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의 창립 6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Start, New Sindoh] 벌써 네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3월에는 신도리코 국내 사업장인 서울과 아산 건축물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번 달에는 신도리코 해외 사업장인 중국 칭다오 공장과 하노이 공장의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왔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신도리코 글로벌 공장의 건축 스토리를 소개하겠습니다.

 

칭다오 공장

 

▲ 칭다오 공장 전경

 

광활한 대지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을 설명하는 데 딱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불과 10년 사이 칭다오 공장은 고층 아파트와 상가로 에워졌는데요. 처음 이 부지는 기암이 멋스러운 산을 등진 비옥한 벌판이었다고 합니다.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의 건축가인 민현식 교수는 이곳을 보자 마자 건축가 루이스 칸(1901~1974)이 이야기한 ‘처음 Beginning’을 떠올렸다고 하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아름다움이 하룻밤 사이에 창조된다고 믿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고대적 처음과 함께 출발하여야 한다. 고대적 처음은 파에스툼과도 같다. 파에스툼은 파르테논보다 덜 아름답다. 파에스툼으로부터 파르테논이 나왔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러나 나에게 파에스툼은 대단히 아름답다. 그것은 굵고 짧으며 섬찟한 비례를 가지고 있고, 건축의 시작을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벽들이 분리되어 기둥이 되는 순간이며, 음악이 건축으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시간이며, 우리는 아직도 그 시간에 살고 있다.”

 

▲ 칭다오공장 사무동 주변 숲길

 

신도리코 칭다오 공장 대지는 300,000㎡ 로 상당히 광활합니다. 이 땅을 200m 폭으로 3등분하여 첫 번째 부지에는 2003년 10월 1기공장을 지었고 남은 부지에는 잔디구장을 조성해 직원들의 체력단련과 함께 장래의 유보지로 확보했습니다. 두 번째 부지는 완충녹지와 인접한 대지였기에 개발보다는 자연과 연장된 숲으로 묘포장을 조성했고 북쪽 귀퉁이 일부 부지에는 직원용 숙소인 삼애헌을 지었습니다. 나머지 3분의 1에 해당하는 부지에는 2006년 7월에 총 건물 면적 83,000㎡에 달하는 2기공장이 들어섰었는데요. 현재 2기공장은 1기공장에 편입되어 없지만 2기공장이 있었던 부지는 상가로 재조성 되어 칭다오 공장 주변 개발의 중심지로 부상했다고 합니다.

 

▲ 잔디광장에서 바라본 칭다오공장

 

칭다오 공장 입구의 본관동부터 끝자리에 위치한 부품 보관동까지 열 개의 황토색 지붕은 건축 당시의 주변 집단 거주지 삼곡로에서 착안해 설계되었다고 하는데요. 칭다오 공장 전면에 형성된 마을은 붉은 맞배지붕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이와 조화를 고려해 칭다오 공장에도 서로 다른 기울기를 가진 황토색 지붕을 배치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후 공장 주변에 고층 아파트단지가 형성되면서 칭다오 공장 준공 당시의 조화는 고유의 개성으로 변모했다고 하네요.

 

▲ 칭다오공장 설계 도면

 

단순함과 통일성이 주는 가치

 

칭다오 공장은 넓은 평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생산공장을 단층으로 결정했는데요. 공간의 제약이 없어 본관동을 시작으로 부품보관동까지 기능에 따라 공장이 일자로 늘어서도록 배열했다고 해요. 이 방식의 건설 시공은 쉬운 편에 속해 오히려 공사기간이 단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완공 이후 작업장 배치가 최적화되어 생산효율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작업장과 함께 복도도 층고를 높임으로써 통기성은 물론 공장이라는 공간적 무거움을 줄였습니다.

 

또한 건축 시 본사와 아산공장과의 연계성을 위해 기존 모듈을 응용해 건축했습니다. 조립라인, 창고의 적재단위, 구조체의 재료, 시공성, 경제성 등을 고려해 12×18m의 기본 모듈로 건축을 결정했고, 모듈의 반복과 변형을 통해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이 방법 역시 결과적으로 공사기간이 단축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 물의 정원

 

물, 돌, 바람이 머무는 곳

 

칭다오 공장 내부에는 일상이 자연과 예술을 만나면서 한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안겨주는 세 개의 정원이 있습니다. 사무동과 생산공장 사이에 물의 정원, 생산공장 내에 바람의 정원, 생산공장과 부품제조부 사이 연결부에 돌의 정원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공장 내부 작업장은 동선을 단순화한 것과 달리 건물 내부에는 세 개의 정원을 배치해 공간에 리듬을 부여했습니다.

