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대리입니다.


건축가마다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른 고유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건축물은 보기만해도 단번에 어느 건축가가 설계했는지 알아볼 수도 있죠. 하지만 건축물별로 각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축가도 있습니다. 틀에 박힌 구조 대신 자유로운 형태를 추구하는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그렇습니다. 렘 콜하스는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건축가로 매 작품마다 개성이 넘쳐납니다. 그래서 그는 ‘건축계의 이단아’라고 불리곤 합니다.


저널리스트, 극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을 지닌 렘 콜하스는 건축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숲 속 작은 주택부터 베이징 시내를 위풍당당하게 지키고 서 있는 랜드마크 빌딩까지 그의 건축 스펙트럼은 지금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건축가 렘 콜하스의 건축 세계를 김원갑 경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님 말씀으로 들어보겠습니다.



▲ 유리로 마감한 번쩍이는 은빛 외관이 시선을 끌지만 

내부는 부드럽고 따뜻한 자연 채광이 전체를 감싸는 시애틀 도서관



그 무엇에도 길들여지지 않은 건축


렘 콜하스는 1963년 네덜란드의 주간지 「헤이그 포스트」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습니다. 당시 스무 살이었던 그는 그곳에서 문학, 음악, 예술, 건축 등의 분야를 접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아버지인 안톤 콜하스가 이끄는 네덜란드 필름아카데미에서 그룹을 결성하여 사람들과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때때로 연기도 하며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 렘 콜하스의 문학적, 영화적 지식은 훗날 추상 예술과 초현실주의적 상상을 건축에 이입하는 바탕이 됐죠.


1966년, 그는 세미나에서 만난 게리트 리트펠트와 작업하며 네덜란드의 추상 예술 기법을 접했습니다. 또한 당시 최고의 러시아 구성주의 건축가 이반 레오니도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구성주의에 대한 기반을 쌓을 수 있었답니다. 이 때의 경험은 그의 초기 건축 작품에 구현됐죠.


이후 그는 당시 가장 실험적이었던 영국의 건축학교 AA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는데 그 대표적 제자가 ‘자하 하디드’ 였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실험적 디자인의 배경이 렘 콜하스에게서 비롯된 셈이죠.


‘거대 도시’를 연구하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간 뒤, 지난 연구 결과를 토대로 1978년 「광기의 뉴욕」을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금기를 뛰어넘는 사고와 이론을 통해 현대 건축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거대하고 기하학적으로 변주된 건축 작품은 ‘세계 건축계의 이단아’라는 수식어를 선물함과 동시에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라는 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Library for all, ‘시애틀 공공도서관



▲ 통 유리로 이루어진 외관 덕분에 실내에는 맑은 빛이 그대로 통과된다

한 번 사용되었던 나무를 재활용해서 바닥에 깐 것도 눈에 띈다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시애틀 공공도서관(Seattle Public Library)의 주소는 ‘시애틀 1000번지’입니다. 주소만 봐도 그 상징성을 알 수 있듯 시애틀 도서관은 시민이면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답니다.


렘 콜하스는 ‘비정형적인 것 속에서 특이점(singular point)이 나타나는 순간에 형태의 아름다움이 구현된다’고 믿었는데요. 불확정성과 안정성이 대비될 때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이 피어난다고 생각한 것이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시애틀 공공도서관은 정형과 비정형이 어우러져 기하학 형태를 띠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건축물로 완성되었습니다.



▲ 관광 명소로 거듭나면서 시애틀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시애틀 도서관은 ‘모든 사람을 위한 도서관(Library for all)’이라는 목표 아래 정부와 시민이 힘은 모은 결과로 탄생된 곳입니다. 기존의 낡은 도서관을 허물고 새로 짓겠다는 구상을 발표했을 때, 시(市)의 지원과 기업가∙시민의 기부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렘 콜하스는 극작가로 활동하며 그 누구보다 문화, 지식의 중요성을 알았던 건축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시애틀 도서관은 외관을 유리로 장식해 시민들의 진입장벽을 낮게 만들었답니다. 시애틀 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을 넘어 하나의 명소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고층 건물의 혁신적인 재발견, ‘베이징 CCTV 사옥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한 중국은 전 세계에 그 위엄을 드러내고자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건립했습니다. 베이징 CCTV 사옥(CCTV, China Central TV)이 바로 그것인데요. 렘 콜하스는 베이징의 중심상업업무지구(CBD) 중앙에서 중국 세계무역센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빌딩이자 중국의 자부심이 되고 있는 이 건축물을 설계했습니다.


그는 설계에 앞서 오토바이 공장이었던 그 곳을 지대를 생태 친화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보행자와 건물 사용자가 편히 이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건축’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죠.



▲ 거대한 조형물 같이 보이는 중국의 CCTV 사옥

베이징의 랜드마크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이징 CCTV 사옥은 비스듬히 기울어진 형태로 세워진 두 개의 탑이 최상단에서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띱니다. 단단한 조각상을 보는 것 같은 이 빌딩은 중앙 부분에 빈 정육면체가 적층되는 구조인데 이는 기하학적 긴장감을 극대화시키죠. 외형을 둘러싼 다이아그리드(Diagrid) 구조(대각선과 격자가 합쳐진 구조)도 그 긴장감을 배가합니다. 베이징 CCTV 사옥은 ‘중국의 건축 역사를 새로 쓴 건축’, ‘중국의 시대정신과 높은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건축’이라는 극찬과 함께 베이징 시내를 듬직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주변 환경과 소통하는 주택, ‘빌라 달라바


빌라 달라바(Villa Dall'Ava)는 프랑스 파리 외각의 생 클루에 위치한 지상 3층 주택입니다. 렘 콜하스의 저서를 보고 주택 설계를 맡기게 되었다는 건축주 부부는 경사진 대지를 십분 활용한 집, 부부와 자녀의 독립적 생활이 보장되는 집, 주택 북쪽에 위치한 숲과 연결되는 거실, 마지막으로 파리를 조망하는 파노라마 형식의 주택을 요구했습니다.



▲ 수많은 기둥이 슬래브를 떠받들고 있어 불안정한 대지 위에서도 안정된 구조를 이룬다



▲ 사다리꼴이라는 독특한 대지의 생김새를 십분 활용한 '빌라 달라바'



주택이 들어설 대지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사다리꼴 모양으로 북쪽에는 숲이, 남쪽에는 진입 도로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에 렘 콜하스는 일렬로 서 있는 여섯 개의 기둥과 입구 부근의 작은 기둥들이 슬래브를 떠받들고 있는 듯한 주택을 설계했죠. 이러한 구조는 불안정한 대지 위에서도 안정된 구조를 이룹니다. 부부와 자녀의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각 방을 북쪽과 남쪽으로 떨어뜨려 배치했습니다. 대신 두 방의 사이에 사다리꼴 모양의 수영장을 놓았는데, 이는 시각적 왜곡을 일으켜 파리 시내로 나아가는 듯한 착각을 주기도 합니다.


사다리꼴 모양의 경사진 대지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주택을 만들어낸 렘 콜하스. 그는 빌라 달라바를 통해 ‘주변 환경과 소통할 때 비로소 자연과 건축이 하나 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부부의 방과 자녀의 방이 남북으로 각각 떨어져 있지만

사다리꼴 모양의 수영장이 두 방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김원갑 교수님의 건축 특강을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 렘 콜하스의 건축물들이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죠. 만 68세의 나이지만 자유로운 건축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높은 건축가, 렘 콜하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다음에도 멋진 건축가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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