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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맛있는 히스토리] 코끝을 자극하는 향신료의 유혹 ‘카레’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카레는 어떠한 향신료를 배합하느냐에 따라 색부터 맛까지 달라집니다.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지역에서 ‘커리’라 불리던 식재료는 어떻게 ‘카레’가 되어 우리 식탁에 전해졌을까요? 코끝을 자극하는 향을 따라 남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다시 아시아를 횡단했던 카레의 역사를 살펴봅시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카리, 카레가 되다


남아시아 혹은 동남아시아와 같은 열대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커리잎은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식재료였습니다. 이들은 커리잎을 기름에 살짝 볶아 가루로 만든 뒤 여러 향신료와 배합하여 소스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기본적인 커리의 형태입니다.


이때 어떠한 향신료를 넣느냐에 따라 커리의 형태와 맛이 달라집니다. 나라는 물론 지방에 따라 고유의 향신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커리를 만드는 사람의 수만큼 커리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커리의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남인도 지방의 타밀어로 ‘소스’라는 뜻을 가진 카리(kari)가 그 어원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인도와 유럽을 오가던 무역상들이 카리를 맛보고 그것을 영어식으로 변형한 용어가 ‘커리’라는 것입니다.






영국이 동인도 회사를 설립한 뒤 커리는 본격적으로 유럽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커리가루를 대량생산하는 데에 성공하면서 향신료와 커리가루의 혼합 소스였던 커리는 영국의 비프 스튜와 결합해 걸쭉한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커리는 일본식 발음인 ‘카레(カレ)’라고 불렸습니다. 비프스튜 형태의 카레가 익숙하지 않았던 일본인들은 쌀밥 위에 커리 소스를 얹은 덮밥 형태의 카레라이스를 고안해냈고, 이것이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에 전해졌습니다.


한국에서 ‘카레’란 강황이 주재료인 노란 향신료 가루에 야채와 고기를 볶아 끓인 물에 넣어 걸쭉하게 만든 요리를 말합니다. 하지만 ‘커리’는 강황 뿐 아니라 커리 잎, 거민, 코리앤더, 호로파, 고추, 후추 등 다양한 향신료로 구성된 커리 가루 또는 소스가 들어간 스튜나 국수, 볶음밥, 튀김 등의 모든 음식을 칭합니다. 즉, 우리가 인도의 음식이라고 알고 있는 카레는 엄밀히 말하면 인도엔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희귀한 동양의 스튜’, 영국을 노란 빛으로 물들이다


유럽인들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제국 때부터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와 원자재의 생산지인 인도를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 여겼습니다. 인도의 무역권을 장악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은 수백 년에 걸쳐 서로를 견제하며 경쟁했습니다. 18세기 들어 그 전권을 장악한 것은 바로 영국이었습니다. 영국은 인도 내부에 동인도 회사를 세워 점차 세력을 넓혔습니다. 그 결과 18세기 중반에는 영국 정부가 직접 인도를 통치하게 됐습니다.


인도에 진출한 영국인들은 향신료를 사용한 커리 소스에 매혹됐습니다. 인도의 음식 문화는 영국 내부에까지 소개됐고 커리는 ‘희귀한 동양의 스튜’라 불리며 영국 고위층에서 즐기는 고급 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커리 특유의 강한 향은 영국의 대중에겐 낯선 것이었습니다. 이를 보완해 개발된 것이 담백하면서도 커리의 풍미를 잃지 않은 커리 파우더였다. 낯선 이국의 음식이 영국의 가정에까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커리 파우더의 역할이 컸습니다.






20세기에 들어 영국은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린 대제국이 됐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복구하는 데에 식민지의 노동력이 쓰였는데 이 시기에 많은 인도인들이 영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이주민들은 주로 제조업과 공업분야에서 일했지만 커리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도의 커리는 기존의 영국에서 발전된 커리와 융합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커리의 발전과 변화의 역사에는 영국과 인도 사이의 지배와 피지배, 이주민들의 고된 생활이라는 아픈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카레, 세계를 매혹시키는 천의 얼굴!


영국을 통해 처음 카레가 일본에 소개되었을 당시 카레는 노란 빛의 음식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일본으로 수출된 커리파우더가 울금을 주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흰 쌀밥 위에 노란 카레가 뿌려진 모양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 일본인들은 검은색의 착색료를 섞거나 밀가루를 오래 끓여 갈색빛을 내는 방법으로 카레의 색을 진하게 바꿨습니다.


20세기 들어 일본도 카레의 대량생산에 성공하면서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와 베트남 등에도 카레가 전파됐습니다. 우리나라의 카레는 일본식 카레보다 강황을 많이 사용해 노란색을 띠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국물이 넉넉한 편입니다.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베트남에도 일본식 카레가 전파되었는데 베트남의 카레에는 베트남에서 많이 사용하는 고추, 레몬, 코코넛, 토마토 등이 들어갑니다. 일본의 식민지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카레가 전해진 태국에서도 특유의 카레가 존재합니다. 태국의 카레 ‘깽(kaeng)’에는 새우 페이스트, 양파, 그린 칠리 등이 들어가 독특한 맛을 내고 지역에 따라 코코넛 밀크를 넣기도 하는데, 국처럼 묽게 만들며 옐로우 커리, 그린 커리, 레드 커리 등 재료에 따라 색과 매운 정도가 다릅니다.



TIP. 정통 인도식 카레를 가정에서 ‘인도식 버터치킨 카레’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카레는 일본식으로, 밀가루와 카레가루를 볶아 만든 걸쭉한 소스의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정통 인도식 카레는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아 전혀 걸쭉하지 않습니다. ‘인도에 가보니 카레가 없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일본식 카레와 레토르트 카레도 그 장점이 있지만, 가정에서도 손쉽게 정통 인도식 카레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죠? 카레 파우더를 이용해 걸쭉하지 않은 인도식 카레에 자신이 좋아하는 향신료를 첨가해 ‘나만의 카레’를 만들어보세요.






<인도식 버터치킨 카레 만들기>


▶ 주재료

닭정육 400g, 버터 2큰술, 백미 적당량, 완숙 토마토 3개, 생크림 1컵, 생강 1톨(30g), 청양고추 1개


▶ 숙성 소스

플레인 요구르트 1개(100g), 다진 마늘 2큰술, 케첩 2큰술, 잡꿀 2큰술, 지퍼 팩 1장(닭 크기), 카레 파우더 2큰술(시판용)


▶ 만드는 법

➊ 닭은 흐르는 물에 잘 씻어서 물기를 제거하고 자른다. 지퍼 팩에 닭과 숙성 소스를 넣고 주무른 후 냉장고에 2~3시간 보관한다. 요리 하루 전날 보관해도 좋다.

➋ 양파는 채 썰어 준비한다. 생강은 껍질을 벗기고 곱게 채 썬다. 토마토는 먹기 좋게 토막으로 썰고 청양고추는 다진다.

➌ 팬에 버터 1큰술, 올리브유를 두르고 위에서 준비한 야채(청양고추 제외)를 넣어 볶는다.

➍ 야채가 노릇하게 익으면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닭을 넣고 볶는다. 닭이 완전히 익어 걸쭉해지면 생크림, 다진 청양고추를 넣고 한 번 끓인 다음 남은 버터를 넣는다.

➎ 그릇에 밥을 담고 완성한 카레를 올린다.




특유의 향으로 입맛을 돋우는 카레! 각 나라의 카레를 맛보며 그 나라 문화를 느껴보면 어떨까요? 다음달에도 맛있는 이야기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