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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맛있는 히스토리] 3분 만에 맛보는 면발의 역사 ‘라면’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라면은 인스턴트의 대명사에서 이제 세계인의 기호식품이 됐습니다. ‘후루룩’하는 맛있는 소리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아온 라면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요? 중국의 면 요리 중 하나였던 라면이 일본으로 건너가 인스턴트로 재 탄생되고, 1인당 라면 소비량 1위에 빛나는 한국의 먹거리가 되기까지의 다채로운 역사를 함께 보시죠!






중국의당긴 면이 일본의라멘으로


면 요리가 발달한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납면(拉麵)’을 즐겨 먹었습니다. 납면의 ‘납’은 당긴다는 뜻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수타면의 일종입니다. 동물의 뼈와 멸치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수타면을 넣어 먹었던 납면은 인스턴트의 형태로 익숙한 현재의 라면과는 차이가 있으며, 가락국수와 우동의 중간 정도의 맛입니다.


중국의 납면이 일본에 들어온 것은 메이지유신 직후인 1870년대로, 요코하마 등 일본의 개항장에 들어온 중국 사람들이 노점에서 납면을 판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라면을 납면의 일본식으로 발음인 ‘라멘’이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는 중국을 가리키는 명칭에서 따온 ‘지나(支那)소바’ 혹은 ‘남경(南京)소바’라고 불렀습니다.






현재 우리가 즐기는 라면의 형태가 납면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라면의 시작을 일본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일본 본토에서 라멘이 중화요리로 구분되었다는 기록을 볼 때 라면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파되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실패한 사업가를 일으킨 ‘3분의 기적


일본의 사업가 안도 모모후쿠는 제조업, 무역업을 거쳐 금융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업을 했으나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재직 중이던 은행이 파산해 남은 것이라곤 집 한 채뿐인 상황이 되자 그는 다른 활로를 찾았는데요. 그것은 그가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음식 사업이었다.


전쟁 직후 일본은 구호물자로 공급된 밀가루가 넘쳐났습니다. 밀가루로 반죽한 국수는 늘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였지만 안도는 보다 저렴하면서도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튀김을 만들 때 기름 속에서 재료의 수분이 급격히 빠지는 모습을 보고 면을 기름에 튀기면 오래 보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이 작은 아이디어가 인스턴트 라면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58년 ‘닛싱(日淸) 치킨 라멘’이라는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짧은 시간에 완전 조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어필한 결과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고, 실패한 사업가였던 그는 식품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젓가락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의 소비자들이 컵에 면을 넣어 포크로 먹는 것을 보고 1971년 '컵 누들'이라 는 최초의 컵라면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먹는 것에 관계하는 일은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성직(聖職)이다.’ 라는 철학을 가지고 사업에 임했던 그는 자신이 개발한 인스턴트 라면의 제조특허 등을 독점하지 않고 국내외 업체에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등 경영 철학에 부합하는 행보를 걸어 한국의 라면 시장이 개척되는 데에도 이바지 했습니다.



혼분식 정책 속에 정착한 한국의 라면


1960년대 한국은 전쟁의 여파로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밀가루가 구호품으로 들어왔으나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 널리 쓰이지 못했는데요. 이때 우리나라의 한 식품회사가 중국과 일본 등지에서 라면을 접한 뒤 이를 한국에 들여오기로 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이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라면의 정착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형태는 물론 일본 특유의 담백한 맛은 맵고 얼큰한 국물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죠.


하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식량, 그 중에서도 주식인 쌀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국가에서 시행한 혼분식 정책은 라면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값도 싸고 한 끼 식사로 포만감을 안겨주는 라면은 분식의 대표주자로 떠올랐고, 혼분식 장려 캠페인과 시너지를 이루며 라면 붐을 일으켰습니다.






스프에 맵고 짠 맛을 더해 한국식으로 개량한 것도 성공의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라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여러 식품회사가 라면 사업에 뛰어들었고, 다양화•고급화를 거쳐 현재 어느 나라보다 풍성한 라면 시장을 갖게 된 한국은 1인당 라면 소비량 1위라는 수치에서 알 수 있듯 그야말로 라면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TIP. 라면은 다이어트의 적? 가벼운 라면 ‘라면 샐러드’


밤이 되면 더 당기는 라면은 오랜 시간 야식계의 강자였지만, 염분이 많고 칼로리가 높은 탓에 부은 얼굴로 지난밤을 후회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라면의 염분 대부분은 면이 아닌 스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새콤한 드레싱과 함께 차가운 면을 버무리면 가벼운 라면 요리가 완성됩니다. 다양한 채소를 곁들여 맛은 물론 영양까지 잡을 수 있는 라면 샐러드로 건강한 야식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라면 샐러드> 만들기


▶ 재 료

라면 1개, 오이 1/2개, 당근 1/4개, 양상추 3잎, 치커리, 체리토마토 약간.

드레싱-케첩 1과 1/2큰술, 설탕 1큰술, 마요네즈 1큰술, 레몬즙 약간


▶ 만드는 법

➊ 드레싱 재료들을 잘 섞어 드레싱을 미리 만든다.

➋ 오이와 당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➌ 양상추와 치커리는 손으로 알맞게 찢어 놓고 라면은 삶아 찬물에 헹구어 놓는다.

➍ 삶아 놓은 라면에 드레싱을 절반 정도 넣고 버무린다.

➎ 그릇에 라면을 담고 그 주위에 야채를 담는다. 남은 드레싱을 위에 뿌리면 완성.



전 세계 현대인의 친구 라면은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 중입니다. 컵밥과 함께 어우러진 컵밥라면, 물을 따라버리고 면을 소스에 볶아 먹는 볶음 라면, 그리고 햄버거 패티를 대신한 라면버거 등 다양한 맛과 모양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습니다. 이제 라면이 없다면 우리 먹거리가 조금은 심심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