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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예술을 꿈꾼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

안녕하세요, 신도리코 신대리입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는 말은 20세기 대표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이하 미스)의 철학이었습니다. 미스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은 간결하고 시적인 표현을 담은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수직과 수평의 비례미는 그 건축 철학을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궁극의 미를 뽐내는 그의 작품은 단순하지만 그 어떤 건축보다 빛나는 모습으로 많은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표현주의의 대가 미스의 건축 이야기를 배대승 인덕대학교 건축과 교수의 설명으로 만나보겠습니다.



▲ 미스의 대표작인, 뉴욕 맨하탄의 시그램 빌딩 전경 

건물의 수직성이 극적으로 연출되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이 만들어낸 노련함


근대 건축의 3대 거장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미스는 석공인 부친 아래에서 건축적 실무를 익혔습니다. 이후 그는 아헨(Aachen,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도시)에서 스투코(Stucco, 골재나 분말, 물 등을 섞어 목조 건축물 벽면 등에 바르는 미장 재료. 굳고 나면 딱딱해져서 건물의 방화성과 내구성을 높여준다)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그림 교육을 받았으며 이어 브루노 폴(Brun Paul) 사무소에서 실습을 하며 건축을 시작했습니다. 대학 대신 실무를 쌓으며 건축의 길을 걷기 시작한 미스는 1908년부터 3년간 당시 독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건축가 피터 베렌스(Peter Behrens) 사무소에서 근무하며 풍부한 건축적 경험을 익혔습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표현주의적 경향의 ‘철과 유리의 마천루안’, ‘철근 콘크리트조 사무소 건축안’ 등 초고층 건축안을 발표하며 유리와 철강에 대한 깊은 애착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이는 그의 건축물의 중요한 요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실무 경험은 그의 건축이 합리적 구조와 간결한 디자인으로 명성을 떨치는 데 든든한 바탕이 됐습니다. 미스가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도 세계적 명장의 반열에 오른 신화적 건축가가 된 근거이기도 합니다.



비례미가 자아내는 리듬감, ‘크라운 홀


독일의 국립 디자인 대학인 ‘바우하우스(Bauhaus)’의 3대 학장직을 맡았던 미스는 나치의 집권으로 더 이상의 자유로운 근대 디자인 교육이 불가능하게 되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습니다. 미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이듬해에 일리노이 기술대학(IIT)의 건축과 교수로 초빙되어 활동하기 시작했는데요. 바우하우스에서의 귀중한 경험은 기술대학에 크게 도움이 됐고 당시 미국의 현대건축 교육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 미스가 일리노이 기술대학(IIT)의 건축과 학장으로 재직할 당시 지은 건물로 

오늘날에도 건축과 수업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스는 기술대학의 건축과 건물인 크라운 홀(Crown Hall)을 직접 설계하여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이 건물은 사각형 평면의 좌우 대칭 입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신고전주의 건축의 엄격한 질서를 철과 유리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외부 기둥과 연결된 두 개의 보가 지붕 바깥으로 돌출되어 지붕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 방식으로 되어 있어 실내 공간은 기둥 하나 없이 매끄러운 육면체의 내부가 형성됐습니다. 다소 엄격해 보이는 크라운 홀의 수직적•수평적 배열 구조는 그 어떤 건축보다 개방적이고 유동적입니다.



▲ 기둥 하나 없이 매끈한 크라운 홀의 내부 공간. 특별한 목적을 정하지 않은 무성격의 공간이다



건축을 넘어 하나의 작품으로, ‘시그램 빌딩


뉴욕 맨하탄의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은 미스가 건축가 필립 존슨(Philip Johnson)과 공동 작업으로 완성한 고층 오피스 빌딩입니다. 철과 유리가 사용된 이 건축물은 치밀하게 계산된 비례미가 절정을 이루어 하나의 작품으로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단순과 비례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추구한 건축가답게 그는 깨끗한 유리 입면과 수직 방향으로 난 창틀의 연속 요소를 강조하여 단순하면서도 뛰어난 이미지를 구현해냈습니다. 간결한 평면으로 이루어졌지만 명료한 입체감이 뛰어나 전 세계 건축가들이 수없이 모방하기도 했답니다.



▲ 시그램 빌딩은 미스의 건축 철학과 예술관이 가장 잘 표현된 건축물로 평가된다



또한 미스는 시그램 빌딩을 통해 유리 입면에 반사되는 빛의 변화로 유리 입체 건축물의 현대적 건축미를 선보였는데요. 이러한 디자인 기법은 합리적인 성격과 경제적 이점이 맞아떨어져 전 세계 오피스 상업 건축물 시장에서 크게 유행했습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움, ‘판스워드 주택


미스는 여덟 개의 기둥과 유리를 사용하여 밝고, 통풍이 잘되며 자연과 직접 맞닿아 있는 ‘판스워드(Farnsworth) 주택’을 세웠습니다. 구조적으로 건물을 지탱하려면 벽과 기둥이 필수적이죠. 하지만 그는 주택에 가장 간결한 철골 기둥을 배치하고, 강구조의 긴 스팬(Span, 건축물•구조물•교량 등에서 지점(支點)과 지점 사이의 거리) 간격을 이용하는 넓은 간격의 구조 모듈을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거대한 통 유리창이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는 벽의 구실을 하게 됐습니다.



▲ 예리한 철골과 유리로 구성된 판스워드 주택. 자연 속에 안겨 있는 모습이 낭만적이고 시적이다



유리의 건축 재료적 특성은 빛을 내부로 받아들이게 하는 동시에 내부에서 외부로의 시야를 확보해주는 양방향 투명성에 있습니다. 나아가 유리 제작 기술의 발달로 큰 규격의 유리 생산이 가능해지자 그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주택(1928)과 판스워드 주택을 통해 유리창의 존재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커다란 통유리와 가느다란 백색 철골 기둥으로 이루어진 판스워드 주택은 마치 거대한 보석 덩어리 같은 풍요로운 이미지를 줍니다. 재료의 솔직함과 물질의 성격을 잘 활용한 덕이죠.

▲ 판스워드 주택 내부 모습



모더니즘 건축에 새로운 주제를 던져준 미스의 이 단순한 진리는 하나의 경향으로서 오늘날 건축의 교과서가 됐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순 없지만 우리는 거장의 정신을 현재 많은 건축가들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 신도리코 중국 청도 공장


신도리코의 중국 청도 공장 내부입니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 스타일처럼 통유리를 통해 심플한 모더니즘이 베어 있습니다. 또 밖으로는 물이 흐르고 통유리를 통해 자연광이 은은하게 들어와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죠.


다음에도 더 멋진 건축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