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나 드라마의 법정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판사, 검사, 변호사 등 인물들의 모든 대화를 묵묵히 타자로 기록하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속기사’인데요. 속기사는 사람의 발언속도에 따라 음성과 주변 환경 및 분위기를 빠르게 기록하는 사람으로 현대판 ‘사관’이라고도 불립니다. 속기사는 앞서 말씀드린 법원 외에도 국회, 지방 의회 등의 국가 중요 사안이나 기업 주주총회, 방송 자막 등 각종 회의와 강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유재환씨의 매니저가 회의 내용을 속기 키보드로 빠르게 작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속기사는 단순하게 말뿐만 아니라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 공간의 분위기까지 자세히 기술해야 하기 때문에 타자 속도가 빠르다고 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10월 신도리코 블로그의 기획 시리즈 <직장인의 자격>에서는 속기사가 되기 위한 관문! ‘한글속기’ 자격증 준비부터 취득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시험일정  


한글속기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관하는 국가기술자격인데요. 1, 2, 3급 모두 상반기, 하반기 각 한 번씩 1년에 총 2번 진행됩니다. 올 해의 경우 5월과 9월에 시행되었으며 10월 20일 바로 오늘! 9월 시험 결과가 발표됩니다. 


아직 2021년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는데요. 한글속기를 준비하고 계신 분들은 내년 4~5월경에 진행되는 시험을 목표로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 2020 한글속기 시험일정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 한글속기 응시료 

- 21,000원 (1, 2, 3급 동일) 



시험과목 


한글속기는 필기 시험 없이 실기 시험 한 번으로 진행됩니다. 1~3급 모두 5분 동안 낭독되는 발언 내용을 바로 입력하면 되지만 중간에 수정시간 없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연설체와 논설체 두 과목으로 구분되며 각 급수마다 출제 분량 및 합격 기준이 상이합니다. 특히 1급의 경우엔 실력은 물론 운도 따라줘야 합격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높은 난이도를 띄고 있죠. 


시험에는 CAS, 소리자바, KS표준속기겸용키보드 및 기타 속기 프로그램이 내장된 속기용 키보드만 허용되며 시험 당일 본인의 키보드를 직접 가져가야 합니다. 


▲ 한글속기 입력 화면 예시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먼저 가장 난이도가 어려운 1급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급은 1,650자 분량의 연설체와 1,500자 분량의 논설체 두 과목으로 진행됩니다. 모든 과목 정확도 92%이상일 경우 합격입니다.


2급은 1,500자 분량의 연설체와 1,350자 분량의 논설체 두 과목으로 진행되고 정확도 90% 이상이면 합격입니다. 


3급은 1,350자 분량의 연설체와 1,200자 분량의 논설체 두 과목으로 진행되고 역시 정확도 90% 이상이면 합격입니다. 


1급은 본래 정확도 90% 이상 시 합격이었지만 오는 2021년부터는 92%로 합격 기준이 상향된 점 꼭 참고해주세요! 


▲ 2020 한글속기 시험과목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속기용 키보드의 비밀 


① 세벌식 입력방법 


일반 키보드로 5분 안에 1000자가 넘는 분량의 타자를 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요. 속기용 키보드로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이는 ‘세벌식’ 입력 방법을 활용해 타자 치는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보통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일반 키보드는 그 순서대로 입력해야 하는데요. 세벌식 방법을 사용하는 속기용 키보드는 순서 상관없이 동시에 누르면 됩니다. 예를 들어 ‘강’이라는 글자를 입력하려면 일반 키보드는 ‘ㄱ→ㅏ→ㅇ’ 순으로 입력해야 하지만 속기용 키보드로는 ‘ㄱ,ㅏ,ㅇ’을 한 번에 입력해도 되죠. 


② 약어  


또 다른 비밀은 ‘약어’인데요. 약어는 쉽게 단축키나 매크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Ctrl+C(복사), Ctrl+V(붙여넣기)처럼 여러 절차를 버튼 몇 개로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듯이 단어나 문장을 미리 규칙에 따라 설정한 후 버튼 몇 번 만으로 자동완성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ㄱ: 것 같아요’, ‘ㅇㄴ:안녕하세요’, ‘ㅌㅈ: 통증’ 과 같이 전체 모음과 자음을 입력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말이 완성되게끔 규칙을 정하는 것인데요. 자주 반복되는 단어는 약어로 바로 입력할 수 있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한글속기는 다른 자격증들과는 다르게 답안을 고민하거나 수정할 겨를 없이 10분만에 시험이 종료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연습이 요구됩니다. 특히 법원이나 국회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 어렵고 단순히 낭독되는 말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맞춤법과 띄어쓰기까지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AI속기가 속기사라는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사람마다 목소리나 말투, 억양이 다르고 동시에 사방에서 들려오는 발언들을 기계가 정확하게 기록하기 어렵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AI기술과 사람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더욱 정확한 속기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며 <직장인의 자격>은 다음달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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