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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신도북클럽] 인기 유튜브로 입소문 타면 베스트셀러 된다! 북튜버 추천 도서

 

 

 

최근 서점가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최근에 출간된 책뿐만 아니라 수 년 전 발간된 책들도 순위권에 올라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최근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개되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북(Book)과 유튜버(Youtuber)의 합성어인 ‘북튜버’ 채널들도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어요. 이들의 추천 도서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믿고 보는 도서’로 등극하며 큰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인데요. 이들을 통해 소개되어 유명세를 얻고 있는 주요 베스트셀러를 소개합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 웅진지식하우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입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작년 말 유튜브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채널을 통해 ‘올해의 책 BEST 3’ 중 하나로 선정한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선망 받는 직장에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결심해요. 그렇게 도피하듯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브링리는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지요. 

저자는 너무나도 장엄하거나, 아름답거나, 혹은 비통한 순간을 묘사한 거장들의 작품을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보며 일상은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며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것임을, 삶은 군말 없이 살아가며 고군분투하고 성장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임을 서서히 깨달아 갑니다.

예술이 건네는 위로를 통해 상실과 혼란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 책은, 치열하고 제멋대로인 삶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잔잔하지만 커다란 울림으로 남을 것입니다. 

 


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 다산책방

 

 

《맡겨진 소녀》 역시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이동진의 파이아키아’를 통해 소개한 올해의 소설 4권에 꼽히면서 입소문을 탔습니다. 또한 2023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되기도 했죠. 이 책은 아일랜드 시골에 사는 어린 소녀가 먼 친척 부부의 집에서 보내는 어느 여름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아이가 많은 가난한 집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지내던 주인공 소녀는 임신한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기 전까지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집니다. 그리고 그 집에 도착해 마주하는 것들은 소녀가 그 동안 겪어온 일상과는 완전히 상반됩니다.

손 한 번 잡아준 적 없는 무심한 아빠와는 달리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춰 걸어주는 어른을 만나, 소녀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들을 마주합니다. 살뜰한 관심과 배려로 소녀를 돌보는 아주머니와 겉으론 무뚝뚝해 보여도 다정히 마음을 전하는 아저씨가 있는 집.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소녀가 난생처음 겪어보는 사랑과 다정함이 더욱 따뜻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사실 이러한 줄거리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라 할 수는 없는데, 작가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것이 오히려 바로 이 지점이에요. 키건은 이 오래되고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나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들려줌으로써 그 어떤 이야기와도 다르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또한 아이를 화자로 하는 대개의 소설들이 ‘아이의 조숙함’을 편의적으로 채용하는 것과 달리, 이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키건의 소설이 지닌 특징 중 하나입니다. ‘어린이를 화자로 한 소설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찬사에 걸맞게, 키건은 아이의 마음 속에 들어가 있기라도 한 듯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 곰출판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 룰루 밀러의 경이로운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구독자 수 27.5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겨울서점’을 통해 김겨울 작가가 소개하며 인기를 모았고 여러 언론 매체에서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한 책입니다. 

스탠퍼드대학 총창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19세기 활동한 생물학자(분류학자)입니다. 그는 나뭇가지 형태로 뻗어나가며 모든 생명체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관계를 밝혀내는 데 평생을 바쳤어요. 그렇게 그가 발견하고 이름 붙인 물고기가 어류의 5분의 1입니다. 그러던 중 벼락으로 인한 화재, 대지진으로 유리단지에 보관해 둔 1천여 종의 물고기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게 됩니다. 한 순간에 그가 쌓아 온 모든 업적이 박살이 나고 말죠. 이 정도의 일이면 대부분의 사람은 절망에 굴복하고 포기했을 텐데 조던은 달랐어요. 널브러진 잔해들을 훑어보고 거기서 식별할 수 있는 물고기를 집어 올린 뒤 다시 자신의 컬렉션을 구축해요. 

