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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맛있는 히스토리] 아시아 맛의 대결! ‘두부’ 삼국지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겉은 딱딱해 보이지만 속은 한없이 부드러운 영양만점 식품 두부. 두부의 발명지라고 알려진 중국의 두부 이야기와 특별한 제조 기술로 두부의 중흥기를 이끈 한국, 그리고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일본의 두부 이야기까지 삼국지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아시아 두부 삼국지가 지금 펼쳐집니다.





두부를 처음 만든 것은 한국? 중국?


두부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중국에선 예로부터 콩국을 즐겨 먹었는데, 콩을 갈아 끓이던 중 실수로 소금을 쏟아 소금 안에 들어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콩물과 결합해 굳어진 것을 두부의 시초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중국 국경 근처의 유목민들이 치즈를 만드는 것을 보고 공급이 부족한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해 응용한 것이 두부라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하게 이야기되는 것은 한(漢)나라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발명했다는 설입니다. 유안 역시 콩국을 즐겼는데, 이를 보관하기 위해 소금을 넣었다가 잊는 바람에 두부가 만들어졌다는 설과 유안이 몸이 좋지 않은 노모를 위해 부드러운 두부를 발명했다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평소 백성들에 대한 사랑이 깊었던 유안이 자신이 발명한 두부 제조 방식을 백성들에게 알려주면서 중국 곳곳으로 두부 제조 기술이 퍼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부의 기원을 중국으로 보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안이 두부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것은 기원전 2세기인데, 그 이후 두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 문헌은 약 800 년 뒤의 것으로 한참 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두부와 비슷한 것이 중국에서 생겼을지는 몰라도 완전한 형태의 두부는 대두의 원산지인 한국에서 만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두부가 들어온 것을 원나라와의 교역이 활발했던 고려시대로 추정하는 바, 원나라에서 두부가 들어온 것으로 보는 해석도 많아 두부의 정확한 기원에 대해선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두부의 중흥기를 이끈 한국


고려 말의 성리학자 이색은 그의 호를 딴 목은집에 두부를 예찬하는 시제를 썼습니다. ‘두부를 썰어보니 기름진 비계같이 새롭구나. 문득 보아하니 치아가 성글지 않아도 좋은 듯 해 정말로 늙은 몸을 보양할 만하다.’ 는 구절로 보아 이미 두부는 고려시대 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에서 두부는 승려들의 사찰음식으로 사랑 받았는데, 사찰마다 고유한 두부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두부는 나라의 큰 행사에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두부는 역사 깊은 중국의 두부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세종 14년에는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돌아온 박신생이 조선의 두부 만드는 법과 요리 솜씨가 절묘하다며 앞으로도 두부를 잘 만드는 궁녀를 골라 보내 달라는 명나라 황제의 서신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두부에 비하면 중국 두부는 세 가지요, 일본 두부는 다섯 가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두부는 가짓수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새끼로 묶어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단단한 막두부, 처녀의 고운 손 아니고는 문드러진다는 연두부, 콩즙을 끓일 때 약간 태워 탄내를 내는 탄두부, 굳히기 전에 먹는 순두부, 속살을 예쁘게 한다는 약두부, 명주로 싸서 굳히는 비단두부, 삭혀 먹는 곤두부, 기름에 튀겨먹는 유부, 얼려 먹는 언두부, 두부콩 끓일 때 생기는 두부피, 찌꺼기로 남는 막비지, 막비지를 띄운 띄운비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현재는 찌개와 부침용으로 쓰이는 판두부와 순두부 등이 주로 쓰이지만 두부는 여전히 우리의 식탁 위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조선으로부터 전해진 일본의 두부


일본의 두부는 조선에서 전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한국의 두부가 일본에 전해진 과정을 설명하는 두 가지의 설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임진왜란 때 일본의 한 장수가 조선에서 그 제조법을 배워 갔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임진왜란 때 포로로 끌려간 박호인이라는 사람이 지금의 고치(高知)현에서 두부를 만든 것이 일본 두부제조업의 시초라는 주장입니다.



▲ 한국의 두부가 일본에 전해진 과정이 언급된 <조선상식문답>



이중 신빙성을 얻는 것은 두 번째인데, 왜란 때 많은 도자기 장인들이 일본으로 끌려간 것처럼 두부 제조 기술을 가지고 있던 많은 조선인들이 포로로 끌려가 일본에 두부를 정착시켰을 것이라는 추측에서입니다.


일반적으로 두부 그대로의 형태를 보존해 조리하는 우리나라의 두부 요리와는 다르게 일본의 두부 요리는 형태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두부를 기름에 튀긴 유부가 그 대표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부를 조리하지 않고 생으로 먹거나 가벼운 된장국에 넣어 먹기 때문에 일본의 두부는 중국과 한국에 비해 수분 함량이 많고 무른 것이 특징입니다.





TIP. 두부의 달콤한 변신 ‘두부 아이스크림’


두부는 무조건 뜨겁게 먹는다? 이제 그런 편견은 버려도 좋다. 영양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새로운 맛을 내는 두부 아이스크림을 소개한다. 달콤한 생크림이나 과일과 곁들이면 콩의 풋내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맛있게 두부를 섭취할 수 있다.






<두부 아이스크림 만들기>


▶ 재 료

두부 1모, 설탕 100g, 코코넛밀크 3/4컵, 생크림, 블루베리


▶ 만드는 법

➊ 두부는 종이타월로 감싸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➋ 믹서에 1과 설탕, 코코넛밀크, 블루베리를 넣어 갈아준다.

➌ 크림 상태가 되면 납작하고 넓은 용기에 담아 표면을 고르고, 랩을 덮어 냉동실에 넣는다.

➍ 두 시간 간격으로 꺼내어 공기를 집어넣는 느낌으로 전체를 긁어가며 섞는다. 이 과정을 2~3회 반복한다.

➎ 완성된 아이스크림 위에 생크림을 얹는다.




한국, 중국, 일본이 두부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오늘날 두부는 건강식품 ‘Tubu’로 전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 온다면 자신 있게 두부 요리를 권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