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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직장인 고민상담] 스트레스,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합니다

스트레스, 원인을 알면 해결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장인 중 다수가 스트레스를 동반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스트레스성 피로 증상과 근육통 때문에 클리닉을 방문한 50대 중반의 대기업 임원 K에게 “제일 스트레스 받는 것이 무엇인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K는 하소연 하듯이 말하더군요. “회사 일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아내는 아내대로 잔소리가 많아 너무 힘들다 라고요. 그런데 과연 K의 말처럼 아내의 잔소리가 스트레스를 키운 것일까요?






사실은 내 마음이 밥을 주며 키우던 스트레스


아내의 잔소리가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했지만, K의 마음 이면을 들여다 보니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K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항상 어머니의 관심과 애정에 목 말라 있었습니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K는 어머니로 받지 못한 사랑을 아내에게 받고자 하는 욕구가 컸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K는 늘 불만을 느꼈습니다. ‘아내는 나에 대한 애정과 노력이 부족하다. 내가 말 하지 않아도 뭐가 힘든지 척척 알아서 해야지. 내가 뭘 하는지 꼭 말로 해야 하나. 우리 마누라는 속이 좁아.’ 라고 생각하며 아내에 대한 불만을 무의식 중에서 스스로 키워왔던 겁니다.






스트레스 면역력을 키우세요


K의 스트레스,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해결하는 일만 남았을까요? 그가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회사 일, 아내의 태도는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당장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없고, 이직을 한다고 해도 편한 직장 생활을 보장하는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업무 스트레스는 아무리 힘들어도 견뎌내야 하는 것이고, 회피하거나 다른 곳으로 도망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죽기 전까지 한 순간도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없애야 한다, 스트레스를 해결해야 한다고 우리는 쉽게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스트레스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스트레스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쉽게 해결되는 것이라면 스트레스라고 느끼지도 않습니다. 스트레스란, 원래 해결될 수 없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없으니, 그냥 살던 데로 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한 스트레스는 없앨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견디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스트레스 면역력을 키우는 것만이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스트레스 받는다고 술로 뇌를 마취시키려고 하거나, “마누라 잔소리가 스트레스”라며 자기 문제를 엉뚱한 곳에 투사하면 오히려 문제는 더 꼬입니다. 






스트레스, 견디는 힘을 기르자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의욕도 없어지고, 회피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데, 이럴 때 일수록 운동으로 신체를 활성화 시켜야 합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결돼있기 때문이죠.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은 ‘달리기’ 입니다. 원래 저는 오전, 특히 아침 시간에 집중력도 떨어지고, 몸도 항상 개운하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시간에 25분 동안 뛰고, 5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하기 시작한 뒤로부터는 오전 시간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활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2달쯤 지나고 나서부터는 아침 운동을 거르면 오히려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은,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많이 움직이고, 몸으로 즐거운 활동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스트레스 받아서 피곤하다거나, 짜증나고 예민해졌다고 느낀다면 열심히 뛰기만 해도 좋아집니다.






뛰는 것이 힘들다면 “Mindfullness walking(내면에 집중하는 걷기)”을 추천드립니다. 하루에 30분 정도 시간을 내서 산보를 하십시오. 살을 빼거나 몸을 튼튼하게 위해서 걷는 것이 아니라, 혼란한 마음을 정돈하고, 이완하기 위해서 걷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의 신체 감각과 주변의 빛과 소리, 냄새에 집중해 보세요. 발을 내디딜 때의 발바닥 감촉에 집중해 보세요. 걸을 때 손 바닥을 스쳐가는 바람에 집중해 보세요. 하늘의 색깔에, 떠다니는 구름의 모양에도 집중해 보세요. 조금씩 흐르는 땀방울이 어디서 흐르는지, 코와 폐로 들어가는 공기의 흐름에도 집중하면서 걸어 보십시오.


이렇게 신체 감각과 주변 환경 하나 하나에 주의를 기울여 집중하면서 걷다 보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생각이나 불필요한 걱정을 잠시나마 떨쳐 버릴 수 있습니다. Mindfulness walking을 꾸준히 하다 보면, 심신의 안정을 유지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제가 이 방법을 소개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하고 누구나 알 법한 행동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몸에도 근육이 필요하듯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합니다.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면 점점 더 무거운 중량을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이 생기죠. 스트레스의 상황에서 자신을 멀리 떨어뜨리고 몸의 소리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에 덜 민감해지고 마음을 컨트롤하는 힘이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은?


스트레스가 생기는 상황은, 눈 먼 황소가 길을 가던 사람이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 것처럼, 우리를 그냥 덮치고 지나가게 마련입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생기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고민하면, 열만 더 받습니다.


해결할 수 없는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기 보다 “내가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삶의 가치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인이니까요.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마음에서 되새김하고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견디기 훨씬 수월해집니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의미나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으면, 고민이나 갈등도 줄어듭니다.


우리는 소란스러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성공해야 되고, 집을 사야 되고, 돈을 벌어야 하고, 좋은 옷과 좋은 차를 사야’ 행복해진다는 떠도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일수록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진짜 행복을 찾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마음의 소리는 점점 약해지기 마련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내면의 목소리를 귀 기울일 수 있어야 나만의 행복을 찾을 수 것입니다. 오늘도 대한민국 직장인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 필진소개



  • 닥터K 김병수 교수
    현재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같은 병원 직장상담실 ‘마음지기’ 담당교수로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고민을 상담하고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코너 ‘닥터K의 고민상담소’를 진행하며 많은 직장인들의 고민을 상담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버터낼 권리’, ‘마음의 사생활’, ‘심리톡톡 나를 만나는 시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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