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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신도북클럽] 에세이도 굿즈처럼! 소장하고 싶은 인기 에세이 추천

 


에세이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예스24’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에세이 전체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분야는 단연 명사와 연예인 에세이로, 배우·코미디언·동물 사육사 등 유명인들의 에세이가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다수 등극했어요. 이는 좋아하는 유명인 혹은 캐릭터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소장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는 독자에게 따스한 위로와 공감, 삶에 지침이 되는 단단한 철학을 전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에세이 5권을 추천하겠습니다. 

 



파타 / 문가영 / 위즈덤하우스

 


《파타》는 배우 문가영의 첫 번째 산문집입니다. 18년간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면서도 자신만의 무드로 매 작품마다 뚜렷한 인상을 남겼던 그녀가 이제는 ‘작가 문가영’으로서 대중들 앞에 나섰어요. 

독일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어렸을 때부터 지속된 독서 습관, 고전문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그녀는 ‘파타’라는 새로운 얼굴을 통해 그녀이면서, 그녀가 아닌 이야기들을 책에 담고 있어요. 

1부 ‘존재의 기록’에서는 지극히 일상적인 사건들을 통해 삶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이는 결국 진실된 자신을 마주하기 위한 치열한 자기 탐구의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2부 ‘생각의 기록’은 배우 문가영의 보다 솔직한 욕망이 드러나는 단락으로, 질주하는 단상들 사이에서 자신과 바깥을 향한 예리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각이 돋보입니다. 부록으로는 1부, 2부의 에피소드와 연결되는 실제 문가영의 아버지가 쓴 육아일기를 발췌해 넣었어요. 

흩어진 에피소드들이 어느 순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을 때나, 암시적인 대화 속에 숨겨둔 파타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될 때면 펼친 책을 쉽게 덮을 수 없을 거예요. 사사로운 감정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두 눈을 형형하게 뜬 채 진실을 좇아 세상을 응시하는 문가영, 아니 파타의 시선을 따라가 보세요.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박완서 / 세계사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1977년 초반 출간 이후 세계사 출판사에서 재출간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의 전면 개정판입니다. 절판 없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산문집은 소설가로서뿐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 박완서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산문집이자 대표집으로 꼽혀 왔습니다.

박완서 작가는 1970년 《나목》을 시작으로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을 발표하며 ‘영원한 현역 작가’로 여전히 독자들 마음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요. 중일전쟁, 2차 세계대전, 6.25전쟁 등이 박완서 작가를 스쳐간 어마어마한 문화의 부피가 소설 안에 묵직하게 새겨져 있다면, 산문 속에서는 일상 속 다채로운 풍경과 소박하고, 단순하고, 아름다운 박완서 작가의 삶이 더욱 짙게 묻어납니다.

이 책에 수록된 46편의 에세이는 작가로 첫 발을 뗀 이듬해인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작가이자 개인으로 통과해 온 20여 년의 인상적인 순간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박완서 작가의 자녀인 호원숙 작가가 개정판을 위해 특별히 허락한 미출간 원고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의 수록으로 책의 의미를 더하기도 했는데요. 이 원고에서는 한국 문학의 두 거목 박경리 작가와 박완서 작가의 특별한 우정과 유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위로의 문장들은 1970, 1980, 1990년대를 지나온 어른이자 작가인 박완서의 통찰력 있는 시선, 무르익은 마음으로부터 나옵니다. 작가의 이야기가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있기에 우리는 우리 사회가 어떤 고민을 했고 또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어요.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 / 문상훈 / 위너스북

 

 


13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크리에이터 문상훈이 첫 산문집을 출간했습니다. ‘문쌤’, ‘문이병’, ‘문상’ 등 다양한 부캐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소식이 새삼스러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의 오랜 팬이라면, 혹은 매체를 통해 그의 편지글 한 문장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기다려왔을 소식입니다.

그는 대중을 상대로 말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말이 가장 어렵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오해할까 봐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합니다. 그러나 마침내 그는 이 책에서 고백합니다. 자신의 말을 가장 오해한 사람은 문상훈, 자신이었다고. 이 책은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라는 제목처럼 문상훈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문상훈의 새로운 얼굴입니다.

