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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좋은 기억만 남겨두고 싶은 마음 <이터널 선샤인>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누구나 문득 떠오르는 아픈 기억, 창피했던 경험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거나 몸부림친 적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마음대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기억을 지우고 싶은가요? 그 기억을 지운다면 우리의 인생은 조금 더 행복해질까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 속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조엘과 클레멘타인을 통해 ‘무드셀라 증후군’을 알아보고 ‘기억’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 출처: 씨맥스픽처스



좋은 기억만 남겨두고 싶은 마음무드셀라 증후군


무드셀라 증후군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무드셀라라는 인물에서 유래했습니다. 무드셀라는 969세까지 살았다는 인물로, 나이가 들수록 과거를 자주 회상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무드셀라 증후군이란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고 여기며 좋은 기억만 남겨두려는 심리를 말합니다. 무드셀라 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람은 과거의 일을 회상할 때 나쁜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만을 남기려는 기억 왜곡 현상을 보입니다. 게다가 좋은 기억을 끊임없이 미화해 원래의 사실보다 과장되게 기억해 만족도를 조정합니다.


현재 연인의 단점을 보며 첫 사랑의 상대나 옛 애인을 자주 생각하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거나, 실업자가 된 이들이 과거 회사나 사업 등에서 승승장구하던 때를 자주 떠올리는 경우도 약한 수준의 무드셀라 증후군입니다.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견해도 있지만 무드셀라 증후군은 심리적으로 일종의 현실 도피 현상이고 퇴행(退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 직면해 어려움을 헤치고 나아갈 생각은 않고 과거로 도망치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 출처: 씨맥스픽처스



아픈 기억마저 사랑이었음을 깨닫는조엘


조엘은 헤어진 연인인 클레멘타인을 찾아가 사과하고 다시 관계를 회복하려 합니다. 하지만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사과를 받아주기는커녕 기억조차 하지 못합니다. 이별의 고통이 너무 괴로운 나머지 조엘과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린 것이죠. 이에 충격을 받은 조엘 또한 그녀와의 기억을 지우기로 마음먹습니다.




▲ 출처: 씨맥스픽처스



그러나 가장 최근의 기억, 즉 서로를 미워하고 싸웠던 기억부터 지워져 가고 점차 좋은 시절의 기억에 다다르자 조엘은 기억을 지우는 작업에 저항하기 시작합니다. 연인 사이의 기억이 아닌 자신이 어린 시절이나 다른 기억 속으로 클레멘타인을 데리고 도망을 가면서 그녀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노력하는데요. 하지만 결국 기술자들의 작업 끝에 그녀와 관련된 모든 기억이 지워지게 됩니다. 조엘이 기억을 지운 다음날 아침,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우연히 그들의 추억의 장소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지만 우연히 기억을 지운 과거를 깨닫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 두려워합니다.


과연 이들은 지워진 과거를 딛고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조엘이 기억 삭제 도중 클레멘타인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건 잊는 것 보다 기억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나쁜 기억이라 할지 라도 그녀를 사랑했던 순간이 혼자 남은 지금보다 훨씬 행복했다는 것을, 조엘은 너무 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 출처: 씨맥스픽처스



슬픔이 있어야 기쁨도 존재한다


영화처럼 기술의 힘을 빌리지는 않지만, 무드셀라 증후군은 정신적으로 기억을 선택 소거할 수 있습니다. “망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영화 속 등장하는 니체의 격언처럼 잊는다는 것은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패와 슬픔 속에서도 분명 배울 점이 있고, 나쁜 기억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기억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즉 슬픔이 있기에 기쁨도 존재하는 것이죠.


게다가 무드셀라 증후군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 우울할수록 더 잘 나타나기에 실제적으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꾸기는 힘듭니다. 오히려 행복하다는 착각이 깨졌을 때의 상실감이 더 큰 상처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즐거웠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에 아울러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주변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할 것입니다.




▲ 출처: 씨맥스픽처스






이터널 선샤인


감독 : 미셸 공드리

출연 : 짐 캐리(조엘), 케이트 윈슬렛(클레멘타인), 커스틴 던스트(매리)


줄거리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조엘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이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 행복한 기억들, 가슴 속에 각인된 추억들을 지우기 싫어지기만 하는데... 당신을 지우면 이 아픔도 사라질까요?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는 좋은 추억만을 지니고 있을 때가 아니라 좋지 못한 추억들 역시 감싸 안고 직면했을 때입니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터널 선샤인>을 보면서 서로의 어두운 부분까지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