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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블록체인으로 가짜뉴스를 가려낼 수 있을까?


최근 발생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연일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유익한 정보도 있는 반면 근거 없는 가짜뉴스도 섞여 있는데요. 잘못된 정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혼란을 줄 수 있어 모든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가짜뉴스를 가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SNS, 유튜브, 커뮤니티 등이 활성화되며 점차 진화하고 있는 가짜뉴스를 막을 해결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딥페이크! 진화하는 가짜뉴스 


지난해 3월, 총 157명의 승객을 태운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이륙 6분 만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유튜브에는 사건 발생과 동시에 ‘에티오피아항공 추락 영상’이 공유됐고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는데요. 얼마 되지 않아 이 영상은 몇 년 전 발생한 미국 군용기의 추락 영상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거짓 혹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로 제작해 공유하는 일명 ‘가짜뉴스’가 지난 5년간 인터넷에 확산되며 전세계적으로 큰 혼란을 빚고 있는데요. 



가짜뉴스는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로봇 저널리즘과 같은 첨단기술까지 만나 무서울 정도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딥페이크(AI와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로 알려진 머신러닝 기술에 의해 대량으로 자동 생성되는 이미지나 동영상)’로 불리는 동영상 분야의 가짜뉴스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요. 피해 규모도 점차 확대돼 미국에서는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의 표정과 말투를 본뜬 가짜 영상까지 등장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실제 사람과 똑같은 AI 앵커가 등장해 언론 조작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요.  


가짜뉴스를 보고 웃어 넘길 수 있는 상황을 넘어 사태가 심각성을 띄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다양한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온라인 내 콘텐츠의 전달 과정을 표준화하고 이 표준 외의 내용은 신뢰하지 않는 방식이 있습니다. 즉 뉴스와 기타 웹 콘텐츠를 ‘화이트 리스트(IP 주소 또는 사이트 입증 목록)’하는 방법으로써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이죠.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blockchain security technology)이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암호화폐)을 떠올리는데요. 블록체인 기술은 사실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을 의미합니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기록을 검증해 해킹을 막는 것이 특징이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정보의 투명성과 불변성을 지킬 수 있는데요. 블록체인 상에 기록된 모든 정보가 참여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한번 기록된 이후에는 함부로 정보를 조작, 삭제할 수 없고 변동 사항이 생기면 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잘못된 정보인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난 12월에 발표된 ‘가트너 2020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전 세계 뉴스 및 비디오 콘텐츠의 최대 30%가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진실로 판명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앞서 설명했듯이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뉴스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고 해당 정보의 흐름을 지시하는 알고리즘, 필터까지 제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등장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후원하는 뉴스 출처 프로젝트, 딥 트러스트 얼라이언스, PO.ET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들은 웹에서 뉴스, 이미지, 동영상이 쏟아지는 방식을 표준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PO.ET 는 변경 불가능한 기록을 만드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시스템을 개발 중이고요. 뉴스 출처 프로젝트는 IBM의 게라지(Garage)와 협력해 누가, 어디서 촬영했는지, 언제 편집되고 공개됐는지 등 뉴스 사진과 동영상에 대한 상황 별 메타데이터를 저장하는 개념 증명을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 블록체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뉴스 출처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가 픽셀을 검사하고 픽셀이 변경되었는지, 진품으로 남아 있는지를 판단하도록 구성하고 있고요.   


가짜뉴스와의 전쟁! 



이와 같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움직임이 확산되면 머지않아 가짜뉴스와의 전쟁도 종식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2016년 대통령선거부터 가짜뉴스의 폐해를 경험한 미국과 유럽은 뉴욕타임스와 전통 미디어기업을 중심으로 팩트 체크 전문팀을 운영하고 있고 언론사들이 나서 소비자 스스로 가짜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매체 이해력)’ 교육도 벌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창간 99주년을 맞아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와 함께 최근 국내에서 유통된 가짜뉴스 101건의 특징을 분석하고 소비자들이 올바른 ‘팩트 체커(fact checker)’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가짜뉴스 체크리스트’를 제작했습니다. 



▦ 가짜뉴스 체크리스트 

1. 언론사명, 기자 이름, 작성일이 나와 있는지 

2. 실체를 알 수 있는 전문가 이력이 실려 있는지 

3. 신뢰할 만한 언론사에서 나온 기사인지 

4. 기사나 글을 처음 접한 곳이 어디인지 

5. 참고자료의 출처가 분명한지 

6. 예전에도 본 적이 있는 글인지 

7. 공유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은지 

8. 상식에 어긋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 

9. 한쪽의 입장만 나와 있는지 

10. 기사 제목이 자극적이지는 않은지 



지금까지 IT기술을 통해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블록체인과 같은 전문적인 기술의 일반화를 응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실과 거짓을 판명하는 눈과 기준을 바탕으로 스스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는 습관을 가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