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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새롭게 뜨는 여행 트렌드, ‘다크 투어리즘’을 아시나요?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2>의 한 손님이 ‘제주4.3’ 유적지를 방문했습니다. ‘제주도’하면 흔히 떠올리는 한라산, 오름, 바다, 즐비한 맛집 대신, 역사 속 현장을 찾아 제주의 아픔과 대면했죠. 이와 같이 요즘 여행객들은 비극적 역사의 현장을 찾아 진한 위로를 전하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두운 역사를 가진 곳으로 떠나는 ‘다크 투어리즘’을 소개합니다.






다크 투어리즘을 아시나요?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를 돌아보는 여행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라 말합니다. 세계가 놀란 거대한 전쟁과 학살,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현장을 돌아보며 역사적 사실을 전해 듣고, 당시 상황을 간접 체험하며, 이를 통해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다짐하고 배우고자 떠나는 여행이죠.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이라고도 하며, ‘역사교훈여행’으로 다듬어 말하기도 합니다. 다크 투어리즘을 소개한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보고 가시죠!




 다크투어리즘 소개 영상 보러 가기 (출처: 조선일보 Video C 유튜브)



다크 투어리스트가 가야 할 장소


역사의 비극은 외면할 것이 아닌 똑바로 바라봐야 할 대상입니다. 그래야만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죠. 따라서 예고 없는 전쟁과 재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찬 오늘, 우리는 과거로의 여행이 필요합니다. 꼭 가봐야 할, 대한민국의 떠오르는 ‘다크투어 명소’와 ‘다크 투어리즘’의 대표 장소로 꼽히는 해외 유적지를 소개합니다.




▲ 제주4.3 평화공원 내 조형물 ‘비설’(출처: 홈페이지)



국내 다크투어 제주4.3 투어


먼저 제주도로 가 보겠습니다. 이곳에 남은 역사의 현장은 ‘제주4.3’의 흔적들인데요. ‘제주4.3’은 1948년 4월 3일,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제주도당)의 무장봉기와 미 군정의 강압이 맞붙으며 일어난 민중항쟁으로, 6.25전쟁 다음으로 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낸 제주도 역대 최대의 참사입니다. 무려 한국전쟁이 휴전될 때까지 계속됐고, 이에 근현대 한국사에서 제주도를 슬픔의 섬, 침묵의 섬으로 바꾼 사건이라 불리죠.


이것을 기리는 현장은 제주도(http://www.jeju43peace.or.kr/)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제주4.3 평화공원’에서는 1만3천여기의 위패가 모셔진 참배공간인 위령제단과 시신을 찾지 못해 묘가 없는 행방불명인을 대상으로 한 특별 공간이 마련돼 있어 그들의 넋을 기릴 수 있고,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위치한 ‘너븐숭이 4.3 기념관’에서는 최대 피해마을로 기록된 자료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주4.3길’로 소개된 곳곳을 거닐면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북촌 애기무덤, 동광 큰 넓궤, 진아영할머니 삶터 등 43곳의 유적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주4.3 평화공원 전경 (출처: 공식 홈페이지)




▒ 제주4.3 평화공원

- 제주4.3을 기억하고 추념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평화 인권기념공원

- 제주 제주시 명림로 430(봉개동) / 문의 064-723-4344

- 오전9시 ~ 오후6시 개관(매월 첫째, 셋째 월요일 휴관) / 무료관람

- 홈페이지 바로가기


▒ 너븐숭이 4.3 기념관

- 제주4.3의 최대 피해마을인 북촌마을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기념관

- 제주 제주시 조천읍 북촌3길 3 / 문의 064-783-4303

- 오전9시 ~ 오후6시 개관(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 휴관) / 무료관람


▒ [참고] 제주4.3 70주년 행사

- 3월 24일, 31일 이틀간 ‘4.3 바로알기 체험 인문학 과정’ 운영

- 3월 30일 ~ 6월 10일까지 ‘제주4.3 70주년 특별전’ 개최

- 4월 7일 제주를 벗어나 광화문 광장에서 ‘4·3광화문문화제’ 개최

- 제주3.4아카이브 홈페이지 바로가기








국내 다크투어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위치한 ‘서대문형무소’를 소개합니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독일 친구들이 이곳을 방문하며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1908년 10월 21일 일제에 의해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개소된 형무소는, 한국의 국권을 되찾기 위해 싸운 독립운동가(유관순, 김구, 손병희, 한용운, 안창호 등)와 민주화 운동을 펼친 인사들이 수감된,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안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지난 1987년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했고, 기존 건물은 현재 역사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과거의 아픔과 그 극복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고자, 1998년 일부 옥사와 사형장 등 원형건물을 보존하며 역사관으로 개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3년에는 일제강점기에 수감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알리고자 당시의 ‘여옥사’를 전시관으로 바꿔 각 시대별로 활동한 여성애국지사들의 기록과 유관순열사가 수감된 8호 감방을 복원해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10년도 기대됩니다. 한 발표에 따르면, 1936년 당시의 시설 도면을 바탕으로 형무소는 계속해 복원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고로 우리는 더욱 생생한 현장을 그리고 더 많은 역사를 배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 독립과 민주의 현장을 복원해 개관한 역사관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통일로 251 / 문의 02-360-8590~1

