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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식

3D프린터로 더 넓은 세상을 배우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이야기



‘뒷다리가 쏘옥! 앞다리가 쏘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이 문구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개구리의 탄생을 율동으로 표현한 동요를 떠올립니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학교나 교재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각장애인에게 개구리의 탄생은 조금 막연한 이야기입니다. 시각 대신 청각과 촉각을 통해 정보를 배우기 때문에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배우지만 실제로 만져볼 기회가 없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개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시각장애인도 개구리며 나비 등 곤충의 진화 과정을 촉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만드는 한살이 시리즈 촉각 도구 덕분이죠. 언제 어디서나 과학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준 촉각 도구는 바로 3D프린터가 있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3D프린터를 활용하면 학습에 필요한 복잡하고 정교한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3D프린터로 만든 곤충은 살아있는 것보다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교육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과학교구뿐 아니라 음악 악보, 명화 등을 3D프린터로 인쇄하여 촉각교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중순, 2D & 3D프린터 전문기업 신도리코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촉각 교재 개발 프로젝트에 힘을 싣고자 신도리코 3D프린터인 3DWOX DP201를 2대 기증했습니다.


신도리코 자체 개발 3D프린터, DP201은 전문가는 물론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교육 특화형 제품입니다. 신도리코 3D프린터는 2D 프린터 전문기업이 갖춘 기술력을 3D프린터에 적용해 더욱 안정적이고 편리합니다.



교육환경에 특화된 신도리코 자체 개발 3D프린터 3DWOX DP201



현장에서 직접 시각장애인 교재를 제작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촉각교재제작팀 이인애 팀장은 3D프린터를 활용한다면 시각장애인 친구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실로암 복지관에서는 2013년 처음 3D프린터를 구입해 촉각 교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영유아 아이들의 수학, 과학, 사회 교과와 점자 교육 도구를 제작했습니다. 곤충의 진화 과정이나 시계 보는 법, 악보 읽는 법 등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과과정 내용을 촉각교구로 만들어 시각장애인 어린이가 정보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3D프린터로 출력한 과학교구 (개구리 한살이 시리즈)


3D음악기호 & 악보 (음표나 박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음악 교구)



촉각 교구는 손으로 만졌을 때 생김새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너무 크거나 복잡한 구조보다는 두 손을 사용해 전체 모양을 알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의 조형물 혹은 단순하지만 사물의 특징을 잘 살린 디자인이 교구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가로, 세로, 높이가 약 42~43cm로 구성된 신도리코 3D프린터는 촉각교구를 출력하기 적당한 사이즈입니다.


디자인에 따라 부분 출력을 한 뒤 후가공을 하여 조형물을 만드는 방법도 있는데요. 최근에는 이런 방법을 활용해 초현실주의 명화를 3D프린터로 출력해 촉각명화를 제작했습니다.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등 유명한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3D로 표현하였는데요. 고무 재질의 필라멘트를 사용해 말랑말랑한 작품을 만져볼 수 있게 구현하였습니다. 



3D프린터로 출력해 만든 실로암전시관 S_GALLERY 촉각명화전 전시 작품



촉각명화전은 미술 작품을 감각적으로 접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의 반응이 좋아 하반기에도 새로운 촉각명화전을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촉각도서, 촉지도 등 복잡한 구조나 어려운 학습 내용을 촉각을 활용한 연상학습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교재들이 계속 탄생하고 있습니다.



3D보행안내 촉지도 – 손이 이동하는 폭과 거리를 유념하여 축적한 촉각디자인 촉지도



다양한 교구들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복지관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습니다. 이인애 팀장은 미대를 졸업해 남들보다는 3D 디자인이나 캐드 프로그램에 친숙했지만 그 당시 3D프린터는 대중화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3D프린터 교재 아이디어나 활용방법, 기계를 다루는 법 등을 독학으로 터득했습니다. 촉각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실로암 복지관이 처음이었습니다.


지금의 성과를 거두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원하는 디자인을 모델링하기까지 애를 먹거나 막상 출력했을 때 상상했던 구조와 결과물이 차이가 클 때도 많았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소형 3D프린터 제품은 베드에 공간이 많이 남아도 한 번에 여러 가지 출력물을 뽑아낼 수 없어 교구 1개를 제작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신도리코 3DWOX DP201 사용 방법 설명을 듣는 촉각교재팀 직원들



신도리코 3D프린터 DP201을 이용하면 여러 제품을 동시에 출력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촉각 교구가 교재로써 배포되려면 50개, 100개 이상의 생산이 가능해야 하기에 여러 디자인이 출력되는 DP201은 작업시간을 훨씬 단축해 줄 것입니다.


또한 기존 제품은 출력이 끝난 후 출력물을 베드에서 떼어낼 때 칼로 긁어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DP201은 베드를 구부려 출력물을 분리하는 ‘플렉시블 베드(flexible bed)’를 적용해 안정성을 강화했습니다.



3D프린터를 활용해 촉각교재제작에 힘쓰고 있는 이인애 팀장



필라멘트를 카트리지 형태로 도입한 것은 혁신적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기존에 필라멘트를 수동으로 교체하는 방식에 익숙해서 그런지 카트리지가 분리되는 방식이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 보니 탈착이 가능하다는 것은 중간에 오류가 났을 때도 보완을 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식되더라고요. 프린팅 전문기업만이 할 수 있는 고민이 반영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3D프린터로 촉각교구의 새로운 길을 열어 가는 실로암 복지관의 다음 행보는 무엇을까요? 이인애 팀장은 우선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특화할 수 있는 다양한 촉각 교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합니다.


3D 실사 피규어나 장난감의 경우 수 많은 업체와 개인 유저가 관심을 가지고 있어 모델링 자료부터 출력물까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교구는 실로암 복지관처럼 시각장애인 교육에 특화된 기관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로암 전시관, S-GALLERY에서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촉각 명화전을 정기 전시로 구성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팝아트 명화전’을 열어 시각장애인과 일반 방문객이 3D로 팝아트 미술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촉각과 청각에 민감한 시각장애 아동을 고려한 3D촉각교재는 말로만 듣던 어려운 개념을 만져보며 쉽고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관념으로 이해하던 세상을 손 끝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것, 이런 것이 바로 혁신 아닐까요? 신도리코 3D프린터가 시각장애인에게 세상을 접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