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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명작 속 숨은 경제학] 미술의 이분화, 경제의 이분성



이분법은 한 대상을 두 가지로 구분하여 바라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이분법적인 분류 방법은 경제와 미술에서도 사용되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을 통해 그림 속 이분화된 공간을 다뤄보고, 경제시장을 두 분류로 나눈 ‘경제의 이분성’의 개념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아르장퇴유의 센 강변 ┃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 1874 ┃ 캔버스에 유채



한 분야를 둘로 나누는 이분법


이분법은 ‘떨어져 있는’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dicha’와 ‘자르다’라는 뜻의 ‘tomos’가 합쳐진 ‘dichotomy’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즉, 이분법의 정의는 하나의 종을 특정한 성질이나 속성을 갖고 있는 하나의 집합과 그렇지 않은 다른 하나의 집합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누어진 집합들은 남자와 여자, 선과 악, 생명과 죽음 등 정반대의 속성을 지니게 되며, 서로 중복되는 요소는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세상을 두 분류로 나눠서 인식하는 관점인 이분법, 이러한 이분법은 인간사회, 천문학, 자연계뿐만 아니라 경제와 미술에서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 ┃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81~1882┃캔버스에 유채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의 이중적 시점


‘근대 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은 폴리 베르제르 극장의 바 ‘카페 콘세르’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은 파리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사교의 중심지이자 예술가들이 모이는 문화의 공간이었습니다. 커다란 샹들리에가 매달린 이곳의 내부 풍경은 화려함의 극치입니다. 


그림 가운데에 그려진 여인은 ‘쉬종(Suzon)’이라는 종업원입니다. 그녀의 뒤쪽으로는 거울에 반사된 가게의 풍경이 보입니다. 그런데 이 거울 속에 비친 세계는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쉬종의 반사된 뒷모습이 그녀의 뒤쪽이 아닌 오른쪽에 그려진 것입니다.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1832~1883)



마네는 그녀와 바의 카운터는 정면에서 그렸지만 일부러 모델과 거울 속 모습의 각도는 모순되게 그렸습니다. 현실의 시선과 거울의 시선이 그림 안에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마네는 한 폭의 그림에 현실과 거울이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를 담았습니다.



▲ 벨르뷔 정원의 구석┃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80┃캔버스에 유채



경제의 이분성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두 부문의 시장으로 나누어서 생각했는데요. 하나는 실제의 상품이나 주식이 거래되는 실물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화폐를 다루는 화폐시장입니다. 이들은 실물 시장과 화폐시장은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 시장이며, 서로 영향을 끼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인다고 바라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산출량•실질임금•실질이자율과 같은 실물시장 변수들은 실물 부문에서 결정되고, 수요•통화공급•물가와 같은 화폐시장 변수들은 화폐 부문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존 메이너드 케인스 (John Maynard Keynes, 1883~1946)



미술품은 독점 공급자에 의해서 유일한 생산품으로 제작됩니다. 이 때문에 미술시장에서는 진품을 똑같이 모사하여 복제품으로 파는 행위가 보편적인데요.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대체재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복제기술이 발전되어 3D프린터를 통해 명화가 오브제로 탄생하고 있습니다. 입체적으로 빚어진 복제 명화를 통해 대체재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고전학파적 경제의 이분성을 믿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존 케인스’가 실물시장과 화폐시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학설을 제시하면서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생각했던 경제의 이분성이라는 개념이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이에 실물시장의 변수는 화폐에 대한 수요, 물가 등 화폐 부문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실물시장과 화폐시장은 독립적이며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 봄(잔느)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81┃캔버스에 유채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화폐시장과 실물시장으로 나눔으로써 초창기 경제를 이해하는데 크나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또한, 마네는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에서 이분화된 공간을 통해 주인공이 응시하고 있는 현실과 거울 속 환상의 세계를 한 작품에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이분법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두 세계의 특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실물시장 개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두 분야에서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 흥미롭지 않나요? 어려운 개념을 공부할 때는 공통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실생활에서 서로 다른 두 분야의 흥미로운 접점을 찾아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