- 오전9시 30분 ~ 오후6시 개관(매주 월요일 휴관) / 유료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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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인 만큼, 대한민국은 곳곳에 ‘다크 투어리즘’ 장소가 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점령기부터 최근 4년 전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건·사고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 1998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개관한 세계 최초의 성노예 주제 인권박물관

- 일본의 전쟁 범죄행위 고발,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회복, 후손들의 역사교육의 장

- 경기 광주시 퇴촌면 가새골길 85


▒ 거제 포로 수용소

- 6·25전쟁 중 발생한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들을 집단으로 수용하던 곳

- 한국전쟁의 참상과 냉전시대의 이념 갈등이 일어난 축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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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무장지대(DMZ) 투어

- 군사력을 동원해 무장을 하지 못하는 지역인 DMZ 일대 투어

- 한국전쟁, 분단국가의 국경, 통일 등을 학습하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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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 5.18 민주묘지

-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수호하다 희생된 넋을 기리는 묘지

- 1980.5.18은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된 민중항쟁

- 2017년 개봉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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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숭례문

- 대한민국 국보1호

- 2008년 2월 10일 발생한 방화로 인해 가슴 아픈 기억을 남긴 곳

- 최근 ‘다크투어’ 장소로 소개

- 서울 중구 세종대로 40 숭례문(남대문)





▲ 아우슈비츠 수용소(출처: 홈페이지)



해외 다크투어 아우슈비츠 수용소


다크 투어리즘은 시작도 활성화도 모두 해외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부분의 대표 장소는 국외에 위치해 있는데요. 그 중 가장 유명한 관광 코스를 꼽으라면,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Auschwitz-Birkenau Concentration Camp)’가 빠질 수 없습니다.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에 의해 유대인 등 400만 명의 인구가 학살 당한 곳인데요. 수용소에 갇힌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각종 인체실험과 고문, 총살, 굶주림 등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잔혹한 현장이 전쟁 막바지에는 증거인멸을 목적으로 파괴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1947년, 폴란드의회가 일부 건물을 보존하기로 결정하며 수용소 터에 희생자를 기리는 박물관을 건립했고, ‘나치의 잔혹성을 잊지 말고, 이 같은 비극을 후세에 전하자’라는 의미에서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현재까지 당시 사용했던 가스실, 철벽, 고문실 등이 남아 있고, 수용실 내부의 전시실에는 희생자들의 유품과 머리카락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 그라운드 제로(출처: 위키백과)



해외 다크투어 9.11테러 현장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도 방문해야 할 곳입니다. 영국에서 발표한 ‘세계 다크 투어리즘 장소 10선’에 소개된 바 있죠. ‘그라운드 제로’는 본래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이나 피폭 중심지를 뜻하는 군사용어인데,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이후 세계무역센터(WTC) 붕괴 지점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습니다. ‘9.11 테러’는 미국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펜타곤), 의사당을 비롯한 주요 관청 건물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 등이 항공기와 폭탄을 동원한 테러공격을 동시다발적으로 받은 사건입니다.


현재 그곳에는 ‘9·11 테러 메모리얼·박물관’이 완공돼 있고, 재건립이 추진돼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포 월드 트레이드 센터, 세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세워졌으며, 스리 월드 트레이드 센터, 파이브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공사 중입니다. 이렇게 그라운드 제로는 그날의 아픔을 기림과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현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바로가기




▲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출처: 위키백과)



또 어떤 곳이 있을까요?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아래 소개된 다크투어 장소를 꼭 한번 방문해 보세요.




▒ 해외 유명 다크 투어리즘 장소 #전쟁과 학살

- 중국 난징대학살 기념관: 중일전쟁 때 일본군이 저지른 대규모 학살의 현장

-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인류 최초 원자폭탄이 투하돼 폐허가 된 곳에 세워진 기념관

- 베트남 전쟁기념관: 베트남 전쟁 중 밀라이에서 미군이 행한 민간인 대학살의 현장

- 캄보디아 킬링필드: 캄보디아 사회를 사회주의로 바꾸기 위해 벌인 대학살의 현장

- 스리랑카 내전 유적: 아시아 역사상 27년간의 최장기 내전이 벌어진 곳(1983~2009)


▒ 해외 유명 다크 투어리즘 장소 #재난과 재해

-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1986년 원자력 발전소에 불이 나면서 방사능 유출 사고 발생

- 미국 뉴올리언스: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최대 피해 지역

- 아이슬란드: 2010년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유럽 상공이 뒤덮이는 항공대란 발생

- 이탈리아: 2012년 이탈리아의 초대형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침몰 사건








“한 공간에서 일어난 슬픔은 그곳에 가야만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찾아온 사람들을 통해 슬픔은 공유되고 외부에까지 전파된다”는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의 저자 아즈마 히로키의 말처럼, 우리는 다크 투어리즘을 통해 비극적 사건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반성과 교훈을 그 현장 속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공감대까지 형성할 수 있죠. 


2018년은 ‘제주 방문의 해’로 ‘제주4.3’이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올해 봄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제주4.3’의 역사와 슬픔을 아우르고 더 나은 미래를 다짐하는 다크 투어리즘을 여행 테마로 삼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