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코르도바’와 ‘터키 이스탄불’은 이슬람교를 중심으로 가톨릭교, 기독교가 오랜 세월 뒤엉킨 두 얼굴의 도시입니다. 코르도바와 이스탄불의 건축물은 이러한 종교의 역사를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이곳에 발을 디딘 이방인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착각에 빠지죠. 다양성이 공존하는 코르도바와 이스탄불의 역사지구와 대표 건축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슬람과 가톨릭 문화의 도시, 스페인 코르도바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스페인 코르도바는 페니키아어로 풍요롭고 귀한 도시라는 뜻의 카르투바(kartuba)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그 어원처럼 코르도바는 고귀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로마인과 이슬람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코르도바는 수세기에 걸쳐 유입된 다양한 문화로 인해 역사적,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도시 곳곳에서 그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 코르도바 전경



스페인 코르도바의 대표 건축물은 ‘메스키타’입니다. ‘메스키타’는 이슬람 사원을 뜻하는데, 가톨릭을 수용한 후 ‘대성당’으로 혼용해서 부르기도 합니다. 메스키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슬람 사원과 가톨릭 성당이 한 건물에 공존하고 있는 사원입니다. 


코르도바는 유럽에서 이슬람 문화가 가장 꽃피었던 곳입니다. 코르도바에만 300개 넘는 이슬람 사원이 있었는데, 페르디난드 3세에 의해 13세기경 점령을 당한 이후로 코르도바의 모든 이슬람 사원은 사라졌습니다. 



스페인 코르도바의 대표 건축물 메스키타 전경



하지만 메스키타만은 건재했습니다. 처음엔 메스키타를 허물고 성당을 지으려 했지만, 그 당시 왕이었던 카를로스 1세가 성당을 허무는 것을 반대하였고, 사원 중앙에 가톨릭 예배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메스키타는 이슬람이 지배하던 시기에는 사원으로, 이후에는 대성당으로 사용되어 이슬람 풍 건물에 성당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일반적인 대성당에서는 볼 수 없는 두 종교의 묘한 동거입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메스키타 내부



당대 최대의 이슬람 사원이었던 메스키타는 다른 대성당과는 달리 이슬람 사원의 원형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기존의 이슬람 사원을 허물지 않고, 사원의 중앙 부분만을 철거해 르네상스 양식으로 대성당을 세웠습니다.


이슬람 사원의 기도실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중앙에는 왕실 예배 공간과 제단을 돔 천장과 함께 새로이 건축했습니다. 옛 이슬람 기도공간은 조명이 없어 어두운 분위기였지만, 르네상스 양식의 돔 천장을 얹은 새 공간은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빛으로 인해 밝은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코르도바, 그리고 그 안의 메스키타는 서로 다른 배경과 문화를 지닌 이들의 손을 거쳐 가며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그 변화라는 것은 기존의 아름다움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아름다움을 가져다 줍니다. 누군가는 코르도바를 포용과 공존의 땅인 스페인에 가장 어울리는 사원이라 평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를 한눈에, 터키 이스탄불   


2,000년간의 유적을 고이 간직한 고대 도시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로 나뉩니다. 독특한 혼합문화를 만들어 다른 고대도시에서 볼 수 없는 문화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만나고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경계의 땅이 터키의 이스탄불입니다.



터키 이스탄불 전경



터키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건물 중 하나로 ‘아야 소피아 성당’이 있습니다. 비잔틴 미술의 최고봉이라는 찬사를 받는 아야 소피아 성당은 360년 콘스탄티누스 2세 때 지어졌습니다. 그 후 대폭동으로 완전히 불타 버린 것을 537년 로마 유스티아누스 황제가 다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성당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점령되면서 이슬람 사원으로 용도가 바뀌게 되고 성당 둘레에 사원임을 상징 하는 네 개의 첨탑이 세워졌습니다. 현재는 이슬람교와 가톨릭교가 공존하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슬람 양식의 벽화와 예수, 성모 마리아 벽화가 혼재해 있습니다.



거대한 돔을 볼 수 있는 아야 소피아 성당 내부



아야 소피아 성당은 세계 건축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는 칭송을 받으며 1,000여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습니다. 지름 31m, 높이 54m에 달하는 중앙 돔을 가졌는데, 네 개의 대지주가 중간 기둥 없이 돔을 지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돔을 받치는 기둥이 단 한 개도 없는 것이 매우 놀랍습니다. 성전에 들어서 천장 위에 높이 치솟은 둥근 돔을 보면 웅장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자못 긴장하게 됩니다. 내부 면적만 2,300평 정도인데, 옛 시대에 어떻게 이런 크고 높은 성당이 지어 질 수 있었는지 감탄해 마지않을 수 없습니다. 


아야 소피아 성당은 건축 이후 1,500년 동안 1,000번 이상의 지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아야 소피아 성당은 세계 건축학적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비잔틴 미술의 최고봉 아야 소피아 성당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종교적 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아야 소피아 성당은 오랜 역사 속에서 국가간의 분쟁을 초월하고 남아있는 하나의 건축물이자 증거물입니다. 아야 소피아 성당이 시공을 초월하여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것은 숱한 분쟁 속에서도 절대적 가치를 지닌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기독교 문명이 서린 비잔틴 제국의 영예로움을 상징하고, 대륙에 뿌리 깊게 내린 이슬람교의 위상을 대변하는 아야 소피아 성당이 마주하고 있는 이스탄불의 광경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 신비로운 감동이 있습니다.



아야 소피아 성당



영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종교들이 만나 전례 없는 아름다움 만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신념 아래 치열한 다툼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누구보다 잘 화합한 건축물과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종교의 대립을 뛰어넘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메스키타와 아야 소피아 성당이 이들에게 하나의 해답이 되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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