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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사람이 모이는 문화플라자,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



성수동만큼 ‘다이나믹’이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요? 공장의 열기가 가득했던 이 곳은 이제 문화예술인이 모이는 거리로 바뀌고 있습니다. 2D&3D프린터 전문기업 신도리코는 60여년 동안 한 자리에서 성수의 변화와 발전을 경험하였는데요. 성수동 터줏대감 신도리코가 전하는 성수동 로드투어 다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에스팩토리입니다.





성수동 3번 출구 방향에 자리 잡은 에스팩토리는 문화예술인이 모일 수 있는 3000평 규모의 큰 복합문화공간입니다. 현재는 전체 공간 중 일부만 오픈하여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 빅뱅 10주년 기념 전시회, 클림트 인사이트展 등으로 전시 마니아 사이에서 유명한 곳입니다.


올 하반기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는 에스팩토리는 전에 없던 새로운 콘셉트의 복합문화공간을 꿈꾸고 있습니다. 오래된 공장 건물은 자신만의 색채와 작업 방식을 지닌 문화·예술인이 모일 수 있는 공간, 문화를 마음껏 향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핫플레이스로 변모할 예정인데요. 에스팩토리 공간 기획을 총괄하는 레벨5 이호규 대표이사를 만나 성수동의 가치와 에스팩토리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1. 안녕하세요. 이호규 대표이사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호규입니다. 레벨5 대표이사로 에스팩토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2. 에스팩토리는 카페를 바탕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등의 복합문화공간과 다르게 정말 다양한 문화생활 서비스가 공존하는 '몰(mall) 형태와 같은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이러한 대규모 공간을 구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에스팩토리는 저의 경력과 경험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건축설계를 전공해 국토연구원에서 도시설계를 담당했습니다. 이후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투자유치, 부동산 업무 관리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죠. 평소 쇼핑센터와 유통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기회가 닿아 2010년 명동에 ‘레벨5’라는 컨셉샵을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는 5층 상권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의류 디자이너들을 직접 끌어 모으는 등의 노력을 통해 3년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쇼핑센터에서 레벨5의 콘셉트를 그대로 따라 하면서 운영에 타격을 입었어요.


건물 관리와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바라볼 때 기존의 쇼핑센터라는 공간과 입주 브랜드간의 관계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판매 공간이 되는 건물은 사람들이 많이 올 수 있게 집객을 해주고 입주 브랜드는 자신의 색깔을 내는데 최선을 다하며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죠. ‘사람을 모으는 매력이 있는 쇼핑센터’란 무엇일까요? 이것이 지금의 에스팩토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자 소재가 되었습니다.



▲ 섬유 공장, 자동차 정비소 등 4개 공장이 

하나의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3. 에스팩토리가 완공되면 약 3000평의 대형 공간이 생기는 것인데요. 이 곳에서 어떤 문화 예술 콘텐츠를 보여줄 생각이신지요? 


현재 전시가 진행되는 A동 외 B동과 C동을 오픈 한다면 각종 공연부터 창업가나 디자이너의 공방, 제조 과정을 보고 물건을 살 수 있는 팩토리 리테일, 전용 테라스, 루프가든 등을 활용한 식음료점 등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3층 옥상에서는 루프탑 형태의 야외 극장도 준비 중입니다. 이미 브랜드화 된 프렌차이즈보다는 가능성이 있는 문화 예술인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4. 일방적인 유통이나 소비 대신 생산의 단계부터 체험하고 물건을 살 수 있는 경험을 준다라는 '팩토리 리테일' 콘셉트가 인상적입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판매 구조는 어떻게 구체화된 것인가요? 


레벨5 쇼핑센터 운영을 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문화예술적으로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도매나 동대문 등에서 독립 디자이너를 만나보면 주변에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독창적이고 좋은 콘셉트가 너무 많더라고요. 패션뿐 아니라 음악, 공연 등도 말이죠.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 역시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고 독립 브랜드를 받아드릴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펼칠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스팩토리는 스토리의 ‘S’와 공장을 뜻하는 팩토리(FACTORY)를 조합한 말로 ‘이야기 공장’이란 뜻인데요. 독립 브랜드도 그들의 스토리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브랜드 스토리부터 제조, 판매까지 공정을 모두 볼 수 있는 ‘팩토리 리테일’ 콘셉트를 구상한 것입니다. 건물의 구조 역시 정해진 공간에 입주 브랜드를 짜맞추는 것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샵을 배치할 수 있게 대부분의 구조를 오픈 스페이스로 만들었습니다.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모이는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성수동에서 가장 큰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



5. 에스팩토리를 성수동에 만든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모이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그럼에도 서울에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모일만한 공간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요. 컨설팅을 진행하며 성수동을 알게 되었는데 브루클린 등 해외의 인더스트리 존이 세련되게 바뀌는 과정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화 예술인이 자연스럽게 모여 독특한 매력을 만들고 외부인이 자연스럽게 유입하는 구조가 딱이더라고요. 더불어 성수동은 위치로 볼 때 서울의 중심지지만 아직 개발은 안 되어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죠. 그럼에도 주변에 대학, 공원 등이 위치해 젊은 층 거주자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여러모로 성수동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라 판단했죠.



