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는 ‘혼밥’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혼밥’은 새로운 사회문화 현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생활 곳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혼밥’을 통해 우리 시대 ‘밥’의 의미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식구 없는 혼밥





식구(食口)는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의 의미가 ‘밥’을 중심으로 형성될 만큼 ‘밥은 가족과 함께 먹는 것’이라는 의미가 컸습니다. 밖에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든 같이 먹을 사람을 찾았고, 혼자서 식당을 가야 하는 상황에는 차라리 굶는 것을 택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는 ‘밥’이 우리 머릿속에 ‘여럿이 함께 먹는 것’으로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의 식사 풍경은 많이 다릅니다. 식구 없이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 많아졌습니다. 통계청이 2015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의 비율은 34.8%로 4인 가구 비율 18.7%를 앞지르며 전체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현상과 더불어 개인주의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혼밥을 하게 된 것입니다.





요즘 시대의 혼밥은 홀로 먹는 밥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여럿이 모여 타인 때문에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먹거나, 재미없는 이야기에 억지로 공감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집에서 홀로 먹고 싶은 음식과 맥주 한 캔을 곁들이며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예능을 시청합니다. 혼밥을 통해 개인의 시간을 훨씬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혼밥 레벨 테스트’의 등장은 혼밥에 대해 달라진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혼자 밥 먹기를 등급화하는 ‘혼밥 레벨 테스트’를 할 만큼 이제 혼밥을 자연스럽고 즐거운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나의 혼밥 레벨은? [혼밥 레벨 테스트]


<혼밥 초보> 


레벨1. 편의점에서 밥 먹기


레벨2. 학생식당 or 푸드코트에서 밥 먹기


레벨3. 패스트푸드점에서 먹기


<혼밥 중수> 


레벨4. 분식집에서 밥 먹기


레벨5. 중국집 등 일반음식점에서 밥 먹기


레벨6. 유명 데이트 장소, 맛집에서 밥 먹기


<혼밥 마스터> 


레벨7.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 먹기


레벨8. 고깃집, 횟집에서 먹기


레벨9. 술집에서 술 혼자 마시기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혼밥레시피’를 검색한 모습



혼자 먹는 밥이라고 해서 부실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합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된 혼밥레시피 하나면 조미료 없이 건강한 1인용 집밥을 만들 수 있습니다. SNS에서 혼밥레시피를 찾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혼밥레시피’ 해시태그를 검색하거나 요리전문 블로거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것이 양질의 정보를 얻기에 가장 효과적입니다. 요리전문 블로거 ‘요리천사’가 소개하는 혼밥레시피는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혼밥족을 위한 인터넷 방송도 대세입니다. BJ가 음식 먹는 모습을 생중계하여 흔히 ‘먹방’이라 불리는 먹는 방송은 빨리 먹기, 많이 먹기, 재료 직접 손질해서 먹기, 다른 먹방 BJ와 대결하며 먹기 등 세부 카테고리가 다양합니다. 특히 BJ가 재료를 직접 손질하고 요리해서 먹는 모습은 평소 요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혼밥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합니다. 음식을 먹는 모습이 맛깔스러운 BJ들은 지켜보기만 해도 쾌감이 전달되어 혼밥족에게 함께 식사하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먹방 전문 BJ 밴쯔 방송 모습 (출처: 밴쯔 유튜브 채널)



달라진 식탁의 모습


혼밥족이 증가하면서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HMR)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새우볶음밥, 김치볶음밥 등 일반적인 메뉴는 물론이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비빔밥, 나물밥, 영양밥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어 식사 준비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문 요리사의 레시피, 차별화된 선진 기술력을 활용하여 재료 본연의 식감, 신선함, 맛 삼박자를 모두 갖춘 덕분에 혼밥족 사이에서 실속 아이템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한층 발전된 가정간편식 기술은 혼밥족도 생선을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선은 손질이 어렵고 조리 과정이 번거로워 혼밥족이 자주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등어, 가자미, 꽁치, 삼치 등 다양한 종류의 생선 제품이 한 토막씩 낱개포장 출시되어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파인애플과 멜론, 포도와 같은 신선한 제철 과일 역시 한입 크기로 소포장 판매되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수입, 국산 과일을 선별하고 세척, 소분, 가공, 포장 등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깎을 필요도 없고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 일도 없습니다.





일부 식당과 주점은 혼자 오는 손님을 배려해 별도의 1인 좌석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좀처럼 혼밥하기 어렵다는 고깃집도 최근에는 1인용 화로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나 홀로 손님을 맞기 시작했습니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카페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카페는 거리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다양한 메뉴와 안락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어 간편한 식사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었고 남들 역시 동정의 시선을 던지기 마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혼밥’이 엄연히 하나의 사회•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해 사회 곳곳에 많은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밥이 중요한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이제는 ‘밥을 먹는다’가 아니라 ‘밥을 즐기다’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해당 글은 신도리코 사내보 1월호 내용입니다.

참고서적: 우리 음식의 언어 (한성우, 어크로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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