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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쫄깃한 면발에 살얼음 낀 육수가 별미! 냉면의 역사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올 여름 냉면 많이 드셨나요? 입맛 없는 여름철, 살얼음 동동 뜬 냉면이 떠오른다면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렀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사실 냉면은 원래 겨울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육수가 별미인 냉면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왕이 사랑한 궁중음식에서 서민의 별미로


고향이 북쪽인 사람들은 추운 겨울 뜨거운 온돌방에서 이가 시리도록 찬 동치미국물에 면을 말아 먹는 것이 진짜 냉면 맛이라고 합니다. 냉면이 기록된 최초의 문헌인 『동국세시기』에서도 냉면을 먹는 철을 11월이라고 소개했으니 냉면이 원래 겨울 음식이었다는 것은 풍문이 아닌 사실인 셈입니다.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의 원산지는 춥고 척박한 몽골 근방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에는 원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고려 시대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토질과 기후에 영향을 적게 받는 메밀은 밀에 비해 재배가 용이해 과거부터 우리 민족은 밀보다 메밀로 만든 국수를 훨씬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냉면에 대한 기록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것은 조선 시대 후기부터로, 면을 뽑는 압착기 위에 장정이 앉아 있는 그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냉면에 대한 사랑은 고종 황제도 대단하였는데 늦은 밤에 신하를 시켜 냉면을 싸와 먹었다고도 합니다. 특이한 점은 당시 냉면이 배달도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18세기 문헌인 『이재일기』에 따르면 과거시험을 본 뒤 여름철 냉면을 시켜먹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궁중에서 즐겼던 냉면은 궁중음식이 민가에 흘러들어오는 다리 역할을 했던 교방에서도 환영 받는 음식이었습니다. 당시 냉면은 고기 육수를 사용하는 데다 면을 반죽한 뒤 뽑는 과정이 번거로워 비싼 값에 팔렸기 때문에 교방에 드나드는 양반들이나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자 궁중 요리사들이 하나 둘 민가에 고급 요정을 차렸고, 그곳에서 냉면을 팔게 되면서 차츰 서민들도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됐습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냉면 한 가락


냉면이 본래 겨울음식이었던 만큼, 냉면이 발달했던 곳도 유달리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이북지역이었습니다. 이남 지역에서 냉면이 대중화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로, 남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이 고향의 음식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던 것에서 출발합니다. 평양냉면은 메밀을 많이 넣고 삶은 국수를 차가운 동치미 육수에 말아 먹는 물냉면이고, 함흥냉면은 고구마전분을 많이 넣고 가늘게 뺀 국수를 매운 양념장과 비비는 비빔냉면입니다.


평양냉면의 경우 원래 동치미 육수에 면을 말아먹었지만 여름철 동치미와 백김치는 발효하면 쉽게 세균이 번식된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결국 1960년 식품위생법이 발효되면서 동치미 육수를 장기 보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냉면집들은 동치미를 포기하고 고기 육수를 사용해 현재의 평양냉면 맛을 완성시켰습니다.


함흥냉면의 경우에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제조법과 맛이 달라졌습니다. 함흥냉면의 면은 이북지역에서 풍부한 감자 전분을 사용해 만들었는데, 전쟁 직후 이남 지역에는 감자보다 고구마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피난민들은 보다 저렴한 고구마 전분을 이용해 면을 만들었고, 반죽할 때 불순물이 섞인 고구마 전분이 진한 색을 내면서 흔히 함흥냉면하면 떠올리는 진회색 빛깔을 완성됐습니다. 현재의 함흥냉면은 이 빛깔을 면 고유의 색이라고 생각한 남한 사람들이 인공 색소를 넣어 만든 것입니다.






황진이만큼 화려한 아름다움, ‘진주냉면


흔히 ‘냉면’하면 평양냉면, 함흥냉면을 꼽지만 남한 지역에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냉면이 있으니 바로 진주냉면입니다. 대대로 양반가의 음식이었던 냉면이 발달한 지역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물자가 풍부하고 교역이 활발했다는 점입니다.


진주 역시 평양과 마찬가지로 조선 시대 감사가 있을 정도로 큰 지방 도시였습니다. 게다가 물자 또한 풍부해 교방 문화가 발달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화려한 교방 음식이 냉면과 어우러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진주냉면은 진주 교방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음식이었기 때문에 육해공의 값비싼 재료를 고명으로 사용해 화려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메밀이 아닌 밀을 주재료로 했다는 점도 이북의 냉면들과는 다릅니다. 육전을 고명으로 얹고, 해물 육수를 만들 땐 구리 봉을 넣어 특유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것도 진주냉면만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여러 문헌에서 발견되는 다른 냉면들의 흔적과는 달리 진주냉면에 대한 문헌상의 기록은 없기 때문에 지역에서 내려오는 레시피로 그 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TIP. 소화 잘되고 건강에도 좋은, ‘꼬시래기 냉면’


시원한 냉면은 여름 더위를 이기게 해주는 고마운 음식이지만, 면을 만드는 주재료인 메밀의 차가운 성질 때문에 많이 섭취할 경우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냉면 한 그릇의 칼로리는 약 500kcal, 비빔냉면의 경우 700kcal로 생각보다 높습니다. 다이어트나 소화를 생각하다면 메밀 면 대신 얇고 긴 형태와 특유의 질감으로 면처럼 이용할 수 있는 꼬시래기를 활용해보세요. 칼로리도 낮고 식이섬유도 풍부해 영양소 섭취가 필요한 여름철,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 재 료

꼬시래기 2줌, 오이 1/2개, 풋고추 1개, 생김 1/4장, 찬물 1컵, 얼음 적당량


▶ 양념장

고추장 1큰 술, 식초 2큰 술, 통깨 2작은 술


▶ 만드는 법

➊ 흐르는 물에 꼬시래기를 잘 씻은 뒤 10cm 길이로 자른다. 염장된 경우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소금기를 뺀다.

➋ 오이는 가늘게 채 썰고, 풋고추는 씨를 빼고 굵게 채 썬다.

➌ 양념장 재료를 잘 섞어 꼬시래기, 오이, 풋고추에 넣고 버무려 10분 이상 재운다.

➍ 그릇에 양념한 꼬시래기를 담고 물을 붓는다. 이때 시판용 냉면 육수를 사용하면 기존에 먹던 냉면과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역사가 담긴 냉면은 여름에는 여름대로, 겨울이면 겨울대로 매력적인 음식입니다. 마지막 더위가 가기 전 시원한 냉면 한 그릇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