 

물의 정원은 넓게 펼쳐진 수면과 그 위에 자리한 돌모양의 장식품이 돋보이는 정원입니다. 물 한가운데 ‘빛나는 돌’은 물빛에 스미고 햇볕에 부서지며 반짝이는데요. 안규철 조각가는 ‘빛나는 돌’에 대해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방문객에게 신도가 던지는 인사”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공장에 들어서는 사람은 누구나 넓게 펼쳐진 잔잔한 수평면 앞에서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는 심리적인 정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 돌의 정원

 

물의 정원이 공장에 들어선 방문객을 향한 첫 인사라면 생산공장과 부품제조부 및 검사부를 연결하는 복도 통창 밖의 ‘돌의 정원’은 잔잔한 위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유리창 건너로 직원 휴게실이 보이고 그 위로 산과 하늘과 구름이 흘러 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긴 직사각형 형태의 돌의 정원에는 2만장의 적벽 돌을 피라미드처럼 쌓아 만든 조형물이 정중앙에 놓여 있습니다. ‘집의 시작’이라 이름 지어진 이 작품은 벽돌 하나하나가 모여 집을 이루는 상징을 담았습니다. 벽돌은 집을 이루는 최소 단위지만 많은 벽돌이 모이면 어떤 건축물도 지을 수 있다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돌의 정원은 단순해서 자칫 황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하루 하루가 모여 역사가 되고 한 장 한 장이 모여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신도가 칭다오 공장에서 쌓아갈 시간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 바람의 정원

 

세 번째 정원인 바람의 정원은 대나무 잎이 바람에 스치는 공간입니다. 몇 그루의 나무와 푹신한 잔디는 열댓 평 남짓의 소담한 크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 작고 알찬 공간에는 단단한 자연이 나름의 규칙과 섭리 안에서 서로 호흡을 주고받고 있는데요. 이 공간은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빼앗고 지친 일상에 잠시의 위안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바람의 정원은 작은 것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속삭이고 위로하는 물과 돌과 바람의 정원이 있는 칭다오 공장은 세월이 꽤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노이 공장

 

▲ 하노이 공장

 

현지에서 얻은 지혜

 

신도리코 하노이 공장은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와 인접해 인프라가 우수한 빈폭성 카이콴 공단에 자리 잡았습니다. 건설 직후부터 공단의 랜드마크 공장으로 떠올랐는데요. 신도의 공간철학인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일과 휴식의 조화를 반영한 하노이 공장은 상하의 나라 베트남의 폭염과 높은 습도를 고려해 설계되었습니다. 하노이 공장도 민현식 교수의 손을 거쳤습니다. 신도와 오랜 시간 교감하며 신도의 기업문화와 경영철학 그리고 건축방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설계자였던 민현식 교수는 하노이 공장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는데요. 현지를 면밀히 검토한 그의 건축 해법은 기후에 대한 고려였습니다.

 

“기계적 냉방장치를 최소화하면서도 시원하고 쾌적한 집을 짓는 것을 당면과제로 삼고 베트남의 기후환경에 맞는 ‘이 땅의 건축’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베트남의 민속건축을 공부하며 영감을 얻었고 거기서 해답을 찾았다. 다양한 소수 민족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베트남에서 나의 영감을 자극한 것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면 서도 더위와 습기를 피하는 데 최적화된 ‘에데의 긴 집 La longue maison des Ede ’이었다.”

 

▲ 하노이 공장 사무동

 

호수 위의 집

 

하노이 1기공장은 자연친화적 공장으로 태어났습니다. 현장의 풍향을 고려해 건물을 배치하고 바닥 에어 터널, 지붕의 모니터, 벽과 창의 상하부 그릴, 중정 그리고 깊은 창이 어우러져 공장 내부를 하나의 큰 바람통으로 만들었습니다. 바닥은 찬 공기를 유입하고 더운 공기는 지붕으로 배출하는 대류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구조인데요. 현지의 실력 있는 미장공이 정교하고 매끈하게 완성한 샌드위치 패널 외장재도 건물에 기품을 더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공장의 가장 큰 건축적 특징으로 본관 앞 ‘연못’과 본관과 연결된 10m가량의 ‘콘크리트 다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호수의 도시라 불리는 하노이를 상징하듯 이 연못은 공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데요. 연못에 물을 공급하는 분출구는 도예가 이송암의 작품 ‘피어나다-봄’으로 움트는 생명력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땅을 헤치고 솟아나는 새싹이 움트는 소리, 겨우내 얼었던 시내가 녹아 여울져 흐르는 물소리, 새들의 지저귐, 벌레들의 꿈틀거림, 시작을 알리는 생명의 에너지들 이 모여 광대한 우주를 운행한다는 뜻을 담았다.”

