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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부드러운 식감에 따뜻한 국물까지, 겨울 별미 ‘어묵’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음식들이 여럿 있지만, 시장 한 켠의 좌판에 서서 쏙쏙 뽑아먹던 어묵 꼬치는 향수를 자극하는 겨울 별미입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어묵이 우리나라로 건너온 과정과 어묵의 변천사, 그리고 부산이 대표 어묵 도시로 떠오른 이유까지 보기만 해도 따뜻한 맛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일본의 가마보코, 한국의 어묵이 되다


어묵은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어묵을 일본에서는 ‘가마보코’라고 하는데, 무로마치시대(1336~1573) 중 기에 의식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초기의 가마보코는 으깬 물고기 살을 대나무 꼬치 끝에 꽂아 숯불에 구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판자에 붙여 굽거나 쪄서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마보코를 먹었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18세기 무렵 역관 이표가 쓴 요리책 <소문사설>에 ‘가마보곶’이라는 이름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일본의 가마보코와는 만드는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소문사설>에 나온 가마보곶은 물고기 살을 얇게 저민 뒤 돼지고기, 소고기, 해삼, 각종 채소를 다져 만든 소를 얹어 만들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어묵에 견줄만한 전통요리가 있는데, 1719년 <진연의궤>에 기록된 생선 숙편이 바로 그것이다. 생선 으깬 것에 녹말, 참기름, 간장을 넣고 섞어 틀에 넣어 쪄낸 뒤 편으로 썰어 간장에 찍어먹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진찬의궤>, <진연의궤> 등의 책에 ‘생선 문주’라는 명칭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어묵과 오뎅, 사실은 다른 음식이다?

 

한국에 어묵이 들어온 시기는 일제시대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인들이 ‘오뎅’을 먹기 시작하면서 점차 퍼져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오뎅’을 어묵의 일본어라 생각하고 국어 순화 차원에서 교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오뎅과 어묵은 본질적으로는 다른 음식입니다. 어묵은 생선의 살을 으깨어 반죽한 뒤 가열•응고시킨 음식이고, 오뎅은 어묵•유부•무•곤약 등을 꼬치에 꿰어 장국에 익힌 일본식 술안주 또는 반찬입니다. 즉 어묵은 오뎅의 재료인 셈인 것입니다. 하지만 엄연히 일본어의 잔재이므로 어묵전골, 어묵꼬치 등으로 순화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묵은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그리 환영 받는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주로 긴 꼬치에 끼워 끓는 물에 담가두었다가 간장으로 간을 한 뒤 먹었는데, 튀긴 어묵으로 탕을 끓일 때 나는 묘한 기름 냄새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묵 공장이 생기고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조리법이 등장하면서 어묵은 누구나 즐기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묵이 남의 나라의 음식이라는 거부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부산 어묵을 원조로 생각하거나 매운 어묵, 치즈 어묵 등 다양한 변신을 통해 어묵은 한국화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묵하면 부산! 부산하면 어묵!

 

흔히 어묵 하면 가장 먼저 부산을 떠올립니다. 유명한 어묵 공장 대부분이 부산에 위치해있고, 상표에도 부산이 빠지지 않습니다. 부산 어묵의 시초는 1953년 영도 봉래시장에 세워진 삼진어묵입니다. 지금까지 성업 중인 삼진어묵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어묵공장이기도 합니다. 한국전쟁 발발 후 남쪽으로 피난 온 피난민들이 대거 부산으로 유입되자 값도 싸고 조리도 간편한 부산 어묵은 호황을 맞습니다. 1950~1960년대 부산 일대에 어묵 공장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부산 어묵이 유명한 이유는 많은 공장이 위치한 것도 있지만 특별한 맛 때문이기도 합니다. 수산물이 풍부한 부산의 어묵은 어육이 70% 이상 들어가지 않으면 어묵이라 부르지 않을 만큼 어육의 함량이 높습니다. 때문에 맛이 풍부하고 다른 어묵에 비해 단단해 끓여도 쉽게 풀어지지 않습니다. 타 지역보다 값이 더 나가지만 밀가루의 함량이 적어 소화도 더 잘되고 영양도 높으니 그 값을 하는 셈인 것이죠.



TIP. 어묵의 무한변신!  어묵 귤 탕수

 

어묵을 전골, 볶음으로만 조리해 먹었다면 이제 어묵의 신세계, 어묵 탕수에 도전해 봅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어묵 탕수는 남녀 노소 모두가 사랑하는 새로운 별미입니다. 제철을 맞아 더욱 달콤해진 귤을 넣은 소스와 함께 즐기면 건강에도 좋습니다.

 

 

▶재료
•주재료 : 어묵 300g, 당근 1/2개, 피망 1개, 양파 1/2개, 귤 3개, 녹 말가루 1/2컵, 계란 2개, 물 적당량, 식용유 적당량
•부재료 : 물 1컵, 물 녹말 2 큰술, 케첩 6 큰술, 식초 1 큰술, 설탕 4 큰술, 간장 1 큰술, 소금 1/2 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참기 름 약간

▶만드는 법
➊ 위생봉지에 녹말가루를 넣고 어묵을 넣어 잘 흔들어 섞은 뒤 계 란 물에 담갔다 170도로 달궈진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튀겨냅니다.
➋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당근, 양파, 피망을 볶다 물 1컵을 넣고 끓입니다.
➌ 물이 끓으면 케첩, 식초, 설탕, 간장,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양념이 잘 어우러지게 끓인
뒤 물 녹말을 넣어 농도를 조절하고 귤을 넣어 탕수 소스를 완성합니다.
➍ 접시에 튀긴 어묵을 담고 탕수 소스를 곁들이거나 끼얹어냅니다.

 

 

 

 

따끈따끈한 어묵 국물과 폭신하면서 쫄깃한 어묵을 한입 베어 물면 겨울의 추위조차도 정감 있어 집니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의 온도까지 함께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어묵 한 꼬치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