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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프랑스를 대표하는 빛의 장인, 장 누벨

안녕하세요, 신대리입니다.

 

오늘은 프랑스의 대표 건축가이자 현대 건축의 거장인 장 누벨과 그의 작품들에 대해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장 누벨은 빛의 건축가라고 불릴 정도로 건축을 할 때 자연의 빛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투명함마저 느낄 수 있는데요. 건축물을 보물처럼 여기던 아이에서부터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기까지의 그의 흔적을 살펴보겠습니다.

 


공간에 빛의 숨을 불어넣다

 

글 최용우(건축가)

 

 


빛의 장인장 누벨은 빛을 자유자재로 해석해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키는 건축가로 유명하다. 레이스 문양의 천장을 통과한 빛의 물결이 인상적인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과 조리개가 달린 창이 빛에 따라 개폐되는프랑스 아랍문화원’, 투명도가 다른 유리로 외벽을 장식해 빛의 미묘함을 살린 뉴욕의 ‘100 11th Avenue’이 대표적인 예다. 빛을 감각적으로 활용한 그의 작품을 만나본다.

 

빛으로 공간을 해석하는 건축가

 

여덟 살 때, 우리 가족은 아름다운 건축물이 수두룩하게 남아 있는 사흐라(Sarlat)로 이사를 갔고, 그곳에서 나는 오래된 건축물에 새겨진 글씨를 유심히 살펴보곤 했다. 거기엔이것은 예술이다’, ‘이것은 보물이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어린 아이였던 나는 이보물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다. 당시 나에게 있어서 보물은 귀중한 물건이 든 보석함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보물이란 바로 그건축물 자체라고 일깨워주셨다.”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한 말이다. 어쩌면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에 각인된 건강한 기억과 경험은 전인(全人)적인 인간을 완성시킨다. 아마도 장 누벨은 고풍스러운 중세 마을의 차분한 건축물 속에서 자질 있는 건축가로 성장할 운명이었나 보다.

 

장 누벨은 1945년 프랑스 소도시인 후멜(Fumel)에서 태어나, 1966년 에꼴 드 보자르 입학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졸업 후에는 클라우드 파렌이란 건축가의 사무실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건축가로서의 자양분을 얻었다. 이후 그는 국제적인 건축 현상설계에 여러 번 참여하는데, 1981년 프랑스 파리의 아랍문화원 현상 설계가 당선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사람들은 그를빛의 건축가또는빛의 장인이라고 부른다. 그가 빛이란 자연 요소를 건축물에 적절히 구사하여 빛으로 충만한 공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리라. 또한 그는 건축물과 주변 환경과의 경계를 허물어 그 속에 녹아들고자 했다. 역사적인 관성과 진부함을 거부하며, 동시에 국제주의 건축의 획일성과 빈곤함을 비판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빛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건물, 프랑스 아랍문화원



 


프랑스 아랍문화원(L’Institut du Monde Arabe)은 프랑스인 또는 유럽인에게 아랍 문화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배경으로, 여기엔 다른 내막이 있다. 당시 프랑스에는 북부아프리카와 터키 주변의 아랍 국가를 유린한 기간 동안 당국으로 유입된 아랍 출신 사람들이 많았다. 프랑스 정부는 아랍계 사람들이 사회적 마찰을 빈번히 일으키자 아랍권과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러한 이유로 프랑스는 19개국의 아랍 국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아랍문화원 설립을 계획했다. 얼마 뒤 아랍문화원 현상 설계 공모가 시작 되었고, 장 누벨이 제안한 아랍문화원 현상 설계가 당선되면서 그는 세계적 스타 건축가로 이름을 날린다.

 


 


아랍문화원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요소는 외관, 즉 건축물의 껍데기(skin)이다. 아랍문화원 남쪽 면은 알함브라 궁전의 장식 모티브에서 연유한 수많은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넘실거린다. 이 아라베스크 문양은 단순한 2차원적 장식 패턴이 아니라 햇빛의 세기에 따라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며 일조량을 조절하는, 마치 카메라의 조리개와 같은 역할을 한다. 2 7천여 개의 조리개 판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빛은 그때그때 다른 실내 분위기를 만든다. 이처럼 현대적인 재료와 기술을 통해 아랍 문화의 전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아랍문화원은 노트르담 성당 지근거리에 위치해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발돋움 했다.

 

()과 빛이 만들어내는 물결, ‘100 11th Avenue’

 

 


뉴욕 맨하튼 첼시 예술의 거리에는 유리로 뒤덮인 23층짜리 건축물이 하나 있다. 장 누벨이 설계하여 2010년 준공된 주거용 건축물 ‘100 11th Avenue’가 그것이다. 거대하고 화려한 거리에, 이미 거대하고 화려하게 자리 잡고 있는 기존의 다른 건축물 속에서, 장 누벨의 새로운 건축물은 전혀 위축됨 없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장 누벨은 이 아파트에 각각 다른 반사율을 갖고 있는 1,700장의 창유리를 이어 붙여 거대한 유리벽 외관을 만들었다. 유리는 반사율이일정 정도이상이 되면 사물을 투과하는 빛보다 반사하는 빛이 많아져 거울처럼 사물을 비친다. 하지만 유리마다 그 기준이 달라 같은 빛이더라도 유리의 반사율이나 기울기 등에 따라 각양각색의 표정을 짓는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면서 각기 다른 모습을 뽐내는 유리들은 마치 흑과 백 사이에 펼쳐진 무한한 회색 지대 같다. 1,700장이 넘는 창이 서로 다른 기울기로 어우러져 있는 ‘100 11th Avenue.’ 아파트라는 획일적인 공간에 빛이라는 찬란한 색을 입힌 장 누벨의 재치가 엿보인다.

 


장 누벨의 철학이 응축된 공간,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Louvre Abu Dhabi)은 아직 지어지지 않은 건축물이다. 그러나 이미 지어진 그 어떤 다른 건축물보다 격렬한 논쟁 대상이며, 동시에 깊은 관심을 받는 건축물이다. 전자는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이 세워지게 되는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며, 후자는 공개된 박물관의 조감도와 투시도에서 보여 지는 장 누벨의 탁월한 감성이 응축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정부는 아부다비에 세울 박물관에루브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그야말로소리 나는 금액을 프랑스에 지불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내부에서는프랑스의 영혼을 파는 행위라며 프로젝트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간에 공개된 박물관 투시도는 몽환적이며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박물관 천장은 레이스 문양으로 빛이 그 무수한 구멍 사이로 흘러 들어오게 구성되었다. 이를 통해 들어온 빛은 희고 흰 박물관 내부에 파편으로 박힌다. 한 줄기의 빛까지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키는 빛의 장인 장 누벨의 건축 철학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그야말로 장 누벨은 공간에 빛을 불어넣어 건축물을 살아 숨쉬게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칫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건물에 따스한 빛을 잘 조화시킨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스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사실 건물에 빛을 잘 조화시킨 작품은, 신도리코 건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특히 리모델링을 마친 아산공장이나 서울본사 곳곳에는 빛이 들고, 자연을 볼 수 있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아산공장입구 모습인데요, 건물 천장이나 옆면의 벽을 통해서 따뜻하게 빛이 스며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산공장을 방문하면 공장의 느낌이 아니라 아름다운 갤러리를 방문한 것처럼 평온한 느낌이 든답니다.

 

신도리코 건물도 정말 멋지죠? 앞으로 장 누벨이 어떤 작품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지 기대됩니다. 이상 신대리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