▲ 2016년 오픈한 A동 공간에서는 현재 ‘패티보이드 사진전’을 진행 중이다



6. 입주자에 따라 에스팩토리를 방문하는 고객층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어떤 분야 혹은 어떤 마인드의 판매자가 입주하면 취지에 가장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저희와 함께 커뮤니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브랜드면 좋겠습니다. 입주를 검토하는 브랜드에게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이 브랜드는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나요’. 에스팩토리란 공간 자체도 이야기공장(S Factory)이란 뜻이잖아요. 저희는 비유하자면 시나리오는 있고 필름은 없는 영화제작소입니다. 에스팩토리에 입주하는 브랜드의 존재 자체가 영화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7. 에스팩토리는 '빅뱅 10주년 기념 전시회', '클림트 인사이드' 전시, 오픈 마켓 등으로 2016년부터 이름을 알려왔습니다. 일부 공간을 먼저 열어 활동을 시작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에스팩토리의 전체 공간은 공연장이 50% 이상입니다. 오픈 스페이스 형태로 골격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공연이나 전시를 먼저 대중에게 선보인 이유는 에스팩토리가 브랜드를 맞아드릴 나름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입점하는 브랜드에만 의지해 집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에스팩토리라는 공간 자체가 사람을 모으는 매력을 갖추길 바랐어요. 지금 같은 방식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차츰 입주자를 맞아들일 예정입니다.



 

▲ (좌) 써티마켓8th 현장 (우)클림트 인사이트展 전시 모습



8. 최근 몇 년간 성수동이 핫플레이스로 성장했지만 아직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에는 문화공간 혹은 놀거리가 다양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에스팩토리가 6월 완공한다면 성수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동네를 즐겼으면 하나요?  


하루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성수동 골목골목을 다니면 좋을 것 같아요. 옛날에 충무로에 가면 영화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시나리오를 쓰는 다방 같은 공간이 가득한 골목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 문화를 지닌 골목이 많이 없어요. 과거의 개발과 현재의 개발 사이에 성수동의 골목은 그 특유의 분위기를 지녔습니다. 보물 같은 포텐셜을 찾는 사람이 진짜 트렌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스팩토리가 완공되면 이 곳과 함께 성수동 전반을 누비며 공간 자체를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 에스팩토리 조감도 내부 사진

공장 형태를 그대로 남겨 성수동 특유의 문화를 건축에 반영할 계획이다



9. 앞으로 성수동이 어떤 공간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요? 


에스팩토리가 완공되면 성수동에 자리잡은 공간 중 단일 면적으로 저희가 가장 큰 공간이 될 것입니다. 그만큼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에스팩토리가 앞으로 5년, 10년 이상 남아있다면 분명 서울 안에서 재미있는 건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 말하는 ‘재미’는 저희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각 분야의 장인과 공방, 방문객이 모이는 동네가 되어야지 우리끼리만 재미있으면 안 되거든요.


성수동이 빨리 변하기보다 점진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성수동은 놀랄만한 인프라가 많은 곳이고 새로운 문화가 생길 수 있는 곳이에요. 문화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모인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갔을 때 자리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려면 시간이 필요하죠.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일부 지역에서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바뀌고 결국 그 동네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는 경우를 봅니다. 에스팩토리는 그런 의미에서 장기 임대가 가능한 공간으로 구성할 계획이에요.







현재 에스팩토리에서는 <ROCKIN' LOVE_패티보이드 사진전>이 진행 중입니다. 모델이자 사진가인 패티 보이드는 세계적인 뮤지션인 비틀즈의 조지 헤리슨, 에릭 클랩튼의 뮤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그녀가 젊은 시절 두 뮤지션과 함께 보낸 시간을 담은 사진을 모아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전시는 약 100여점의 사진이 6개 섹션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영국, 스웨덴, 일본 등을 거쳐 국내에 상륙한 이번 한국 전시에는 패티 보이드가 추가로 발견한 20여점의 폴라로이드 사진이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사진과 더불어 조지 헤리슨과 에릭 클랩튼이 패티 보이드를 위해 만든 곡을 들을 수 있는 미디어존이 마련되어 있어 1960~70년대 브리티쉬팝 문화를 물씬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친구 혹은 연인에게만 보여주는 내밀한 모습을 패티보이드 사진전에서 만나보세요.



ROCKIN' LOVE_패티보이드 사진전


기간 : 2017년 4월 28일(금) ~ 8월 9일(수)

장소 : 에스팩토리


  





성수동은 모든 공간이 화려하고 잘 가꾸어진 동네는 아닙니다. 공장지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고 낡은 골목 사이에 새로운 가게와 공방이 숨어있듯 자리잡고 있습니다. 골목을 누비다 마음에 쏙 드는 느낌의 가게를 발견하면 보물을 찾은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복합문화공간 에스팩토리는 ‘성수동’하면 떠오르는 가장 큰 보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요. 올해 하반기 에스팩토리 그랜드 오픈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