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연재

성수동을 지키는 소규모 베이커리 카페 ‘르호봇 프로젝트’



성수동에는 옛 모습을 간직한 공간이 많습니다. 4~50년 전부터 사용되었던 공장이나 창고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보수한 곳이 많기 때문인데요. 성수동 특유의 문화와 이야기가 담긴 곳을 찾아가는 ‘성수동 로드투어’가 이번 회에서 소개할 공간은 동네 이웃들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르호봇 프로젝트’입니다.  





르호봇 프로젝트가 위치한 성덕정길은 커다란 버스와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나름의 질서를 갖고 움직이는 신기한 길입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도로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르호봇 프로젝트는 인도도 없이 찻길만 늘어선 대로변에 우직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르호봇 프로젝트에는 카페 ‘더 루트’와 소규모 베이커리 ‘방앗간자리’라는 두 개의 브랜드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곳은 사실 사이 좋은 젊은 부부 사장님이 함께 운영하는 하나의 공간입니다. 카페를 막 개업한 초창기에는 세 종류의 이름을 혼용하였지만, 이제는 ‘방앗간자리’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편하다고 합니다. 



 (좌) 공사 전 ‘삼성 떡 방앗간’ 모습 (우) 공사 후 ‘르호봇 프로젝트’가 입점한 모습



원래 이 곳은 오랜 세월에 걸쳐 동네 방앗간이 운영되던 자리였습니다. 동네에 우물이 있던 아주 먼 옛날부터 불과 몇 년 전까지, 주인만 바뀌었을 뿐 이 곳에서는 언제나 고소한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2017년 7월, 이 곳에 문을 연 르호봇 프로젝트는 동네 이웃들이 오랜 시간 이 곳을 부르던 이름 ‘방앗간자리’를 베이커리의 이름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이름이 가게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옛 주인이 벽에 붙여둔 1984년도 신문지를 그대로 보존했다



르호봇 프로젝트의 인테리어에서는 옛 방앗간 자리의 흔적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특히 벽에 말라 붙어버린 1984년도 신문지가 인상적인데요. 사장님은 30여 년 전 성수동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흔적이 마음에 들어, 주저 없이 이 곳에 가게를 열었습니다. 



▲ 옛 방앗간에서 사용하던 떡시루를 개조하여 테이블을 만들었다



르호봇 프로젝트에는 벽뿐만 아니라 가게 구석구석 옛 방앗간의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특히 카페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작은 테이블은 방앗간에서 사용하던 떡시루를 개조하여 만든 것입니다. 방앗간자리 고유의 모습을 오래도록 지키고 싶어하는 사장님 부부의 배려가 돋보이는 인테리어입니다.  





길을 가다 누구나 들려 쉬어갈 수 있는 르호봇 프로젝트에서는 독특한 스타일의 베트남 정통커피와 음료를 맛볼 수 있습니다. 녹슬고 오래된 가게의 벽면이 얼핏 베트남 하노이의 구시가지를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한데요. 르호봇 프로젝트는 성수동에 거주하는 베트남 손님들을 초대하여 시음회를 진행하고 진심 어린 조언을 구하면서, 가게를 찾는 모든 손님들이 서울에서도 베트남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현지의 맛을 구현하면서도 한국 손님들의 입맛을 저격하기 위해 선보인 메뉴가 바로 이 ‘코코넛 스무디 커피’와 ‘박시우(카페라떼에 연유를 첨가한 것)’입니다. 구수하면서 쌉쌀한 맛의 베트남 원두 ‘로부스타’를 사용하고, 베트남 유명 카페에서 사용되는 현지산 연유를 첨가해 이국적인 풍미를 더했습니다. 



