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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트렌드 파이오니어] 기술에도 배려가 필요하다 <사일런트 기술>



보통 사람들에게 기술을 다루는 것은 어렵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뛰어난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그 기능을 감추면서도 이용하기 편한 것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사일런트 기술’입니다. 조용하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이 기술을 소개합니다.



본질을 해치지 않는 조용한 편리함 





우리는 과시경쟁과 무한노출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SNS 문화가 확대되면서 사생활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개인정보가 쉽게 유출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시하고 드러내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요? 매일 끊임없이 출시되는 전자제품 시장만 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려한 기술에 주목 받아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어느 순간 사라져 잊히는 제품이 수두룩합니다. 


사람들은 기술을 다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용하기 편하며 익숙한 것이 중요합니다. 겉모습이 화려하거나 복잡한 기술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복잡한 것에 대한 피로도만 쌓일 뿐입니다. 





구글에서 사일런트 기술을 접목한 안경을 제작한 사례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하고 인터넷으로 즉시 공유할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사용자가 편하게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제품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구글 안경은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생긴 안경으로 조롱을 받았습니다. 


안경은 얼굴의 일부이고, 눈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디자인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구글은 안경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기술력에만 집중해 실패작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만약 기술을 감추고 패션아이템처럼 느끼게 했다면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조용한 기술이 중요합니다. 



내 몸의 일부가 되다 





사일런트 기술이 제품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신의 일부가 된다면 어떨까요? 이를 실현화한 것이 ‘듀오스킨’입니다. 금속 재질의 타투를 피부에 부착하고 주변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능을 구현합니다. 


듀오스킨을 피부에 새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래픽 소프트웨어로 전기 회로를 그린 뒤, 전기가 흐르도록 금박을 묻히고 피부에 도장처럼 찍으면 됩니다. 어떤 문양이든 원하는 패턴으로 제작해 옷, 종이, 피부 등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제거 방법 또한 간단합니다. 패치 형태의 의약품처럼 떼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므로 인체에 대한 영향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문신이라는 점 때문에 내구성은 약합니다. 


이처럼 듀오스킨은 누구나 쉽게 만들고 부착할 수 있다는 편리성까지 지녔습니다. 듀오스킨은 IT기기를 사용한다기보다 액세서리를 착용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사람을 배려하는 기술입니다. 



어쿠스틱 피아노와 디지털 피아노의 결합 





사일런트 기술은 악기에도 적용됩니다. ‘사일런트 피아노’가 그 예입니다. 사일런트 피아노는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어쿠스틱 피아노에 헤드폰을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밤과 낮 구분 없이 연습하고 싶을 때 방해를 주거나 혹은 방해를 받지 않고 언제든지 피아노 연주가 가능합니다. 또한, 사전에 설치된 여러 종류의 곡, 연주 녹음 기능, 최신 앱을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 연결 기능 등 다양한 특징을 자랑합니다.


사일런트 피아노는 헤드폰을 착용하고 하는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놀랍도록 현장감 있는 피아노 사운드를 선사합니다. 연주가 너무 현실적인 나머지 실제로 사일런트 모드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어느새 헤드폰을 벗어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성공적인 사일런트 기술을 위한 필요조건 





기술은 점점 더 인간을 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여전히 그럴 것입니다. 그 속에서 중요한 것은 효용성입니다. 듀오스킨처럼 패션아이템으로 미적 가치가 있거나 아니면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서비스와 적극적으로 결합되어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기술을 사용하면서 생기는 불편함이나 번거로움을 제거하고 편리한 경험이나 평온한 감정을 제공해줘야 합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술은 고객의 입장에서 불편함을 초래해서는 안 됩니다. 기술을 감추면서도 인간을 위해 잘 쓰여야 합니다. 


조용한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합니다.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 혜택을 주고 사용자가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사일런트 기술입니다.





사일런트 기술은 굳이 드러내 놓고 과시하지 않아 더욱 멋스러운 것 같습니다. 동시에 마치 인간에게 능동적으로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듯한데요. 앞으로 어떤 조용한 기술이 세상을 조용하게 변화시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