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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성수동 로드투어] 청년 창업가들의 꿈을 굽는 곳 ‘더 키쉬’



프랑스의 가정식 ‘키쉬’를 아시나요? 언뜻 케이크와 생김새가 비슷해 보이지만, 키쉬는 디저트와 달리 브런치나 간식 대용으로 먹는 음식입니다. 계란과 우유를 베이스로 만든 파이로 든든한 한 끼 식사로도 제격입니다. 한편으로는 피자와 사촌지간 인 듯 하지만, 키쉬의 맛이 조금 더 부드럽고 많이 먹어도 속이 편안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직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음식 ‘키쉬’, 어떤 맛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프랑스 현지인들도 인정할 만큼 맛있는 키쉬를 판매하는 곳이 바로 성수동에 있습니다. 계절이 무르익는 10월의 끝자락, 성수동 로드투어에서는 프랑스식 파이를 판매하는 ‘더키쉬’를 소개합니다. 





‘더 키쉬’는 주력 메뉴의 이름을 당당히 가게 이름으로 내 걸 만큼 자부심이 있는 키쉬를 만듭니다. 매일 아침 김수희 대표의 손 끝에서 구워지는 키쉬는 모두 세 종류. ‘더 키쉬’에서는 베이컨 키쉬(키쉬 로렌, Quiche Lorraine), 훈제연어 키쉬, 시금치단호박 키쉬를 만나볼 수 있는데요. 각각의 키쉬는 조금씩 다른 풍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오리지널 키쉬의 형태라 볼 수 있는 베이컨 키쉬는 키쉬가 유래한 프랑스 알자스 로렌 지방의 이름을 따와 키쉬 로렌이라고도 부릅니다. 더 키쉬에서는 체다치즈, 모짜렐라치즈, 그뤼에르 치즈를 듬뿍 넣어 베이컨 키쉬의 풍미를 한껏 살리는데요. 피자와 비슷한 듯 가장 익숙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남자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한편, 크림치즈가 듬뿍 들어간 훈제연어 키쉬는 여성 손님들에게, 페타 치즈를 결합하여 담백한 맛이 일품인 시금치단호박 키쉬는 건강한 맛을 찾는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메뉴라고 하는데요. ‘남들이 안 하는 걸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키쉬가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도 일부러 찾아와 구입해 가는 손님이 생길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던 김수희 대표는 3년 전인 2015년, 성수동에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사실 이곳은 더쎄레모니 스튜디오와 더키쉬가 공간을 함께 쉐어 하는 곳이에요. 인테리어 사무실 겸 카페로 사용되는 복합공간입니다.”  


호주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청년 사업가 김수희 대표는 가게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친구와 사무실을 나누어 쓰기로 했습니다. 그 당시 트렌드에 민감하던 친구가 성수동이 소위 ‘곧 뜰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함께 이 곳에 오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3년 전 이 곳은 장애 아동 복지시설로 사용되던 일반 가정집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이 곳을 보자마자 계약했어요.” 그 당시 이 골목에는 신발 가게 하나, 카페 두 어 개가 있을 뿐 무척 조용하고 한적했다고 하는데요. 마침 복잡한 곳은 피하려고 했던 두 친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저렴하게 입점할 수 있는 이 곳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더키쉬에서 진행했던 전시, 공연 모습 (출처: 더키쉬 인스타그램 @cafe_the_quiche)



더 키쉬에서는 때때로 전시와 공연도 운영합니다. 지금까지 6~7회 가량 회화, 판화,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두루 소개해 왔으며, 재즈 뮤지션을 초청하여 작은 공연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10월에는 아파트 재개발로 인해 살 곳을 잃은 고양이들을 후원하고자 마련된 사진전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더 키쉬는 주로 유망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 오면서,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는 복합공간으로서의 입지도 굳혀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골목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가 서울숲 근처이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손님들이 많아요. 평일에는 저희 집을 꾸준히 찾아주시는 단골 손님도 많고요. 하지만, 언니처럼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던 옆 가게 이웃들이 이 곳을 많이 떠나버렸어요.” 


본래 이 골목에는 작은 규모의 디자인 회사, 가죽공방, 신발 가게 등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최근 성수동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규모 기업들이 성수동 구석구석에 스며들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상가들의 월세가 상승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수희 대표와 함께 동고동락 했던 젊은 사업가들과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하나, 둘 성수동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3년 간 성수동이 많이 변했어요. 성수동이 막 유명해지기 시작하던 때에는 저희 같은 청년들이 와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의 이곳은 다소 상업적으로 변해버렸어요. 또, 이 작은 골목에 넘칠 만큼 많은 카페가 생겨버렸죠. 이런 고충 때문에 처음에 입주할 때부터 함께했던 분들이 최근 들어 이사를 가고 있어요. 골목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속상합니다.” 





성수동은 지금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성수동이 성수동답기에 사랑 받았던 그 때를 그리워할지 모릅니다. 





더 키쉬는 단순한 키쉬 맛집이 아닙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두 청년 사업가가 함께 시작한 공간으로 매일 아침마다 꿈과 열정을 새롭게 굽고, 일구는 곳이었습니다. 


성수동에는 더 키쉬와 같이 젊은 청년 대표들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가게들이 많습니다. 성수동 로드투어에서 앞으로 더 많고 다양한 성수동 소규모 청년 가게들을 소개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성수동 <더 키쉬> 한 줄 평

청년 사업가들의 꿈을 정성스럽게 빚어 구워내는 곳



대표메뉴


베이컨 키쉬 5,800원



단호박 키쉬 5,500원


레몬타르트 2,500원


크림라떼 5,500원


샷그린티라떼 5,500원


자몽소다 5,500원


아메리카노 4,000원


공식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cafe_the_quiche/

운영시간 매일 12:00~21:00

연락처 02-6404-7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