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대리입니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자연과의 조화가 매우 두드러집니다. 특히 기하학적인 콘크리트 구조물과 물과 빛 등의 조화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습니다. 그럼 안도 타타오의 건축 세계를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님의 글로 만나보겠습니다.
기하학으로 자연을 담아내다, 일본 건축의 거장 안도 타다오
피라미드, 판테온으로부터 시작된 기하학적인 공간은 서양 건축물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반면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극동아시아의 건축은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이러한 두 개의 건축을 하나로 융합한 건축이다. 한마디로 기하학적인 건축을 통해 자연을 담아내는 것이 안도 타다오의 건축세계다.
프로 권투선수 출신의 세계적 건축거장
안도 타다오는 훌륭한 그의 건축뿐만 아니라 드라마틱한 출신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안도는 젊어서 프로 권투선수의 길을 걸으려 했다. 동남아 원정까지 다녀올 정도로 안도는 권투를 취미가 아닌 인생의 커리어로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훌륭한 일본 챔피언을 보고 자신은 프로 권투선수를 할 만한 재목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그만둔다. 이후 간단한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건축의 길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러던 중, 헌책방에서 우연히 펼친 도면 집에서 르 코르뷔제의 건축을 접한다. 그는 훗날 “르 코르뷔제의 건축을 보고 내가 가야 할 건축의 길을 발견했다”라고 회고한다. 르 코르뷔제 밑에서 일하면서 건축을 배워야겠단 생각에 시베리아 기차를 타고 유럽으로 가지만, 유럽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본국으로 돌아온 안도는 르 코르뷔제의 도면 위에 트레이싱 페이퍼를 대고 한 장 한 장 베끼면서 건축을 공부했다. 지금 안도가 키우는 개의 이름이 ‘르 코르뷔제’인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르 코르뷔제를 사모했는지를 알 수 있다.
기하학으로 잘라낸 하늘, ‘나오시마 미술관’
서양의 기하학적인 건축물은 주로 자신의 위용을 떨치는데 치중한다. 때문에 자연에 놓였을 때 그 인공성은 극대화 된다. 하지만 안도의 작품은 자연에 놓였을 때 자연과 하나 되기를 시도한다. 콘크리트 가벽을 이용해 건물과 자연이 하나 되게 연출하는 것이다. 그러다 안도는 아예 그의 기하학적 건축물을 땅에 묻어 버리기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나오시마 미술관이다. 자연의 언덕에 건물을 묻음으로써 자연 속에서 건축의 공간적 체험만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또 타원•직사각형 같은 구멍을 통해 하늘을 프레임하여 자연을 담아내는데, 이 기하학의 구멍을 통해서 하늘과 빛, 그리고 바람이 건축물 내부로 들어온다.
니오시마 미술관 전경
바다가 굽어 보이는 곳에 위치한 니오시마 미술관
또한 안도는 모든 작품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노출 콘크리트라는 단순하고 원초적인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공간의 원형을 창조하려고 했다”는 안도의 말에서 그 의지가 엿보인다. 안도는 기하학을 통해서 자연을 담아낸 마스터이다.
물을 가로질러 가다, ‘물의 절’
안도 타다오의 건축에서 물은 건너는 것이 아닌 관통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종교건축에서 물은 공간의 전이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였다. 가령 구약성경엔 이스라엘 민족이 출애굽을 해서 광야로 들어가고 광야에서 다시 가나안 땅으로 건너가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두 개의 이야기는 각기 홍해와 요단강을 건너는 사건으로 나타난다. 이집트인들은 죽은 사람이 ‘영혼의 강’에서 탈 배를 피라미드에 넣어두기도 했다. 이렇듯 모든 문화에는 공간의 전이와 신분의 변화 등에 수(水)공간이 위치한다. 이런 상징성을 가진 물을 안도는 어떻게 사용했을까?
연못에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붉은 법당으로 침잠하게 된다
안도의 건축에서 물은 ‘관통하는 것’이다. 그는 ‘물의 절’에 접시 모양의 얕은 타원형 연못을 만들고 절에 입장하는 사람이 그 물을 관통해 밑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계단을 만들었다. 기존 절에서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은 항상 물 위에 위치한다. 하지만 물의 절에서 사람과 물의 위치는 계속 바뀐다. 내방자가 입구의 계단에 서있을 때에는 사람이 물 위에 있다가 몇 계단을 내려가면 시선이 수면과 동일한 높이에 놓인다. 몇 발자국을 더 디디면 사람은 물 밑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리고 완전히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붉은색 절과 마주한다. 안도는 이처럼 같은 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해 사람이 내면세계로 침잠하는 듯한 드라마를 연출한다.
빛으로 만든 십자가, ‘빛의 교회’
밖에서 유입되는 빛이 눈부신 십자가 형상을 만든다
기독교에서 빛은 하나님의 임재(臨在, 그리스도교에서 하느님이 인간에게 나타나는 일)를 상징한다. 때문에 서양 기독교 역사에서 건축가들은 빛을 교회 건물 안으로 영입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했다. 교회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상징은 십자가다. 중세교회의 기본적인 평면도는 십자가 모양이며, 예배당 내부로 들어가면 제단 정면에 십자가가 놓여있다. 빛과 십자가는 수천 년 동안 서양교회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이었지만 그 누구도 이 둘을 하나로 합친 건축가는 없었다.
지붕도 올릴 수 없을 정도의 적은 예산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빛의 교회
그러다 1989년, 서양인도, 기독교도도 아닌 안도 타다오라는 일본 건축가가 두 개의 상징을 하나로 합친 작품을 남긴다. 바로 ‘빛의 교회’다. 빛의 교회는 단순한 콘크리트 박스에 한쪽 면으로 가벽이 비스듬하게 치고 들어오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 틈을 통해서 최소한의 채광이 해결이 된다. 그리고 이 어두운 박스형 공간의 정면에 십자가 모양으로 틈이 파여 있어 빛이 십자가 모양을 형성하게 한다. 어두운 곳에서 최대한으로 열린 사람의 동공에 십자가 모양의 빛이 어떠한 느낌으로 비춰질지 상상해보라. 실로 안도는 빛의 교회에서 빛이 무엇이고 십자가가 무엇인지를 단순한 기하학의 공간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안도 타다오는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 자리한 한솔뮤지엄 및 제주 서귀포의 본태박물관 건축물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신대리도 지난 6월 한솔 뮤지엄으로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원주 오크밸리의 한솔 뮤지엄 가는 오솔길
오솔길을 따라 5분쯤 걸으면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한솔 뮤지엄이 등장한다
자연과 건축물은 언뜻 보면 상반된 것 같지만 한솔 뮤지엄을 직접 보면서 이렇게 멋지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위대한 건축가들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건축물은 자연은 서로 공존하는 관계라는 점이죠. 안도 타다오의 건축 역시 자연과의 조화가 가장 큰 특징입니다.
다음에도 더 멋진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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