석판화 │ 25×83cm



광고는 광고일 뿐이다


하지만 광고가 과시의 욕구를 부른다고 해서 오로지 광고만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또한, 품질 개선이나 혁신은 안중에도 없고 광고에만 열중하는 기업의 생명력이 얼마나 갈까요? 자동차나 가전제품처럼 기능이 중요하고 값비싼 소비재를 단지 광고가 세련됐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사는 소비자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과자나 음료처럼 저렴한 제품의 경우, 좋아하는 연예인이 광고한다는 이유로 한 번쯤은 구매하지만 이것 역시 맛이 없다면 계속해서 살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광고는 소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소비의 첫 단계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그리고 때로 무하의 포스터처럼 그 자체로 예술적 가치를 지닌 공공미술로서 대중에게 미적 쾌감과 재미를 줄 뿐입니다.  



Monaco Monte Carlo(1897) │ 알폰스 무하 │ 다색 석판화 │ 108x74.5cm



멋진 광고 덕분에 제품이 잘 팔린다기 보다는 그 제품의 성능과 품질이 광고 속 멋진 모습을 본 소비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좋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지는 것일 겁니다. 아무리 화려한 광고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호소할지라도 광고가 소비자들의 소비활동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