 

또한 하노이와 40분 거리의 빈푹성은 습지가 많은 지역입니다. 지역적 특성 때문에 건축설계 과정에서 전에 없던 고민이 생겨났고 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였는데요. 민현식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설계노트를 통해 이야기했습니다.

 

“지반이 습지인 이곳의 지내력(地耐力: 지반이 구조물의 압력을 견뎌 내는 정도)은 0에 가깝다. 지표면이 해수면이나 다름없기에 물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암반층까지 닿는 바닥층도 깊어 건설작업은 난항이 예상되었다. 건설 과정에서 50톤의 지내력을 얻기 위해서는 30m 길이의 철골 파일 수백 개를 습지 바닥 곳곳에 박아 지지대 역할을 하도록 했다.”

 

▲ 하노이 공장 내부

 

생산라인을 기준으로 동쪽은 사무 기능을 전담하는 사무공간으로 서쪽은 생산근로자를 위한 오토바이 주차장, 근로자 출입구, 로커 및 샤워장, 식당을 배치했습니다. 이곳의 경계는 하얀색 벽과 신도의 대표 색상인 블루 컬러의 창문으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하노이공장은 완공도 되기 전에 공장 같지 않은 공장이라는 소문이 나며 현지 방송의 눈길을 끌었고 독특한 외관과 최신 설비를 갖춘 생산라인, 자동화 창고를 담은 영상이 베트남 중앙방송 VTV 과 빈폭성 지방방송의 뉴스를 장식했습니다. 근로자 중심의 쾌적한 공간을 창출한 하노이 공장은 저렴한 인건비를 겨냥한 글로벌 생산기지가 아니라 오늘날 현지인과 상생하는 생산기지로 현지인에게도 인정받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 건물 옥상의 산책로

 

플루메리아에 숨겨진 약속

 

하노이 공장의 첫인상은 깨끗하고 단정합니다. 반듯하고 고즈넉한 외관과 달리 축구장 2배 면적의 공장 내부는 매우 분주한데요. 높다란 층고와 베트남 전통 건축을 본떠 만든 긴 회랑과 쾌적한 통풍시설이 갖춰진 내부는 각종 복사기 부품을 생산하는 직원들의 열정으로 후끈 달아올라 있습니다. 그 열기와 더불어 기계 조립에 따른 반복적인 소리만 작업장을 메우고 있는데요. 건축가 민현식 교수는 2기공장을 완성할 때 건물 옥상에 긴 산책로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직원들을 위해 옥상에 특별하게 디자인한 길을 냈다. 이 길은 일차적으로 공장의 생산과정을 가로지르는 동선을 배제하기 위해 설계되었지만 더 나아가 그늘지고 바람 부는 휴게장소로 이용되어 직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로 거듭나기를 바라 는 마음으로 배치했다.”

 

정원 곳곳에 심은 야자수와 함께 플루메리아도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하노이공장의 대표목인 플루메리아는 일명 하와이안 플라워로 불리며 ‘우리의 만남은 행운’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원 조성 당시 심은 나무들은 수령이 얼마되진 않지만 어른 손바닥 크기의 무성한 잎으로 제법 너른 그늘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무성한 잎을 뚫고 피워 낸 새초롬한 꽃은 꽃술도 없이 진한 향기를 풍기는데요. 꽃대궁을 휘감아 오르며 수줍은 듯 몸을 비튼 다섯 개의 하얀 꽃잎엔 파스텔 톤의 노란빛이 번지며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빈폭성에 신도리코의 새로운 생산기지가 자리를 잡은 것은 예기치 않은 행운이 따랐기 때문인데요. 신도가 APG를 결성한 지 20일 만에 베트남 빈폭성 정부가 서울에서 투자유치세미나를 연 것을 계기로 신도리코와 빈폭성 정부가 만나면서 아세안 프로젝트가 급 물살을 탔고 빈푹성 정부의 적극적 협조 아래 신도리코의 하노이 공장 건설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하노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재양성에 큰 역할을 해낸 것이지요. ‘당신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는 뜻을 가진 플루메리아가 곳곳에 심어진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 하노이 공장 출하장

 

지금까지 신도리코 서울본사와 아산사업장에 이어 글로벌 공장 건축물에 담긴 의미와 스토리를 알아봤는데요. 서로 다른 각도의 경사 지붕으로 ‘통일과 변화(Unity & Variety)’를 지향한 칭다오 공장과 베트남의 기후를 고려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하노이 공장의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읽으셨나요? 신도리코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짓고 다음 시간에는 신도리코를 글로벌 오피스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대표적인 기술과 제품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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