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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미술관 산책] 세계적인 거장 건축가 노먼 포스터 전시

 

인간에게 자연은 더 이상 개발 대상이 아닌 공존하며 어울리는 중요한 환경입니다. 때문에 최근 들어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친환경적인 요소들을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점에 대해 일찍이 1960년대부터 중요하게 생각한 건축가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건축 거장인 '노먼 포스터'입니다. 지금까지 그가 참여한 주요 프로젝트와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담은 철학 및 미래 건축에 대한 사유를 한 자리에서 알아볼 수 있는 자리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마련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세계적인 거장 건축가 노먼 포스터 전시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

 

노먼 포스터 ⓒFrederic Aranda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는 세계적인 거장 건축가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전시로, 서울시립미술관과 포스터 +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영국을 근거로 삼으며 세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먼 포스터와 그의 자회사 포스터 + 파트너스의 핵심적인 활동 궤적을 보여주고자 새롭게 기획된 이번 전시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어 더욱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약 500여 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는 이들의 활동 중 미술관,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예술 공공 건축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특히 노먼 포스터가 일찍이 주목해 온 지속가능성에 대한 개념과 미래를 향하고 있는 거장 건축가의 비전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35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노먼 포스터는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건축과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하면서부터 본격적인 건축가로서의 행보를 밟습니다. 특히 예일대학교에서 만난 동료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 훗날 포스터의 배우자가 되는 '웬디 치즈먼', 자매 '조지 월튼'과 함께 1962년에 팀 4(Team 4)를 결성해 그룹으로 활동하면서 릴라이언스 컨트롤스(1967)와 같은 당시의 첨단 기술에 기반한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다수 선보였는데요. 약 4년간의 팀 활동 후 노먼 포스터가 웬디 치즈먼과 함께 설립한 ‘포스터 연합(Foster Associates)’이 오늘날 2,000명이 넘는 국제적 규모의 건축 스튜디오로 성장한 '포스터 + 파트너스'의 전신(前身)입니다. 

 

애플 파크 ⓒ 스티브 프로엘


'포스터+파트너스'는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도시설계, 엔지니어링, 산업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도시 및 조경 디자인, 그 외 다학제적인 연구개발을 등을 하며 수십여 개의 전문 스튜디오로 특화되어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까지 영국박물관 대중정, 홍콩상하이은행, 미국 애플 파크,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과 같은 주요 프로젝트를 통해 개별 건축물뿐만 아니라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방식을 재설정하고 풍경을 변모시키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달 거주지 프로젝트 ⓒ ESA _ 포스터 + 파트너스

 
노먼 포스터는 고도의 공학적 접근과 컴퓨터 기술에 기반한 ‘하이테크 건축’의 선두주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의 건축 활동에 있어 근간이 되고 철학적 모태가 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점에 주목하고 있어요. 우주에서의 거주 형태를 실질적으로 고민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도시를 설계하며 주거환경의 효용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실험을 1960년대부터 설계해 온 포스터의 건축 철학은 그 동안 널리 알려진 대규모 상업 프로젝트의 이면에 존재하는 그의 활동의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5가지 지향점을 담은 '미래긍정'의 건축물 전시회


아시아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는 건축 모형, 드로잉, 영상, 아카이브 등 300여 점으로 구성된 대표 프로젝트 50건을 선보입니다. 전시 제목 ‘미래긍정(Future Positive)’은 노먼 포스터와 포스터 + 파트너스의 건축 철학을 가장 잘 함축하는 표현으로, 미래를 향한 이들의 지향점을 총 다섯 개의 섹션 구성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첫째,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유' 에서는 1960년대부터 '지속 가능성'에 대해 제고하고 실천한 노먼 포스터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건축과 그것을 둘러싼 광범위한 영역을 설계함에 있어 지속 가능성을 꾸준히 고민했죠. 그래서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결과를 구현하고자 했던 친환경 건축의 선구자이자 발명가이며 미래학자인 벅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밀접하게 소통하였습니다

둘째, '현재로 연결되고 확장되는 과거'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을 현대적인 해석으로 조화를 더한 ‘레트로핏(retrofit)’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레트로핏의 대표작으로 런던의 영국박물관의 대중정, 뉴욕의 허스트 타워, 독일 국회의사당이 있는데요. 근대와 현대, 과거와 현재의 만남은 새로운 건축환경으로 사용자의 경험을 이끌며 공공 건축 개념을 넓혔습니다. 이들에게 레트로핏은 옛것에 단순히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조심스럽고 정교하게, 그러나 혁신적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면서 현재와 교차하고 결합하는 등 물리적인 건축을 넘어 하나의 ‘장소’를 재창조하는 것입니다. 