묘한 것은 책 속에서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면, 이상하게 ‘나’ 자신의 표정도 궁금해집니다. 책 속에 문상훈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의 표정을 살피는 일입니다. 슬플 때는, 기쁠 때는, 외로울 때는, 처연할 때는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나요?

그가 밤새 달이고 달여낸 생각의 문장들이 꼭 우리와 닮아있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감상에 그치지 않고, 요목조목 어떻게 닮아있는지 따져보기 위해 자기 자신도 들여다보게 됩니다. 분명 우리가 본 것은 거울이 아니라 책이고 문상훈의 얼굴인데, 책을 덮고 나면 ‘나’의 얼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보고, 보다 진정한 ‘나’가 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생에 감사해 / 김혜자 / 수오서재



김혜자라는 사람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자이며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입니다. 60년동안 수많은 배역을 통해 현실과 허구를 오가며 모두의 희망과 아픔과 욕망이 그녀의 연기를 통해 경이롭게 표현되었습니다.

언제나 편안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배우이지만 그녀의 삶 이면에는 그토록 치열한 시간과 감사의 기도가 함께 했습니다. ‘연기하는 것’,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 이 두 가지로 삶을 채워 온 김혜자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이후 20여 년 만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생에 감사해》를 선보였어요.

이 책은 그녀의 연기 인생에 대한 자전적 기록이며, 몰입과 열정, 감사와 기쁨, 그리고 ‘국민 배우’, ‘국민 엄마’라는 명성 이면의 불가해한 허무와 슬픔에 대한 생의 무대 위 고백이 담겨 있어요. 그녀는 왜 생에 감사해하는가? 인생 대부분의 기간 동안 눈이 부시게 누려 온 인기와 명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진정한 이유가 책장을 넘기면서 비로소 이해됩니다.
 
2021년과 2022년 두 해에 걸쳐 진행된 구술과 대면 및 전화 인터뷰, 평생을 써 온 일기 형식의 글들, 신문 방송 등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 기사 등을 토대로 편집자가 초고를 만들고, 저자가 다시 기억과 사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완성된 이 책은 유명 배우에 대한 쉬운 선입견을 거부합니다. 그 대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녀에 대해 잘 알든 모르든, 글을 다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김혜자는 역시 김혜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아기 판다 푸바오 / 에버랜드 동물원 / 시공주니어 

 

 


아기 판다의 이름인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입니다. 이름처럼 아기 판다 푸바오를 보면 알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 들죠. 푸바오는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고 있어요. 

이 책은 판다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은 에버랜드 동물원 강철원 사육사의 담담한 내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단순히 자이언트판다의 생태를 보여 주는 사진책이 아니라, 푸바오의 성장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나가고 있어요.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된 자이언트판다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사육사들의 피, 땀, 눈물도 함께 녹아 있는 책입니다.

푸바오 옆에서 엄마만큼 밀착하여 지내는 강철원 사육사는 197g으로 태어난 푸바오가 30kg이 훌쩍 넘게 성장하기까지 매 순간들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 그가 들려주는 푸바오의 이야기는 마치 진짜 할아버지가 손녀딸을 바라보는 것처럼 애정과 사랑이 듬뿍 담겨 있어요. 강철원 사육사와 푸바오가 함께 노는 모습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자연 속에서 대등한 존재로 만나 서로 눈빛과 마음으로 소통하며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안겨줍니다.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 솟구치는 호기심으로 나무 위를 오르는 귀여운 몸짓. 세상을 알아가며 무럭무럭 성장하는 푸바오는 우리에게 자연의 여유와 행복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푸바오를 통해 우리는 잘 몰랐던 자이언트판다의 삶과 마주하고, 푸바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 경험은 우리가 잊고 지내는 지구, 자연, 생명,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게 할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책의 작가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그들을 서점의 에세이 코너에서 만난다면 팬으로서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할 텐데요. 평소 우리가 흔히 보던 모습이 아닌 그들의 새로운 면모가 궁금해 읽기 시작했지만, 결국 그들도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와 다르지 않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것이 바로 유명인의 에세이를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책들이 문득 그들을 보고싶을 때 책장 한 켠에 두고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따뜻한 책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