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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젊음과 지성의 상징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vs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오래 전부터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이라고 칭해졌습니다. 속세를 떠나 조용히 학문을 탐구한다는 관념적 의미에서 붙여진 말입니다. 학문에 매진하는 교육적 환경을 위해서였을까요? 세계적인 대학들 중에는 학문적 성과만큼이나 멋진 건축물을 자랑하는 대학들이 있습니다. 젊음과 지성의 에너지가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세계의 대학을 소개합니다.



지적인 고풍스러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 세월을 품은 아름다운 건축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는 영국은 물론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로 전 세계 대학 중에는 두 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합니다. 옥스퍼드 대학교는 1249년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설립 연도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지만 1096년 헨리 2세가 영국 학생들에게 파리 유학 금지령을 내리면서 옥스퍼드에서 교육이 이뤄졌다고 전해집니다.


우리나라의 대학 캠퍼스 개념과 달리 옥스퍼드는 도시 전체가 대학인 대학도시입니다. 학교를 운영하는 수많은 건축물이 옥스퍼드 시내 중심지와 외곽에 자리해 있습니다. 세월을 품은 아름다운 건축물이 본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한 폭의 그림 같기도 합니다.


옥스퍼드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38개의 단과대학과 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 단과대학과 홀의 연합을 총칭하여 대학교(University)라고 부릅니다. 그 외의 실험실이나 도서관 강당 등은 공용 시설로 분류됩니다. 


옥스퍼드는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오가는 대학생들이 많이 보인다는 것을 제외하면 오래된 영국의 중소도시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부 외부인 출입 금지 구역이 지정되어 있긴 하지만 여행객들에게도 개방해 누구나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또한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관광객들에게 더욱 인기 있는 명소로 꼽힙니다. 



▲ 장엄하고 화려한 옥스퍼드 대학 건물 내부



옥스퍼드 대학교를 대표하는 단과대학으로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Christ Church College)’입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 자리한 건축물 가운데서도 크라이스트 처치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이자 가장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 성당과 대학을 겸하고 있는 이곳의 대강당이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배경입니다. 


크라이스트 처치 칼라지 내부의 정면과 양쪽 벽면은 옥스퍼드 대학교 출신 교수들의 초상화로 가득해 이채로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롤도 크라이스트 처치 교수로 이곳에서 그의 초상화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건물은 가운데 정원을 두고 강당과 예배당, 도서관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광장구조는 자연스럽게 토론과 대화를 유도합니다. 때문에 이후에 많은 대학 건축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 고딕 양식의 영향을 받은 옥스퍼드 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의 많은 건물은 고딕 양식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뾰족한 탑이나 아치 모양을 한 건축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딕 양식답게 건물 내부는 장엄하고 화려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각각의 칼리지에는 예배당, 강당, 도서관, 넓은 잔디밭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1264년 설립된 머튼 칼리지(Merton College)에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 정원이 있습니다. 1619년에 지어진 보들리언 도서관(Bodleian Library)은 세계 최고의 도서관 중 하나이자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서관입니다. 대략 145㎞가 넘는 서가에 5백만 권이 넘는 서적, 백만 점의 지도, 1만 5천 권의 필사본, 상당한 양의 음악까지 소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출판되는 모든 책이 한 권 이상씩 기증되는 곳입니다. 


도서관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레드클리프 카메라(Radcliffe Camera)도 이채롭습니다. 카메라(Camera)는 라틴어로 방이란 뜻입니다. 이 곳은 1949년에 세워진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외관으로 유명합니다. 둥근 돔 형태의 건축물은 밖에서 보기에는 3층, 내부에는 2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학생들의 열람실과 갤러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딕 양식의 웅장한 건물이 눈에 띄는 올 소울스 칼리지(All Souls College)는 1438년 헨리 6세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과거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는 예배당이 눈에 띕니다. 벽면에서부터 시작된 장식이 천장까지 이어져 여러 가지 기하학적 무늬와 인물이 형상을 만들어내는 웅장하고 독특한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흥미로운 조화,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 아이비리그에 속한 컬럼비아 대학교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는 뉴욕에 있는 명문 사립 종합 대학교로 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학교인 아이비리그에 속합니다. 1754년경 영국의 식민지 시대 당시 영국 왕 조지 2세의 인가를 받아 킹스컬리지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되었습니다. 브로드웨이 트리니티 교회 인근에 세워진 학교 건물에서 8명의 학생으로 첫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독립 후인 1784년에 컬럼비아컬리지(Columbia College)로 이름을 바꾸었고, 이후 종합대학인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로 개편되었습니다. 현재의 컬럼비아 대학교는 세계 중심 도시인 뉴욕의 맨해튼에 위치해 있어 광범위한 국제 정치·경제 정보를 가깝게 접할 수 있습니다. 


