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대표적 궁궐로 경복궁이 있듯이 일본에는 히메지성, 중국에는 자금성이 있습니다. 흰색 외벽에서 드러나는 우아한 분위기 속에 강인함을 가진 히메지성과 황색과 홍색의 조화로 황실의 기세를 층층이 보여주며 장엄함을 풍기는 자금성을 소개합니다.



히메지성, 우아함 속의 강인함 



▲ 일본 400년 건축술을 보여주는 히메지성



히메지성은 17세기 초 일본 성곽 건축을 대표하는 목조 건축물의 걸작입니다.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건물로서 그 중요한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히메지성은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 점에 주목했습니다. 전국통일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일본 전역에 요새를 설치했고, 히메지성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건축하였습니다. 


히메지성의 중심은 천수군입니다. 대천수와 소천수 3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천수와 천수 사이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천수군은 회벽칠 된 백색 토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자리해 있기 때문에 천수에 올라가면 히메지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히메지성 흰색의 외벽과 날개 모양의 지붕이 마치 백로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시라사기성(백로성)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막부 시대 초기에 일본에는 많은 성곽들이 축조되었습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헐리었고, 나머지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메지성은 온전한 모습으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1934년부터 1964년까지 대규모 목조건축을 위해 일본에서 개발된 고도의 기술을 사용한 보존 작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 시내를 아우르는 듯한 히메지성



히메지성이 14세기에 처음 지어진 이후에 지속적으로 증개축된 이유는 적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나무로 지어져 불에 의한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화력을 이용한 무기가 발달할 때마다 보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방어를 위한 장치로, 성벽을 따라 해자(垓子: 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를 설치해 적의 접근을 막고 미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또한, 적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성벽을 부채꼴로 만들어 놓는가 하면 곳곳에 함정을 만들어 두기도 했습니다. 기록에 의하면 몸을 숨겨 총과 화살을 이용해 공격할 수 있는 장소가 무려 2,522곳이었다고 전해집니다. 현재는 287곳이 남아 있습니다. 



▲ 화려한 지붕 그리고 각기 다른 문양의 기와



히메지성의 기와는 각기 다른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시대별로 성을 지배했던 여러 가문의 성주들이 자신의 가문을 나타내기 위해 다른 문양을 사용했던 흔적입니다. 처음 도요토미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부터 마지막 성주였던 사카이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까지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기와에는 꽃, 나뭇잎, 태극 문양 등이 새겨져 있는데,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성주들이 성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천수각의 나선형과 팔각형 지붕도 매우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대부분의 성들은 잦은 전쟁으로 인해 소실된 후 재건되었지만, 히메지성만은 유일하게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철저하게 방어 체계를 갖추고, 끊임없이 성을 개축하였기 때문입니다.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건축한 성이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히메지성은 목조 건축의 아름다움을 지녔습니다. 



자금성, 장엄함에 압도되다 



▲ 과거 중국 왕조의 눈부신 문화를 보여주는 자금성



자금성 건축은 1407년에 시작되었습니다. 2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14년이 걸려 완공되었습니다.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 단지는 해자와 벽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총 넓이가 약 72헥타르에 이르는 자금성 안에는 약 800채의 건물과 8880개의 방이 있습니다. 


자금성의 건축물은 모두 목제 구조물이며, 황금색 기와지붕과 붉은 색의 높은 벽, 청백색의 평평한 석좌, 백색의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금성의 설계와 구조는 중국 고대 전통문화의 특색을 잘 나타냅니다. 중국 궁전 건축의 전형이라 할 수 있으며 현존하는 황실 건축물 중 가장 큰 규모와 완벽한 보존 상태를 자랑합니다.


고궁은 구조와 기능에 따라 외조와 내정으로 나뉩니다. 외조는 황제가 권력을 행사하는 곳이고, 내정은 황제가 일상적인 정무를 보고 그 밖의 황실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외조의 중심은 자금성의 대표적 건축물인 태화전입니다. 태화전은 황제가 중요한 나랏일을 결정하고 공식적인 행사를 치르던 장소로 그 자체로 황제의 권위를 상징합니다. 중국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로, 넓은 마당에 세워져 있습니다.



▲ 자금성의 대표 건축물, 3단 기단 위의 태화전



태화전은 여느 건축물과 다르게 3단의 기단 위에 지어졌는데, 3단의 기단은 황제가 머무는 곳에만 사용되었습니다. 기단에 장식된 동물 조각과 문양도 모두 아름답습니다. 목조 건물의 약점인 화재에 대비하여 궁궐 안에 ‘금수하’라는 인공 하천(호수)을 만들어 물을 저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자금성을 건축할 때 배치, 형태뿐 아니라 색깔에도 많은 의미를 두었습니다. 색깔은 황권에 대한 중요성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멀리서 자금성을 바라보면 황금색의 지붕과 붉은색의 담장이 눈에 띕니다. 황색과 홍색이 상응하면서 황실의 기세를 층층이 드러냅니다. 고궁 안에 들어가면 선명한 색채로 인한 시각적 충격과 함께 장엄함에 압도됩니다.


방대한 자금성의 규모와 달리 색깔은 비교적 단순하게 황색과 홍색 이 두 가지만을 선택한 것은 중국 전통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전통문화에서 황색은 행복, 길상을 의미하고, 홍색은 즐거움과 경사를 의미합니다. 또한, 엄격한 등급 제도를 지켜야 했는데, 이것이 건축물의 색깔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 홍색이 도드라지는 자금성



규정에 따라 자금성은 가장 존귀한 색깔인 황색과 홍색이 위주가 되었고, 백성들이 거주하는 민가는 흑색, 회색, 백색을 쓰게 했습니다. 민가의 암울한 색깔과 대비하여 자금성의 홍색 담장과 황색 지붕은 더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강렬한 색깔로 황권의 권위를 드러내고자 한 것입니다. 


자금성은 명나라와 청나라 두 왕조 시대, 거대한 나라 중국의 중심지였고, 중국 사람들은 이곳을 세상의 중심이자 신성한 장소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넓은 공간에 수많은 건축물이 들어서 있고, 건축물 하나하나가 중국 고대 사상과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자그마치 5세기 넘게 백성들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황제의 공간이 지금은 박물관으로 옷을 갈아입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금성은 과거 중국 왕조가 얼마나 눈부신 문화를 이루고,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했는지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입니다.



▲ 자금성 전경



히메지성과 자금성은 건축물을 넘어 시대의 정신과 선인들의 지혜가 어우러진 인류의 유산입니다. 아름다움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흘렸던 땀방울이 있었기에 어쩌면 지금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