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산과 호수, 그리고 알프스의 만년설 등 수려한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스위스를 찾습니다. 사계절 내내 고운 눈이 있는 스위스의 너른 풍경과 함께 어느새 코 끝이 찡해지는 추위를 느낄 때면 따뜻한 음식이 생각납니다. 이럴 땐 바로 스위스의 대표 음식, 따끈따끈한 ‘퐁뒤’가 제격입니다. 기나긴 겨울을 견디며 탄생한 발상의 전환 ‘퐁뒤’를 소개합니다.



스위스의 추위를 감싸는 따뜻함, '퐁뒤' 





‘퐁뒤(Fondue)’는 빵이나 고기, 과일 등을 꼬챙이에 끼워 녹인 치즈에 찍어 먹는 스위스 대표 음식이자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입니다. 이제는 많은 식당에서 찍어 먹는 치즈 소스를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퐁뒤의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즉 냄비에 넣어 건져 먹거나 찍어 먹는 모든 요리를 퐁뒤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퐁뒤는 어디서 시작했을까요? 퐁뒤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발상의 전환’입니다. 먹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음식이 발상의 전환으로 많은 이에게 사랑 받는 요리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런 퐁뒤의 탄생 배경에는 스위스의 지형적, 기후적 조건이 있습니다. 


스위스와 알프스 산맥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알프스 산맥에 인접한 나라들은 험악한 산세와 길고 추운 겨울 때문에 극한 추위를 이겨낼 따뜻한 요리들이 유난히 많이 발달했습니다. 그 가운데 퐁뒤는 치즈가 녹으며 풍기는 향이 은은하고 푸근해 시린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기특한 요리입니다. 





퐁뒤는 스위스의 뇌샤텔 주에서 시작합니다. 냉장고가 없던 18세기 스위스 사람들은 더운 여름에 만든 치즈를 겨울까지 아껴먹어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치즈의 풍미는 깊어졌지만, 치즈의 겉은 매우 딱딱해져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치 곤란이 된 치즈를 다시 살린 것이 바로 ‘카크롱’이라는 냄비를 사용한 특별한 조리법입니다. 


오랜 시간을 끓여야 하는 스튜를 만들 때 집안의 벽난로를 사용했습니다. 이 방법을 본떠 카크롱에 딱딱한 여러 종류의 치즈와 화이트 와인을 부은 다음 천천히 조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말라버린 빵을 기다란 꼬챙이에 구워 먹었습니다. 녹인 치즈를 찍어 먹으니 더욱 부드럽고 맛이 좋았습니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퐁뒤 





퐁뒤의 어원은 ‘퐁드르(Fondre)’입니다. 프랑스어로 ‘녹이다’라는 말인 퐁드르에서 파생돼 부드러운 여성형의 요리 명칭이 되었습니다. 치즈나 초콜릿 같은 재료를 녹여 먹는 퐁뒤는 생각보다 그 역사가 무척 깊습니다.


기원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기원전 8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음유시인 호메로스가 트로이 전쟁에 대해 쓴 서사시 ‘일리아드’ 11장에는 눈에 띄는 조리법이 있습니다. “염소 치즈와 흰 밀가루를 프람노스 산에서 만든 와인과 함께 요리해 먹는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퐁뒤의 조리법과 ‘치즈를 녹여 먹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흡사합니다. 기원전이나 18세기나 치즈를 녹여 완전히 다른 음식으로 만들어 먹은 아이디어는 박수를 받을 만한 기발한 생각입니다


퐁뒤 요리법은 에멘탈, 그뤼에르 치즈를 각각 넣고 뇌샤텔 와인을 첨가해 먹는 ‘퐁뒤 뇌샤텔’을 기본으로 합니다. 부재료에 따라 조금씩 모습을 달리합니다. 기본형에 자신이 선호하는 치즈 하나를 추가한 뒤 ‘모렐’이라는 야생버섯 또는 달걀 노른자 2~3개를 중탕해 만드는 ‘퐁뒤 제네바’가 있습니다. 


치즈 대신 초콜릿을 녹여 만든 퐁뒤도 있습니다. 이는 ‘초콜릿 퐁뒤’로, 다크 초콜릿을 녹여 비스킷이나 딸기, 바나나와 같이 부드러운 과일을 찍어 먹는 것입니다. 이처럼 퐁뒤는 녹이거나 찍어 먹는 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과 풍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건 여럿이 모여 나누어 먹는 마음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것입니다.



퐁뒤의 매력을 더 깊이 느끼고 싶다면? 





생각만 해도 벌써 군침이 도는 퐁뒤를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퐁뒤를 먹을 때 함께 마시는 음료는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치즈 퐁뒤에는 기름기가 많아 탄산음료와 함께 마신다면 배탈이 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레드 와인은 대개 치즈와 찰떡궁합이라 불리지만, 퐁뒤와 먹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레드 와인은 우리가 와인을 마신 뒤 ‘떫다’고 느끼는 원인인 탄닌이 풍부해 퐁뒤보다는 단단한 치즈에 열을 살짝 가한 음식이 잘 어울립니다.


더불어 퐁뒤를 요리할 때 사용하는 냄비도 중요합니다. 전통적으로 스위스인들은 두꺼운 토기 냄비인 카크롱을 사용했습니다. 카크롱은 굽기 전 유약을 바르기 때문에, 열이 은근히 퍼져 치즈를 서서히 녹이는 데 탁월합니다. 꼭 카크롱이 아니더라도, 열이 골고루 전도되고 안전하고 튼튼한 손잡이가 달린 냄비를 추천합니다.





계절이 변하며 일교차가 큰 요즘, 따끈한 퐁뒤를 식탁 가운데 놓고 가족, 친구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은근히 퍼지는 향긋한 치즈향과 이를 아우르는 퐁뒤의 온기가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고 낭만을 선사할 것입니다. 더불어 퐁뒤 한입에 지난 겨울의 정취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새롭게 맞이할 봄을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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