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 연재

점이 이루는 조화의 하모니,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피에르 쇠라’

안녕하세요, Sindoh의 신대리입니다.


다양한 색채의 점들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점묘법’의 대가 ‘조르주 피에르 쇠라’. 그의 작품에는 누구도 표현해 내지 못할 피사체의 형태와 색감이 존재합니다. 화가로 활동했던 기간은 짧지만 미술계에 막대한 영향을 줬던 거장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독특한 미술 양식을 조명해 보겠습니다.




▲ 그랑드 자트 섬의 센 강, 봄(1888)_ 벨기에 왕립미술관



신비로운 쇠라의 사생활


조르주 쇠라는 역동적인 인생을 산 다른 예술가들과 다르게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나 온화한 일생을 보낸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규칙적이고 모범적인 생활 습관에도 불구하고 32년 만에 단명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그가 죽은 지 한 세기 이상이 지났음에도 쇠라는 여전히 신비로운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쇠라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그에게 아내와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질 정도로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말을 아꼈습니다.




▲ 화장을 하는 젊은 여자(1889~1890)_코톨드 미술관



그의 그림 <화장을 하는 젊은 여자> 속 모델이 그의 아내인 ‘마드레느 노브로크’ 였다는 것도 그가 죽은 뒤에야 밝혀진 사실입니다. 이 작품은 인물의 객관적인 묘사와 독특한 패턴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그림에서 흥미로운 점은 화면 왼쪽 위 대나무 틀로 된 거울에 그려진 꽃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는 사실, 원래 쇠라 자신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혹 관음증으로 잘못 비칠까 봐 나중에 꽃으로 바꿨다고 전해집니다.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리다


쇠라는 점묘법의 창시자이며, 신인상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화가입니다. 점묘법은 그림을 그릴 때 붓의 끝이나 브러시로 다양한 색의 점을 찍어 시각적 혼색을 만드는 기법으로 오늘날 색맹 테스트에 사용하는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팔레트 위에 색감을 혼합해 색을 칠하면 색이 혼탁해 지는 경향이 있기에 쇠라는 작은 붓 터치로 따로따로 캔버스 위에 점을 찍었습니다. 가까이서 볼 때는 물감의 터치 밖에 보이지 않지만, 떨어져서 보면 색채가 서로 혼합돼 착시효과가 생기면서 하나의 그림이 됩니다.  점묘법은 물감 고유의 색을 유지시키기 때문에 화폭 안의 피사체가 선명하게 표현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에펠 탑(1889)_샌프란시스코 미술관



이러한 장점에도 점묘법을 사용한 화가가 많지 않은 이유는 과정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색감으로만 점을 찍어 대상을 표현하는 과정은 언뜻 봐도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인데요. 쇠라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시키기까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년이란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것이 그가 10년 간 화가로 활동하면서 7점의 유화만을 남겨 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점묘법을 출현을 알리다


쇠라의 점묘법이 빛을 발한 최초의 대작은 <아스니에르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작품은 점묘법 작품으로는 비교적 초기작으로, 그림 전체에 걸쳐 점묘법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굵은 붓을 사용해 풀밭을 묘사하면서 사선 형태로 음영을 넣는 등의 다양한 기법을 선보이며 색채를 절묘하게 배합했습니다.




▲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하는 사람들(1884)_런던 영국 내셔널 갤러리



가령 나팔을 불고 있는 소년이 쓰고 있는 주황색 모자를 보면 오렌지색과 옅은 주황색 그리고 강물이 반사되어 나타나는 짙푸른 색의 작은 점들이 한 데 어울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쇠라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그의 작품 중 점묘법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쇠라는 이 작품을 위해 3년 동안 그랑드 자트 섬에 나가 사람들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2년 동안 20점 이상의 소묘과 40점 이상의 색채 스케치를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1884~1886)_시카고 미술관



쇠라는 당시 파리지앵들의 휴식처였던 그랑드 자트의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완벽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 작품이 완성된 후에도 추가적으로 다양한 수정을 가했습니다. 쇠라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시킨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점묘주의의 출현을 알린 대표작 중 하나로, 오늘날 쇠라가 신인상주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준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색채를 과학적으로 적용하며 자신만의 화법을 꾸준히 개발한 쇠라는 이후 빈센트 반 고흐나 파블로 피카소와 같은 유명 화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세계의 유명 미술관에서 매력을 뽐내고 있는 그의 작품을 이번 글을 통해 천천히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