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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아름다운 음악과 연기가 주는 감동의 무대, 뮤지컬 <레미제라블>

안녕하세요, 신대리입니다.


2012년 연말, 극장에 영화 <레미제라블>이 개봉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었는데요. 영화보다 생생한 연기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꾸며진 뮤지컬 <레미제라블> 이 한창 공연중입니다. S/W 개발부 정길수 사원이 뮤지컬 <레미제라블> 관람기를 만나볼까요?



공연 전은 언제나 설렌다


꽤나 오래간만의 공연이라 설레는 맘을 안고 공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운 좋게 VIP석 티켓을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었던 터라 기대감에 들떠 있었던 탓인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블루스퀘어 홀은 처음이었기에 호기심으로 공연장 부근을 둘러보았는데, 건물 내부의 <레미제라블> 관련 전시물들을 보느라 개막 시간이 금새 찾아왔습니다.




사실 고전을 꽤 좋아하는 편임에도 그 동안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원작을 다 읽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흔히 아는 장발장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에 대한 기억만 있었던 터라, 더 흥미를 갖고 공연의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스크린에 비춰진 Les Misrables이라는 단어를 보며 이런 생각들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자 무대의 막이 올려지고 ‘낮춰(Look down)’라는 강렬한 곡과 함께 레미제라블이 시작됐습니다.



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색다른 느낌


19년의 옥살이에서 가석방된 장발장에게 남은 건, 사람, 법, 등 모든 것을 내포한 세상에 대한 분노뿐이었습니다. 그때 등장하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 친숙한 그 장면으로, 은제 식기들을 들고 도망친 장발장에게 은 촛대 마저 건내며 이 사람에게 죄가 없다며 경찰을 말리는 신부 이야기입니다. 


이 뮤지컬 초반에 가장 압권인 장면이라면 단연 여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신부에게 구원받고 옥살이와 죄악감보다 비참한, 비수와도 같다고 표현한 수치심으로 고뇌하는 장발장의 모습은 정말 웅장했습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이 유명한 이야기는 장발장 역을 맡은 정성화의 멋진 연기와 맞물려 나를 비롯한 청중들을 짧지 않은 이 뮤지컬 속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운 명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Bring Him Home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시민들에게 버림받은 학생들이 바리케이드에서 프랑스군과 맞서 싸우기 바로 전날 밤의 모습이었습니다. 역경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관철하는 강한 의지,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살아나갈 수 없으리라는 불안감, 왕정 철폐를 바라는 소망, 사기를 돋우기 위한 자신감 등의 여러 복잡한 감정이 얽혀, 힘차게도 슬프게도 보이는 그 노래가 참 인상 깊었습니다. 


그 노래가 끝나고, 코젯을 위해 청년 마리우스를 살려 보내려는 아버지의 마음과 죽음과 가까이 닿아있는 청년에 대한 안타까움이 섞인 장발장의 솔로 곡 ‘집으로(Bring Him Home)’도 정말 마음 깊이 애절하게 닿았습니다.



여러 등장인물의 신념과 개성이 빛난 무대


2시간 40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빅토르 위고의 장대한 서사시인 레미제라블을 표현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극화를 위해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을 살리려 노력하였고 이 점이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신념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장발장은 ‘양심’. 자베르는 ‘법’, 판틴은 ‘모성애’, 앙졸라는 ‘사회 정의’, 코제트와 마리우스, 그리고 에포닌은 ‘사랑’, 떼나르디에 부부는 ‘돈’. 여러 배역들의 신념과 그를 개성으로 표현하는 멋진 연기력은, 이 뮤지컬이 작년 한 해 동안 넘치도록 받은 찬사의 이유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런 신념의 부합과 상충으로 일어나는 갈등이 이 뮤지컬의 클라이막스를 화려하게 장식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지 못하고 시장직을 버리는 장발장, 장발장과 자베르의 끊이지 않은 갈등, 장발장의 양심에 구원받아 자신의 이념과 자존심에 상처입고 다리로 몸을 던지는 자베르. ‘사랑’과 ‘정의’에서 갈등하는 마리우스, 코제트를 위해 마리우스를 지키려는 장발장. 이러한 대목 과 대목이 이어져 장발장이 마치 성인과 같은 성품을 지닌 채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더 빛나게 한 연기력


곡, 무대, 구성 등 뮤지컬 자체도 물론 좋았지만, 연기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레미제라블의 무대장치는 흔히 함께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그것들에 비해 정교하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일지 모르겠지만,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같은 4대 뮤지컬 중 2가지인 ‘오페라의 유령’이나 ‘캣츠’에 비해 뛰어난 음악성이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그렇지만 레미제라블이 다른 화려한 뮤지컬들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박수 받는 이유는 배우들의 숙련된 연기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 오디션에도 꽤나 많이 노력을 기울였고, 뮤지컬계의 흔한 관행과 같은 더블 캐스트를 피하고, 한 팀으로 호흡 맞춰 공연을 진행해 왔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그만큼 멋진 연기력과 공연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정성화라는 배우에 대한 놀라움이 나에게는 정말 컸습니다. 주연 장발장을 맡으며 보여줬던 노래와 연기는 그에게서 개그맨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증명했습니다. 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장발장의 모습도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이런 정성화의 장발장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


이전에 개봉했던 영화 <레미제라블> 보지 않았었기에, 공연 관람 후에 공연을 되새기려 영화도 찾아 보았습니다. 좋은 영화였습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ABBA에서 보여준 가창력을 잊지 못하고 있었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러셀 크로우도, 휴 잭맨의 장발장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가져다 준 좋은 영상과 음질 보다 더 무대에서 그들이 함께 외치던 ‘낮춰(Look Down)’의 열정과 함성이 귓가에 훨씬 크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뮤지컬 영화의 한 가지 가장 큰 단점이 있다면 이런 열정과 생동감을 전해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좋은 기분을 계속 충전하고자,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또 무대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후기를 보니 뮤지컬을 보며 느낀 감동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 합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배우, 연출,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바로 뮤지컬의 묘미죠. 영화 <레미제라블>을 재미있게 보았다면 이번에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주는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