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에게 숟가락과 젓가락은 매우 친숙한 도구입니다. 특히 수저문화는 밥상 예절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만큼 어렸을 때 엄격하게 가르침을 받은 기억이 다들 있을 텐데요. 그 가르침 중에는 보통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들고 먹으면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왜 한 손으로만 숟가락과 젓가락을 번갈아가며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우리나라의 수저문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수저문화의 유래
우리에게 숟가락과 젓가락은 밥을 먹기 위한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에서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지만 그 모양도 재질은 저마다 다르죠. 특히 금속 재질인 한국의 젓가락에 대해서는 감탄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 1백여 년 전 한반도에 왔던 서양인 중에는 조선인이 수저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인물도 있습니다. 바로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아버지인 남연군 이구의 묘를 도굴하여 한국인에게 악명이 높은 인물인 오페르트입니다. 그는 독일로 귀국한 뒤에 조선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이 담긴 <금단의 땅, 조선여행>을 펴내기도 했는데요.
오페르트는 이 책에서 중국인들이 젓가락만으로 밥을 먹는 데 비해 조선인들은 젓가락과 함께 나무나 도기로 만든 매우 긴 손잡이가 있는 숟가락을 사용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도기로 만든 숟가락을 사용한다는 그의 설명은 놋숟가락을 몰라서 생긴 오류겠지만, 서양의 스푼보다 손잡이가 긴 조선식 숟가락의 특징이 그의 눈에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오페르트는 중국인이 밥그릇을 입에 대고 식사하는 모습을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하며 점잖게 식사하는 조선인의 모습을 보고 중국인보다 훨씬 우아하고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조선시대의 유학과 젓가락의 상관관계
조선시대 때 공부 좀 했다는 선비들 사이에서 ‘슈퍼스타’ 중 한 명인 중국 송나라 성리학자 ‘주자’는 어린이 예절 교육을 위한 책 <동몽수지(童蒙須知)> 제5장 잡세사의(雜細事宜)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숟가락을 들었으면 반드시 젓가락을 놓아두어야 하고, 젓가락을 들었으면 반드시 숟가락을 놓아두어야 한다”. 이는 곧 두 손으로 숟가락과 젓가락을 동시에 잡지 말고 한 손으로만 사용하라는 지침입니다.
일본의 민족학자 슈다세이는 우리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꺼번에 사용하여 밥을 먹는 이유를 유학과 연결지어 설명했습니다. 숟가락으로 밥과 함께 탕, 국, 찌개를 먹고, 젓가락으로 다른 반찬을 먹는 방식은 고대 중국의 <주례>에 나오는 예법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조선시대 선비들이 철저하게 주나라의 예법을 모범으로 삼아 식사를 했다는 점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 손으로 사용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입니다.
한식 상차림과의 관계
한국인의 수저문화가 한식 상차림 구성 때문에 생겨났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국인의 밥상은 밥과 국, 마른반찬과 국물이 있는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국이나 국물이 있는 반찬을 먹으려면 숟가락이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 역시 밥과 함께 국을 먹는데 그들은 왜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고려시대는 물론 조선시대 사람들이 사용한 식기는 무거운 자기나 놋그릇이었습니다. 그릇이 꽤 무겁기도 하고 열도 금방 전달되는 이런 식기를 직접 손으로 들고 먹기란 매우 힘들죠. 그래서 밥과 국물 음식을 먹는 데 있어서 숟가락은 빠질 수 없는 도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식사에서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모두 갖추는 것이 기본이지만 최근에는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젓가락만으로 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쫀득하고 찰기가 강한 쌀밥이 주식이 되면서 젓가락으로만 밥을 먹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점차 숟가락의 활용도가 줄어들어 이제는 국, 찌개, 전골 등 국물 음식을 먹을 때만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수저문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밥상 문화로 인해 수저문화가 생겨났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방법도 달라지게 되었는데요. 우리가 늘 사용하는 수저이기에 평소에는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오늘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힘께 사용하게 된 유래에 대해 생각해 보며 식사를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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