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어있던 연애세포가 깨어나는 계절 봄이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야외 데이트를 맘껏 즐기지는 못하지만 날씨가 풀리며 연애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말이 잘 통하고 느낌도 좋아 한껏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잘못 보낸 메시지 하나로 상대방의 마음을 차갑게 식힐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조심이(조심히) 들어가세요.” 

“제 맞춤법에 일해라 절해라(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 


단순 실수라고 믿었지만 그 후로도 도무지 지나칠 수 없는 맞춤법에 설레던 마음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실제로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성인 남녀 8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80%가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 이성에게 호감과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주윤 작가는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이라는 책을 내며 “남자친구의 잘못된 맞춤법을 고쳐주고 싶지만 화를 돋우는 건 아닐까 조심스러워 말을 못 꺼낸다는 여자들의 하소연이 쌓이고 있다는 후배의 말에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책은 출간 1년 만에 1만 부 이상 꾸준히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죠.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교관 언어 연수 전문 기관 FSI에 따르면 전 세계 70개 언어와 비교해 한글이 가장 어려운 단계에 속했다고 전했는데요. 중요한 것은 틀린 것을 인정하고 고치려고 하는 자세겠죠? 오늘은 소개팅을 상황극으로 설정해 한국인이 어려워하는 띄어쓰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여기서 한 번 만날까요? 




▶ 사연: 자꾸 한 번만 만나자는 소개팅 남. 저는 여러 번 보고 싶은데 어쩌죠? 


“제가 여기 근처 맛집을 아는데 한 번 만날까요?” 


얼마 전 친구 소개로 만나기로 한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하지만 메시지가 온 걸 보고 내심 실망했어요. 저는 최소 두 번 정도는 만날 생각이었는데 ‘한 번’ 보자고 하더라고요. 혹시 내 프로필 사진이 별로인가? 마음에 안 드나? 여러 생각이 들어 소개팅 전부터 의기소침해졌습니다. 다행히 즐거운 만남을 갖고 집에 오는데 상대로부터 또 메시지가 왔습니다. 


“오늘 정말 즐거웠어요. 영화 한 번 볼까요?” 


분명 저번에도 한 번만 만나자고 하더니 왜 이번에도 한 번만 만나자는 걸까요? 저는 두 번, 세 번 만나도 좋은데요. 이 사람 제가 싫은 걸까요? 



분위기로 미뤄 짐작할 때 소개팅 상대방은 글쓴이에게 마음이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한 번’과 ‘한번’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숫자 1을 의미하는 것으로 말 그대로 딱 1번을 의미합니다. 반면 ‘한번’은 시도나 기회를 의미하죠. 소개팅 상대방이 ‘우리 가볍게 만나보자, 이번 기회에 만나보자’는 의미로 썼다면 한 번이 아닌 ‘한번’이 맞습니다. 정말로 딱 한 번만 만나자고 했다면 계속해서 연락이 오지는 않을 것이기에 잘못 썼다고 볼 수 있죠. 


1) 한 번 하자. (횟수 개념, 1회) 

2) 한번 하자. (시도, 기회의 의미)  


OX 퀴즈 

- 난 한번도(X) 데이트를 신청한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한번(O) 시도해보기로 했어. 

- 일산까지는 가본 적이 없지만 이번 기회에 한번(O) 가볼게요.


 #어떡해/어떻게, 잘 지내고 있어요? 




▶ 사연: 왜 자꾸 어떻게 하냐고 방법을 물어볼까요? 


마음에 드는 이성과 교제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잘 흘러가고 있는데 가끔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할 때마다 그것을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는 것 인데요. 


“얼마 전에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한동안 좀 힘들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어떻게ㅠㅠ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편하게 보지 못하니 기프티콘 보내드려요. 건강 잘 챙기세요.” 

“어떻게 이런 걸 다… 정말 마음에 들어요!” 


잘 지내고 있는 방법을 물어보고 있는 것인지, 기프티콘을 산 방법을 물어본 것인지. 혹시 몰라 강아지와 이별 후 제가 극복한 방법을 적어 보냈는데 상대방이 당황해 하더라고요. 상대가 방법을 물어봐 저는 답한 것일 뿐인데 반응이 왜 그랬을까요? 



‘어떻게’와 ‘어떡해’를 구별하지 못해 나온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떡해는 ‘어떠하게 하다’의 준말로 ‘어떻게 해요’로 사용됩니다. 단어 안에 동사가 있으니 다른 동사와 함께 쓸 수 없죠. 반면 어떻게는 방법을 묻는 의미로 다른 동사와 함께 쓰입니다. 


1) 어떻게 + 동사 O 

- 도무지 그럴 수 없음을 강조할 때 예) 당신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 어떤 입장에서. 예) 그 사람은 어떻게 보면 좀 별로인 것 같아. 


 2) 어떡해 + 동사 X 

- ‘어떠하게 하다’가 줄어든 말 예) 친구야, 내가 어떡하면 좋겠어? 


OX 퀴즈 

-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거기까지 어떡해(X) 가지? 

- 어떡해!(O) 딱해라.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다. 

- 어떡해(X)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한참 좋을 때죠 




▶ 사연: 한참 좋을 때라고요? 


저는 대학생, 이성친구는 직장인으로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편입니다. 지난해 있었던 일인데요. 대학 축제로 친구들이랑 밤새 술 마시고 집에 오는 길이었는데 배터리가 방전돼 연락을 조금 늦게 했더니 이렇게 답장이 왔습니다. 


“자기야 미안해 핸드폰이 꺼져서 너무 늦게 답장했지ㅠㅠ” 

“아니야 이해해. 한참 좋을 때지 뭐~ 나도 그런 적 있어” 


오래 놀아서 한참이라는 건지, 다른 의미로 쓰인 건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최대한 일찍 헤어지고 집으로 갔는데 또 비슷한 답장이 왔습니다. 


“나 오늘은 친구랑 일찍 헤어지고 지금 집에 가고 있어!” 

“그래도 한참 때인데 더 놀지 그랬어” 


이제 갓 성인이 된 제게 한참 때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하다는 의미인 걸까요? 



이성친구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한참’과 ‘한창’을 혼동해서 썼군요. ‘한참’은 시간이 상당이 지나갔다는 의미이고 ‘한창’은 가장 활기 있을 때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첫번째 문자에서는 한참 좋을 때가 아닌 ‘한창 좋을 때’로 두 번째에서는 한참 때가 아닌 ‘한창 때’로 써야 맞습니다. 


1) 한참 

- [명사]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 

- [부사] 어떤 일이 상당히 오래 일어나는 모양, 수효나 분량 및 정도 따위가 일정한 기분보다 훨씬 넘게


2) 한창 

- [명사]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때 

- [부사]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모양. 또는 어떤 상태가 가장 무르익은 모양. 


OX 퀴즈 

- 한참(O) 놀다가 집에 가니 몸이 피곤하다. 

- 지금이 그 선수의 한창(O) 전성기이다. 최근에는 세계 신기록도 수립했다. 

- 한참(O)동안 연락이 없다니 서운하다. 



실제 있을법한 사례를 통해 알아보니 사소한 맞춤법 실수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겠죠? 한번 제대로 익힌 맞춤법은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앞으로 틀리지 않도록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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