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최고의 복지를 자랑하는 나라 핀란드는 최근 북유럽의 문화 강국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은 직선과 곡선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혁신적인 건축구조로 세계적으로도 큰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빛과 예술이 만나는 무대, 키아스마 미술관
핀란드 헬싱키 중심부, 복잡한 교차로에 위치한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의 지리적 특성은 그 자체로 미술관의 성격을 드러냅니다. 키아스마란 시신경이 뇌의 중추에 도달하기 바로 전 맞닿는 부분을 뜻하는 핀란드어로, 흔히 ‘교차’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이러한 의미를 계승한 미술관은 시각적 여운과 이성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을 모두 가지고 있는 현대 미술의 경향을 이름으로써 나타냅니다. 각각 직선과 곡선의 형태를 띤 두 개의 건물이 맞닿은 형태로 설계되어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달리 보이는 외부는 미술관이 핀란드의 일상과 예술의 교차점이라는 의미를 강조합니다.
비대칭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직선과 곡선을 사용해 일상과 예술이라는, 따로 떨어져 있을 법한 개념을 서로 교차시키는 것입니다. 교차 다음으로 중요한 키아스마 미술관의 핵심 요소는 빛이다. 일반적으로 벽면에 잘 사용하지 않는 아연, 알루미늄 등의 재질을 이용해 빛의 산란을 연출하고, 주로 산업용 건물에 사용되는 유리 판넬을 벽면에 배치해 빛이 닿는 면적을 최대화했습니다. 햇빛을 더욱 잘 반사할 수 있도록 외부 건물의 일정 거리 안에는 빛을 가리는 나무나 조형물을 설치하지 않은 것도 특징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곡선 부분인데, 부드럽게 휘어진 곡면을 따라 배치된 커다란 창문들과 천장에 달린 작은 창문들은 스물다섯 개의 전시실 어디에서나 충분한 햇빛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핀란드의 예술이 펼쳐지는 순백의 캔버스
미술관의 내부는 순수한 생크림 케이크를 떠올리게 합니다. 직선의 통행로와 곡선의 경사로가 조화를 이룬 내부가 온통 순백색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내부로 들어온 빛이 전시실 전체에 퍼뜨려지도록 의도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예술의 가능성이 펼쳐지는 캔버스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순백의 전시실들은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일조량으로 인해 같은 시간 속 다른 얼굴을 하는데, 전시실의 테마에 따라 인테리어 역시 다르기 때문에 각 전시실을 비교해보는 것도 관람자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건물의 형태가 직선과 곡선의 혼재이므로 내부 전시실 역시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지라 관람객들은 전시를 둘러보는 동안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으로 인해 더욱 입체적인 관람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관람 방향을 스티커나 판넬로 제시하는 다른 미술관들과는 달리 벽면의 곡선 자체가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는 것도 키아스마 미술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입니다. 총 5층 규모의 미술관에서는 전시품 관람뿐만 아니라 연극, 공연, 비디오 아트까지 접할 수 있는데, 1층에 마련된 레스토랑 겸 카페는 건축가가 특별히 신경 쓴 내부조명을 감상하며 여유를 만끽하려는 이들로 늘 만원입니다.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의 작품들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은 1960년대 이후 핀란드의 주요 예술작품들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총 5층에 이르는 건물 곳곳에는 드로잉은 물론 사진, 조각,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드로잉
핀란드 현대 드로잉의 경향은 도시, 빛, 그리고 색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많은 화가들은 자연보다는 도시 현상을 그림의 주제로 삼았고, 제재는 구체적인 것에서 점점 추상적인 것으로 변모했습니다.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추상성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강렬한 색의 대비나 빛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대상을 세밀하게 포착한 기법은 또 다른 미술색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좌) 마이유作_수로(2011) / (우) 리나作_레오파드3(1981)
사진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가상의 보고서. 키아스마 미술관은 사진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최고 수준의 복지 혜택을 받는 핀란드이지만 어디에나 사각지대는 있고, 팍팍한 일상 또한 존재하지요. 키아스마 미술관의 사진들은 익숙해서 쓸쓸하고, 때문에 더 큰 감동을 안겨줍니다.
▲ (좌) 에스코作_크리스마스(1991) / 카리作_유령의 도시-운하거리(2009)
설치미술
“미술관의 임무는 예술이 경험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이것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에 있고, 관람객이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이러한 경험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키아스마 미술관 매니저의 말처럼 미술관에 배치된 설치미술품들은 관람객이 다가가 체험함으로써 완성되는 참여 예술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 (좌) 달그렌 야곱作_추상화-멋진 세계(2009) / (우) 마리안나作_포즈(1991)
1998년 완공된 이래 핀란드인들의 여가공간으로써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키아스마 미술관은 일상과 예술의 교차점으로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핀란드에 여행갈 일이 있다면 키아스마 미술관에 들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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