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가운데서도 환경은 가장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입니다. 그만큼 우리 앞에 놓인 환경문제가 긴급하고 엄중하다는 의미지요. 그중 플라스틱 쓰레기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며 여러 가지 대응책도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기업들의 실천 사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습격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채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의 영상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단번에 끌어올렸습니다. 썩지않는 플라스틱이 쓰레기가 되면 지구 어딘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눈앞의 ‘현실’로 보여준 것이죠. 씁쓸하게도 바다거북의 고통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일으키는 문제 중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쓰레기 문제를 넘어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에는 치약이나 세안제의 세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사용과 함께 물로 흘러들어가는 1차 미세플라스틱뿐 아니라 일반적인 플라스틱 쓰레기가 마모되고 풍화되며 만들어지는 2차 플라스틱도 포함됩니다. 이렇게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은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가 어패류나 초식동물 등의 먹이사슬을 거쳐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로 되돌아옵니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과 호주 뉴캐슬 대학의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양이 신용카드 한장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세플라스틱이 무서운 이유는 아무런 자각증상 없이 인체에 흡수되어 갑상선 등 호르몬 장애, 각종 암 유발, 피부염, 성장 및 생식 저하 등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더욱 섬뜩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심지어 우리 모두가 당장 미세플라스틱 사용과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중단한다 해도, 지구 곳곳에 쌓여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계속해서 생태계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플라스틱, 버리지 말고 다시 쓰자
이미 상당히 진행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버려지는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카페 매장 안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스타벅스와 이디야 등 일부 기업에서는 발 빠르게 종이빨대,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아이스음료 컵 등을 내놓았다. 소비자들 역시 기업의 이 같은 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텀블러나 다회용기를 휴대하는 등 성숙한 환경의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사용한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을 높여 쓰레기로 배출되는 플라스틱의 양을 줄이는 것입니다. 분리배출 표시 기준 강화 등 정책적으로도 진전된 변화가 있었을 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재활용 친화적인 패키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분리배출 편의를 높이는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8.0 에코를 내놓은 롯데칠성음료는 친환경을 실천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매출 면에서도 성장했습니다.
세 번째는 플라스틱과 유사한 물성을 가지면서 자연분해되는 대체품을 만들거나, 플라스틱 재활용 범위를 높이는 등의 신기술 개발입니다. 특히 재활용 관련 기술의 발전은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플라스틱 제품이 많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패션분야는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개발 움직임이 활발한 업계 중 하나입니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의 대표 격으로, 작년 F/W 시즌에는 ‘플라스틱은 영원하다’는 슬로건과 함께 100퍼센트 폐그물로 만든 ‘넷플러스’ 컬렉션을 출시했다. 국내에서도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티엔씨가 폐페트병을 섬유로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서트터를 생산해 노스페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패션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변화
얼마 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폐플라스틱과 산업부산물인 제강슬래그를 재활용한 철도 침목을 개발했습니다.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다시 원료유로 활용하는 ‘도시 유전’을 만들고 있다. 이밖에도 폐플라스틱을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연구와 개발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폐플라스틱의 쓰임이 확대해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결국 자본과 기술을 가진 기업 혹은 기관의 몫입니다. 하지만 기관과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국민과 소비자, 즉 환경을 생각하는 개개인의 관심과 요구다. 사회적 관심과 소비자의 요구야말로 기업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연구를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가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오션 플라스틱 마우스’를 선보였다. 이미 버려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갈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고 세척해 재활용하는 수고를 들인 이 제품은 최근까지도 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습니다. 좋은 취지에 공감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을 알리고 나선 것이다.
지구 환경이 처한 현실을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필환경’ 시대,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한다면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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