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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가장 한국적인, 가장 세계적인 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용산에 자리한 국립중앙박물관은 건축 및 전시 규모 면에서 세계 10위 안에 꼽히는 대형 박물관입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자연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축 개념과 함께 산과 물을 한국인 정신의 일부로 해석해 함께 어우러지도록 했습니다. 가까이에 있어 오히려 그 가치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면, 가장 한국적이기에 가장 세계적인 우리나라 박물관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 건축의 백미를 박물관에서 만나다


2005년 용산의 미군 헬기장이 철수한 뒤 새롭게 이전 개관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국립중앙박물관은 약 29만 5천㎡의 대지면적에 지상 6층으로 설계된, 세계 6위에 해당하는 전시규모를 자랑합니다. 약 30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은 전 세계인의 발걸음이 닿을 수 있도록 현대적인 감각을 살리면서도 한국의 전통적 건축미 역시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적 건축정신은 자연과 인공과의 절묘한 조화에서 찾을 수 있으며, 화려한 수식어나 섬세한 치장을 거부한 대범한 단순성에서 그 매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박물관은 이러한 전통적 건축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건축의 기본개념으로 설정하고 박물관 건물을 산과 물, 곧 남산과 ‘거울못’이라는 대형 호수 사이에 위치시켰습니다. 이는 한국인의 삶에서 산과 물이 어울릴 때 비로소 음과 양의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진다는 사상에 근거한 것입니다. 또한 건물의 배치는 대지 안쪽 깊숙한 곳에 남산을 북쪽으로 두고 남쪽으로 한강을 바라보는 배산임수(背山臨水)를 따랐습니다.






박물관 정문에 들어서면 바로 정면에 긴 성곽형상의 건물이 마주보고 있지만 바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거울못의 왼쪽 길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길의 이름은 ‘도시의 길’로, 길의 끝에 다다른 관람객들은 건물의 앞뒤, 좌우를 이어주는 광장인 열린마당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됩니다.


열린 마당의 기본 아이디어는 한국 고유의 공간인 대청마루에서 출발한 것으로, 지붕은 있으되 벽은 없고 실내와 옥외의 중간 경계인 초월적인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린 마당은 건물과 거울못, 미르폭포, 나들못 등 자연경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모든 시설 이용의 시작점으로서 관람객들을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하는 시발점이 되어줍니다.



관람객의 동선에 초점을 맞춘 내부 설계


건물에 들어서면 1, 2, 3층을 어우르는 높은 천장 아래 시야가 확 트인 으뜸홀이 나옵니다. 으뜸홀은 박물관의 전시실로 향하는 관문으로서 유리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둥근 벽과 커다란 원형의 천장에서 흘러 넘치는 자연 채광이 양 날개처럼 펼쳐진 전시실을 한눈에 들어오게 합니다.


전시관을 이어주는 ‘역사의 길’은 관람객들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줄 뿐만 아니라, 천장에 프리즘 복층 유리를 설치해 실내에서도 자연광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관람객들은 역사의 길을 통해 방향에 구애되지 않고 각 전시실을 손쉽게 오가며 관람을 즐길 수 있으며, 중간 지점에는 좌우로 배치된 다리가 있어 더욱 효과적으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 출처: WIKIMEDIA COMMONS @Ian Muttoo



건물 서관 4층 대극장으로 들어가는 로비에 위치한 버금홀은 5층 바닥을 남겨둔 채 홀 천장까지 뚫려있는 구조로, 직선과 곡선이 팽팽한 긴장 속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됐습니다. 박물관의 전시실은 역사의 길을 중심으로 6개의 전시실이 층마다 마주보게 되어 있습니다. 유물의 전시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최소한의 인테리어를 한 것이 특징으로, 화려함보다는 방대한 유물을 관람하는 데있어 혼선을 빚지 않도록 유기적인 동선 위주의 배치가 눈에 띕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그것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모든 건물의 배치가 관람객의 편의에 맞춰진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의 공간에서 옛 사람들의 흔적을 만나는 ‘박물관’의 성격에 가장 알맞은 건축양식을 사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작품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체 유물을 꼼꼼히 살핀다면 약 일주일의 시간이 걸릴 만큼 방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그 외 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서화, 도자기, 조각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선사/고대관

구석기 시대부터 삼국시대, 발해에 이르기까지 선사 및 고대문화를 명품위주로 전시한 선사/고대 전시실에는 토기, 장신구, 기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유물과 여러 고대국가의 역사와 흥망성쇠를 알 수 있는 주요 전시품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좌) 왕의 관 꾸미개 | 6세기경 / (우) 기마인물형토기 | 6세기경



중/근세관

고려, 조선시대실로 꾸며진 중/근세 전시공간은 당시의 역사자료를 관람객이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방대한 양의 조선시대 유물들이 눈에 띄는데, 임금의 어진을 비롯한 왕가의 물품부터 소박한 서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물건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 (좌) 정조 임금의 편지 | 1800 / (우) 대동여지도 목판 | 1861



서화관

서화관은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 명품을 서예, 회화, 불교회화, 사랑방 등의 주제에 따라 전시하여 수준 높은 우리 전통미술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회화실의 경우 조선시대 회화를 세분화하여 전시, 자연과 더불어 산 옛 사람들의 숨결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좌) 대장간 | 김홍도 | 18세기경 | 종이에 옅은 채색 / (우) 대동여지도 목판 | 1861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과 더불어 기획전시관, 어린이전시관, 야외전시관들이 볼거리를 더하며 전문 공연장과 도서관까지 자리하는 종합 문화 공간으로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박물관에서 역사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