맨해튼의 브로드웨이 도로를 따라 113가에서 125가까지 이어지는 고전적인 모닝사이드 하이츠(Morningside Heights) 캠퍼스에는 학부, 법학 대학원, 국제행정대학원, 경영대학원, 신문방송대학원,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대학원 등 대부분의 주요 기관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 컬럼비아 대학교의 도서관 풍경



이곳으로 캠퍼스를 옮길 당시 세스 로우(Seth Low) 컬럼비아 대학교 총장은 보다 더 넓은 환경의 아카데미 빌리지를 만들기로 계획했습니다. 캠퍼스에 들어가면 정사각형 모양의 깨끗한 잔디밭과 알맞게 배치된 멋진 학교 건물들, 바닥에 깔린 타일의 깔끔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캠퍼스 전체적인 크기는 작지만, 세계적인 명성의 대학답게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대학 캠퍼스 건축물의 중심은 로우 메모리얼 도서관(Low Memorial Library)입니다. 세스 로우 총장의 아버지를 기념하여 명명되었습니다. 로만 클래식 스타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오늘날 뉴욕 시의 역사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의미 깊은 곳입니다. 이 건물은 오늘날 중앙 관리 사무소와 여행자 센터로 이용됩니다. 


계단을 쭉 내려오면 만남의 장소라 불리는 익스펜시브 플라자(Expensive Plaza)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로우 메모리얼 도서관 북쪽에는 1966년 미국 역사 건물로 지정된 퍼핀홀(Pupin Hall)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 동쪽에 위치한 세인트 폴 교회(St. Paul’s Chapel)는 뉴욕 시의 역사 사적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수많은 건물 중 가장 현대적인 멋을 지닌 곳은 러너홀(Learner Hall) 학생회관입니다. 1999년 완공된 러너홀은 해체주의의 대표적 건축가인 스위스의 베르나르 추미가 설계한 건물로 반전의 묘미가 돋보입니다. 



▲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컬럼비아 대학교



대로변에서 이 건물을 보면 특별히 튀지 않습니다. 석조와 벽돌을 외벽의 주재료로 사용해 주변의 오래된 갈색 건물들과 잘 어울립니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캠퍼스 안쪽을 향한 뒤편은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로변 쪽과 달리 외벽 전체가 유리로 마감되어 시원하고 모던한 인상을 줍니다. 마치 과거의 건물처럼 경건해 보이기까지 한 외벽을 보고 들어오면 건물의 전체 모습을 깨닫는 순간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내부도 독특한 형태를 자랑합니다. ㄷ자형 평면 구성인데 건물의 위아래를 유리 다리로 연결했습니다. 이 유리 다리는 다리를 떠받드는 철골을 그대로 노출한데다 평면이 아닌 경사면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러너홀의 노출 구조는 구조적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투명 소재를 통한 빛의 유입으로 실내에 생동감을 줍니다. 러너홀의 외부는 학교의 역사성을 위해 기존 맥락을 유지합니다. 반면, 건물 내부는 현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수용한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컬럼비아 대학교



건축가들은 대학 건축이 건축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합니다. 대학 건축은 일반 건물과 달리 규모가 크고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학문, 예술 등 지성에 대한 젊음의 고뇌와 자유의 낭만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합니다. 학문적 품위가 수 놓아진 대학 건축물들은 일반 건축물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영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