▲ (왼쪽부터) 박시우, 아보카도 스무디, 코코넛 스무디 커피



르호봇 프로젝트의 또 다른 대표 메뉴는 아보카도 스무디입니다. 아보카도는 국내에서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과일이지만, 베트남 국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아보카도를 즐겨 먹었습니다. 특히 아보카도 주스를 비닐 봉지에 담아 들고 다니며 마시는 모습은 무척 자연스러운 풍경입니다. 그야말로 국민음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르호봇 프로젝트는 베트남 고유의 식음료 문화를 성수동 깊숙이 들여왔습니다. 베트남 손님들에게는 고향의 맛을 선사하고, 한국 손님들에게는 베트남의 문화를 소개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과 문화의 교류가 있는 르호봇 프로젝트는 어느 새 성덕정길의 방앗간자리를 넘어 참새방앗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가게를 오픈 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어느 새 가족처럼 지내는 단골 손님이 많아졌습니다. 


베트남 파견 근무 시절 마시던 베트남 커피가 그리워 찾아오는 손님, 언제든지 삼삼오오 찾아와 편하게 수다 떨고 가시는 동네 아주머니들, 다른 곳보다 밤을 듬뿍 넣어 만들어주는 밤빵이 맛있다며 매대의 빵을 전부 쓸어가시는 분, 사장님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러 오는 손님 등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이웃들이 르호봇 프로젝트를 찾습니다. 





“하루는 저희 지인이 부모님을 모시고 가게에 놀러 왔어요. 오래 전에 성수동에 살던 분인데 오랜 만에 옛 동네를 찾은 감회가 남다르신지 ‘그 때 그 자리에 보호수는 잘 있나’ 하시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오시더라고요. 십 수년 전 기억 속의 성수동과 지금의 성수동이 많이 달라지지 않아서 좋으셨나봐요.” 


성수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성덕정길과 그 길 위에서 여전히 방앗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르호봇 프로젝트는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는 카페’, ‘성수동을 지켜주는 카페’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설령 성덕정길이 재개발과 함께 옛 모습을 잃게 되더라도, 그 전까지는 동네 사람들 누구나 이 곳에 들려 쉬어갈 수 있도록 방앗간 자리를 지켜내겠다고 전했습니다. 



▲ 르호봇 프로젝트에서 직접 만든 성수동 약도



르호봇 프로젝트의 특별한 성수 사랑은 ‘성수동 문화 지도’를 탄생시켰습니다. 성수역 에서부터 르호봇 프로젝트까지 도보로 올 수 있는 길을 안내한 이 약도에는 르호봇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성수동의 다양한 가게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저희는 성수동에 있는 이 많은 가게들이 경쟁업체가 아니라 상생하는 동종업계 같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성수동에는 이런 가게도 있고, 저런 가게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가게 이름을 하나하나 전부 적었습니다.” 사장님은 본인이 직접 발품을 팔아 만든 지도라,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방앗간 자리에 문을 연 르호봇 프로젝트는 성수동이 옛 모습을 오래 간직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30년 전 성수동의 모습과 2018년 성수동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성수동이 단지 세련되고 트렌디한 공간으로 변모하기 보다는, 오래도록 동네 주민들의 추억과 향수를 간직한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르호봇 프로젝트의 바람을 응원합니다. 




성수동 소규모 베이커리 카페 <르호봇 프로젝트> 한 줄 평

성수동을 지키는 동네 사랑방… 추억과 향수, 온기가 머무는 곳



   


Menu

[카페]

박시우(bac xiu) 4,500원 | 카페쓰어(caphe sua) 4,000원


코코넛스무디 5,300원 | 코코넛스무디커피 5,800원


아보카도스무디 5,500원 | 아보카도스무디커피 6,000원 등


[베이커리]

딸기케이크 (출처: 방앗간자리 인스타그램 @rehoboth_projects)


당근케이크 (출처: 방앗간자리 인스타그램 @rehoboth_projects)


방앗간팝(캬라멜 러스크) (출처: 방앗간자리 인스타그램 @rehoboth_projects)

바질스콘, 보늬밤식빵 등


공식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bangaganz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