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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황금빛 음료 ‘맥주'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여름 밤이면 풍성한 거품이 올라간 맥주 한 모금으로 텁텁한 기분까지 날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TV 앞에 누워서도, 시끌벅적한 식당에서도, 바람 부는 한강에서도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맥주는 사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가장 오래된 발효주입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이집트, 유럽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맥주의 황금빛 여정을 함께 따라가보겠습니다.






최고(最古)의 문명이 탄생시킨 최고(最高)의 음료


고대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 일대의 메소포타미아는 가장 오래된 문명지로 유명합니다. 최고(最古)의 문명지인 메소포타미아는 최고(最高)의 음료를 탄생시켰는데요. 밀반죽이 주재료인 빵을 물과 함께 발효시켜 만든 맥주가 바로 그것입니다.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은 양조장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이미 점포에서 맥주를 팔았고, 당시 개발된 맥주만 해도 스무 가지가 넘었습니다. 맥주가 얼마나 보편적인 술이었던지, 가장 오래된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맥주 관련 조항들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후 물길을 따라 이집트로 흘러간 맥주는 식용뿐 아니라 특유의 알코올 성분 덕분에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흔히 벌레에 물렸을 때나 소독용으로 사용됐지만 위장병이나 생명이 위태로운 중병에도 맥주를 치료제로 사용했으니, 이집트인들의 맥주에 대한 믿음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뒤이어 맥주 양조를 시작한 그리스와 로마에서 맥주는 그다지 환영 받는 술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그리스와 로마 지역에선 포도주를 ‘신의 음료’라 부르며 칭송했는데, 포도주와 비슷하지 않고 당시의 기술적 한계 때문에 쓴맛이 강했던 맥주가 그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유럽에서 사라질 뻔 했던 맥주는 로마가 식민지 확보를 위한 전쟁을 벌이면서 중유럽에 퍼져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됩니다.



수도사로부터 노동자에게로, 맥주의 대중화


수도원과 술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시 유럽에서 수도원은 치즈 제조를 비롯한 발효 공정 기술이 가장 발달한 곳이었습니다. 맥주는 엄격한 규율 아래 생활하는 수도사들에게 유일한 안식과 같은 음료였고, 지구상에서 가장 엄격한 수도원이라 불리던 아일랜드 수도회에서도 맥주의 인기가 높았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도원 내에는 맥주를 만드는 전문 부서가 있었으며, 구로 스타비야, 오거스티나, 파울라너 등 지금까지도 사랑 받는 맥주들을 탄생시킨 곳도 바로 수도원이었습니다.






현재 맥주는 가장 저렴하고 대중적인 음료지만 당시만해도 유럽에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적이었습니다. 까다로운 공정과 기술이 필요한 탓에 수도원을 제외하면 양조장의 수가 많지 않은 까닭이었습니다. 때문에 높은 계급의 수도사들이나 귀족들만이 맥주를 즐길 수 있었고, 시민들에게 맥주는 가끔 맛볼 수 있는 고급주류였습니다. 그러나 15세기 이후 부르조아의 성장과 함께 양조장을 비롯한 공장시설이 도시에 속속 등장하면서, 맥주는 시민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음료가 됐습니다.



현대 맥주를 탄생시킨 위대한 발명들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맥주는 전통적인 발효 제조 방식에서 크게 발전되지 못해 대량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맥주를 장시간 보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프랑스의 대화학자 루이 파스퇴르였습니다.


파스퇴르는 맥주 효모가 60℃ 이상 에서는 활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맥주가 계속 발효되어 유통기한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저온살균법을 고안해냈습니다. 그의 이름을 따 파스퇴리제이션이라 불리는 이 방법을 통해 맥주는 대량 생산에 성공하게 됐습니다.


맥주와 관련된 또 다른 발명은 바로 캔맥주입니다. 독일 출신의 크뤼거가 뉴저지에 세운 양조회사는 1935년 당시 과열된 병맥주 시장에 후발주자로 등장, 별다른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그는 고심 끝에 화려하게 디자인한 양철깡통에 맥주를 담아 판매했는데, 처음엔 거부감을 느끼던 사람들도 점점 그 맛에 반해 크뢰거의 캔맥주는 대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운반하기 쉽고 가지각색의 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는 캔맥주는 현재 캔만을 모으는 애호가들이 생겨날 정도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TIP. 맥주의 화려한 변신, ‘맥주 칵테일’


‘맥주’하면 대중적인 라거나 최근 등장한 에일을 떠올리지만, 애주가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맥주 칵테일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보드카나 럼 같은 높은 도수의 술을 이용한 칵테일과는 달리, 맥주 칵테일은 비교적 낮은 도수에 목넘김도 부드러워 술에 약한 사람도 즐겁게 술자리를 함께할 수 있습니다.






• 취한 눈을 닮은 ‘레드 아이’

술에 취해 충혈된 눈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레드 아이’는 토마토 주스와 맥주를 1:1 비율로 섞어 만든다. 비타민이 풍부한 토마토 덕분에 숙취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 흑맥주에 지는 노을, ‘옐로 선셋’

흑맥주에 계란 노른자를 톡 넣어 만드는 칵테일이다. 마치 우리나라 쌍화차를 연상시키는 제조법이지만, 부드러운 노른자가 흑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을 중화시켜준다.


• 맥주로 맛보는 멕시코, ‘미첼라다’

라임 즙에 핫소스, 후추를 기호대로 넣고 맥주와 함께 섞는다.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 맛이지만 멕시코에선 바다를 보며 맥주를 마실 때 가장 즐겨 사용하는 제조법이다.






제조 방법에 따라, 믹스하는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한 맛과 향을 뽐내는 맥주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후텁지근한 여름, 톡 쏘는 맥주의 시원함으로 더위를 날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