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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기하학적인 선들의 향연,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건축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Sindoh의 신대리입니다.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건축은 형이상학적이고 전위적인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가 설계한 전시 시설의 대부분은 산산조각 난 건축 형태를 띠는데요, 확실한 것을 불확실하게 하는 방법으로 전체를 조각 내어 고정되어 있던 가치를 해체한다고 합니다.

 

동명대학교 건축학과 문정필 교수님이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건축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음악과 미술의 감성으로 건축을 해체하다

 

폴란드계 유태인인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유년기에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회화와 데생을 배우며 예술적 자질을 키워나갔습니다. “예술가는 건축을 못하지만 건축가는 예술을 할 수 있다는 어머니의 조언 때문에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을 보면 예술에 향한 애정이 얼마나 깊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의 건축에 음악을 토대로 한 예술적 경험이 함축돼 있는 것은 당연한 일. 리베스킨트의 건축에는 한 편의 영화 혹은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감각적인 분위기가 물들어 있습니다.

 

 

 

▲ 노스 임페리얼 전쟁기념관, 하늘을 향해 나 있는 날카로운 선은 리베스킨트의 건축 언어다

 

 

리베스킨트의 건축물에 보편적으로 드러나는 기하학적이고 비정형적인 조형성은 기존 건축을 넘어서는특별함을 가졌습니다. 때문에 그의 건축물을 마주하는 사람들은 그 건축 형태에 먼저 시선을 두기 마련이죠. 기존 건축에서 탈피된 건축물에 대한 호기심의 시선일 것입니다. 그리고 건축물을 오랜 시간 응시하면서 그 속에 함축된, 그리고 건축이 은유환유하고 있는 바를 차차 인지하게 됩니다. 여기서 관찰자의 시선이응시로 발전한다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이 이어져 감정으로 이입됨을 의미합니다. , 리베스킨트가 기존 건축이 가진 리듬을 왜곡함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건축에 몰입하게 한 셈입니다.

 

 

파편의 재구성, 노스 임페리얼 전쟁박물관

 

 

 

▲ 노스 임페리얼 전쟁박물관, 전쟁으로 산산조각난 세계를 독특한 외형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에 있는노스 임페리얼 전쟁박물관(Imperial War Museum North)’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국과 영국연방의 전쟁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리베스킨트는 전쟁으로 산산조각 난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파편을 응용해 디자인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설계된베를린 유태인 박물관이 무거운 감정이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 ‘노스 임페리얼 전쟁박물관은 백색 계열의 깔끔한 외관으로 분열된 세계가 결합되어 도약하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합니다. 내부 역시 백색으로 통일하여 세계로 나아가는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빛으로 구성된 선의 향연은 경쾌한 리듬을 자아내는데, 리베스킨트가 음악적 상상력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단서로 보입니다.

 

 

역사의 상처를 말하는 공간, 베를린 유태인 박물관


 

  

▲ 누군가 칼집을 내놓은 것처럼 보이는 유태인박물관의 외관

 

 

베를린에 있는유태인박물관(Jewish Museum in)’을 보면 그 강렬한 인상이 오래도록 잔상이 되어 남습니다. 누가 난도질이라도 한 것처럼 번개 모양의 선들이 건물 곳곳에 나 있는 외관은 단순한 선처럼 보이지만 이 날카로운 흔적들은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고발하려는 리베스킨트의 언어입니다. 건물에상처를 내는 것으로 수십 년 전 자행된 유태인 학살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죠.

 


 

▲ 유태인박물관에 있는 철편들은 모두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 공간은공백의 기억으로 이곳엔 학살된 유태인을 상징하는 수백 개의 철편 얼굴들이 깔려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그 얼굴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는데, 발이 철편을 건드릴 때마다 쨍한 마찰음이 높은 천정에 부딪쳐 굉장한 소리를 냅니다. 진입할수록 빛은 줄어들고, 걸을수록 잔인한 소리들이 귀를 고통스럽게 하는 공간. 이곳에서의 체험은 고통 받았던 유태인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여 처절한 리얼리티를 경험하게 됩니다.


 

  

▲ 유태인 박물관은 붉은 지붕의 구관과 번개 모양을 띤 신관으로 이뤄져 있다

 

 

갈기갈기 찢긴 상처로 어디 하나 성한 데 없는 유태인들의 가슴을 닮은유태인박물관’. 인류 역사에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보는 아픈 공간입니다.

 

 

빛이 만나 노래하는 건축, 덴버 미술관

 

미국의덴버 미술관(Denver Art Museum)’은 인디언 미술 컬렉션을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곳입니다. 지오 폰티(Gio Ponti, 이탈리아 건축가)가 설계한 기존 미술관의 증축을 리베스킨트가 맡으면서 덴버 미술관은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됐습니다. 덴버 미술관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재와 티타늄으로 설계돼 시종일관 반짝입니다. 리베스킨트가 덴버의 역사를 지켜온 로키산맥에서 발산되는 빛이 시민들의 화사한 얼굴에 스며든, 그 표정을 미술관에 담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리베스킨트의 건축으로 덴버에 활기가 생긴 것은 당연하죠.



▲ 덴버 미술관, 티타늄 외장이 빛나는 비대칭적인 외관이 드라마틱하다

 

 

덴버 미술관 역시 날카로운 선() 양식을 보이지만 기존의 리베스킨트의 철학에 근거를 두진 않았습니다. 대신에 이 선들에는 건축물이 하나의 조각품 같이 작용되어 지적감정적감각적 경험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선으로부터 나오는비례미와 반짝이는 외관의이 서로 소통하는 건축. 선과 빛이 하나 된덴버 미술관은 그렇게 리베스킨트 건축물 중 유일하게노래하는 건축이 되었습니다.

 

 

 

▲ 아이파크 타워 (*출처: blog.naver.com/iparkstory )

 

 

우리나라에도 다니엘 리벤스킨트의 건축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아이파크 타워입니다. 역시나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끕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찾아가 보셔서 리벤스킨트의 건축을 직접 체험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으로 전세계 유명 건축가와 건축세계를 소개하는 코너는 끝을 맺고, 곧이어 Sindoh의 건축세계를 소개하는 더 멋진 이야기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대리의 건축여행 계속해서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