《미래긍정_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전시 전경, 사진 임장활 Lim Jang Hwal,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셋째, '보다 나은 삶을 위한 기술' 에서는 중동 지역에 위치한 자이드 국립 박물관(Zayed National Museum)과 마스다르 시티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건축물은 해당 지역의 문화는 물론, 특정적인 기후 환경에 대한 다층적인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아부다비 지역의 극한 기후환경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에어컨이나 공조 시스템 없이 건물이 자체적으로 원활한 공기 순환을 유도하는 공기역학적 설계는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과제에 기반한 결과입니다. 

자이드 국립 박물관 ⓒ 포스터 + 파트너스


넷째, '공공을 위한 장소 만들기' 에서는 런던 트라팔가 광장,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 프랑스의 마르세유 구 항구 설계를 통해 열린 공간 안에서 서로가 어떻게 연결되고 관계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버려지거나 상실되었던 공간의 재생을 통해 새로운 공공장소를 조성하는 일은 많은 경우 단편적이거나 파편화되는 도시 구조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합니다. 이는 단일 건물의 디자인을 넘어 도시 삶의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미래긍정_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전시 전경, 사진 임장활 Lim Jang Hwal,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다섯째, 건축에 대한 노먼 포스터와 포스터 + 파트너스의 시점은 이미 현재가 아닌 미래에 닿아 있습니다. 지구 밖 행성에서의 삶을 상상하면서 유럽우주국(ESA),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업한 달 거주지 프로젝트(2012), 화성 거주지 프로젝트(2015)는 모두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실행되었어요. 그 이후로도 재료 과학자, 시스템 분석가, 사회 인류학자, 수학자, 구조 및 환경 공학자, 건축가 등 다양한 팀을 구성하여 인류가 삶을 영위하고 다양한 종이 공생하는 세계를 위한 새로운 '미래 건축'의 모습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술관 공용 공간에서 상영되는 1시간 18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노먼 포스터 – 건축의 무게>(2010)를 통해서는 노먼 포스터가 이야기하는 건축 프로젝트의 배경에 대해 들어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고 꼭 관람해 보세요!

《미래긍정_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전시 전경, 사진 임장활 Lim Jang Hwal,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위치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 (서울특별시 중구 덕수궁길 61)
전시기간 2024년 4월 25일 (목) ~ 2024년 7월 21일 (금)
관람시간 평일(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 오전 10시~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https://sema.seoul.go.kr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근현대사의 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정동 한 가운데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르네상스식 옛 대법원 건물의 전면부와 현대식 건물의 후면부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재판소(법원)인 평리원(한성재판소)이 있던 자리에 일제가 1928년 경성재판소로 지은 건물로 광복 후 대법원으로 사용되었으며, 1995년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옮겨간 후 2002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모두가 만나고 경험하는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전시, 교육, 스크리닝, 워크숍, 공연, 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더불어 SeMA Cafe+, 예술 서점, 로비 공간, 그리고 야외 조각 공원이 모두에게 다양한 미술 체험에 이르는 길을 제공합니다.
  


노먼 포스터와 포스터 + 파트너스가 내일을 기대하고 긍정하는 이유는 미래에 관한 연구의 결과를 현재에 적용하여 선순환을 이끌어내고, 건축이 환경과 더불어 존재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적, 물리적 변화 속에서도 건축물이 자생하도록 하는 접근에는 동시대적 상황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다층적인 연구를 근간으로 하는 이상적인 사유, 그리고 철학이 녹아 있는데요. 이들이 써 내려가고 있는 변화의 역사는 일관되게 사용자의 필요와 경험을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들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고, 기대되는데요. 여러분도 이 전시를 통해 건축뿐만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미래 도약을 위한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