저자 룰루 밀러는 이 일화를 처음 들었을 때 조던을 바보라고 생각했고, 그 이야기는 오만함 혹은 삶의 질서를 부인하는 것에 관한 경고라 여겼습니다. 그러다 문득 조던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며, 어쩌면 그는 무모한 인간이 아니라 역경의 시간을 헤치고 끝내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줄 교훈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파괴와 상실 이면에도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며, 독자들이 그것들을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들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일류의 조건 / 사이토 다카시 / 필름

 


 
《일류의 조건》은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른바 일류라고 일컬어지는 이들이 어떻게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그들의 디테일한 행동과 사례를 저자의 남다른 통찰과 분석을 통해 해답을 제시하고 있어요. 지난 2006년 국내 출간 후 절판되었다가 유튜브를 통해 뇌과학 전문가인 박문호 박사가 추천하는 유일한 자기계발서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넓고 포괄적인 범위에서 응용이 가능한 ‘숙달’이며, 숙달에 이르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세 가지 힘, 즉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을 체화하여 나만의 ‘스타일’을 확립하면 ‘어떠한’ 미지의 영역을 마주하더라도 단연 돋보이는 ‘일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실용적인 자기계발서입니다.

저자는 이 세 가지 힘의 숙달을 통해 결국 자신만의 ‘스타일’이 완성된다고 말합니다. 숙달에 다다르는 일련의 과정은 ‘나’라는 사람을 충실하게 하고 존재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어떠한 일이든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숙달을 이루어낸 경험은 내 안에 ‘근거’로 자리잡아 다른 영역에서도 적용과 응용을 가능케하는 동시에 단연 일류로서 돋보이게 만듭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일류’는 애초부터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 아니라 가장 본질적이고도 뚜렷한 ‘세 가지 힘’을 익혀 일류로 거듭난 이들입니다. 일류가 되기 위한 세 가지 힘은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어요. 그 힘을 제대로 익히고 발휘하여 어떠한 분야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일류’로 거듭날지, 그 자리에 머무를지는 오직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모순 / 양귀자 / 쓰다

 


 
《모순》은 작가 양귀자가 1998년에 펴낸 세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무려 25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최근 시한책방, 편집자K, 해죽이북카페 등 다양한 북튜브에서 언급되며 ‘역주행’하고 있죠. 

주인공은 25세의 미혼여성 안진진.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행방불명의 상태로 떠돌다 가끔씩 귀가하는 아버지, 그리고 조폭의 보스가 인생의 꿈인 남동생입니다. 여기에 소설의 중요 인물로 등장하는 이모는 주인공 안진진의 어머니와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인생행로는 사뭇 다릅니다. 부유한 이모는 지루한 삶에 진력을 내고 있고 가난한 어머니는 처리해야 할 불행들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어요. 주인공 안진진은 극단으로 나뉜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모순투성이인 이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해요.

양귀자 소설이 늘 그렇듯, 《모순》 또한 작가의 날렵하고 섬세한 문장들이 얼핏 도식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의 삶을 생생하게 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리들 일상의 지극히 사소하고 하찮은 에피소드들을 선별하여 소설을 진행시키는 양귀자만의 잘 짜인 소설적 구성도 짚어내지 않을 수 없어요. 더할 것도 없고 덜할 것도 없는 극명한 인생의 대비로 작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강렬하게 들려줍니다.

출간된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이 소설은 아주 특별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꺼내 읽을 때마다 전에는 몰랐던 소설 속 행간의 의미를 깨우치거나 세월의 힘이 알려준 다른 해석에 놀라면서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책 한 권’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요. 《모순》이 특별한 것은 대다수의 독자들이 한 번만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두 번, 혹은 세 번 이상 되풀이 읽고 있다는 사실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유튜브를 통해 추천된 책들은 최근 출간된 책뿐만 아니라 수년 전에 발간된 책들도 있습니다. 책 장르 또한 다양하죠.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언처럼 시대를 아우르며 삶의 지혜와 감동을 얻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독서입니다. 작은 핸드폰 속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영상의 재미도 좋지만 오늘은 한 글자, 한 문장을 읽고 또 읽고 깊이 생각하며 마음에 새기는 독서의 재미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