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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선과 색으로 세상을 담은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기하학적인 추상화를 처음 선보인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은 자연을 극히 단순화시켜 수직과 수평의 선으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손 끝에서 창조된 이론은 현대 미술을 넘어 패션과 건축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디자인 기류를 만들어 냈습니다. 몬드리안의 작품을 통해 선과 색이 이루는 역동적 아름다움을 감상해보겠습니다.




▲ 빨강 노랑 파랑의 구성(1942)_개인소장, 뉴욕



재즈와 춤에 빠진 화가


언제나 검소하면서도 말쑥한 차림을 고수했던 몬드리안은 화가라기보다 과학자나 교사처럼 보였습니다. 이러한 성향은 그의 아틀리에에서도 드러납니다. 몬드리안의 아틀리에는 언제나 물건이 거의 없는 상태로 텅 비어있었습니다.


또한 몬드리안은 지나칠 정도로 깔끔함을 추구했습니다. 화병을 장식하고 있었던 조화의 녹색 이파리가 거슬려 결국 흰색으로 칠해버렸다는 일화는 그의 결벽증적인 성격을 보여줍니다. 그를 아는 주변인들은 그의 성향이 매우 ‘까칠했다’고 말했습니다.




▲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그런 그에게 눈에 띄는 취미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춤이었습니다. 그는 매주 일요일마다 댄스홀에서 춤을 즐겼고, 완벽주의자의 성향 때문인지 항상 가장 예쁜 여성을 파트너로 선정했습니다. 독특한 사실은 춤을 추는 와중에도 상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의 친밀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온전히 ‘춤’에 몰두한 몬드리안은 묵묵히 춤만 췄다고 합니다.


몬드리안의 대표작인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속 ‘부기우기’는 블루스에서 파생된 재즈의 한 형식으로 몬드리안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 음악 장르였습니다. 이처럼 춤과 재즈는 몬드리안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추상화인데도 불구하고 화려한 재즈 선율이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추상화의 끝, 몬드리안의신조형주의


‘신조형주의’는 몬드리안을 중심으로 네덜란드 출신의 몇몇 화가들에 의해 주창된 예술운동으로 색채와 선을 통해 그림을 완성하는 것에 목적을 둡니다. 신조형주의는 1930년대 이후 현대적인 디자인, 건축, 패션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며, 오늘날 미술학계의 중요 이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몬드리안’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풍경이나 감정 등을 선과 면으로 극단화시킨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바탕에는 ‘신조형주의’가 있었습니다. 몬드리안은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절대적인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했습니다.




▲ 색상면들이 있는 타원형의 구성 1(1914)_뉴욕현대미술관



절대적이고 근본적인 규칙을 따라 자연을 단순화시키다 보면 수직과 수평의 선이 남고 그것들이 만나 공간을 만든다고 여겼습니다. 몬드리안은 그 공간을 자연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노랑으로 채워가며 끊임없이 무수한 작품을 창조해냈습니다. <빨강, 노랑, 파랑, 검정의 구성>이나 <검정과 하양의 구성>, <색상면들이 있는 타원형의 구성>은 그의 예술론을 극명히 드러내는 작품들입니다.



선이 창조해낸 도시의 역동성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미국으로 거처를 옮긴 몬드리안은 뉴욕의 역동적인 모습들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침체되어있던 유럽과는 달리 당시 미국은 ‘부기우기(Boogie Woogie)’라는 재즈의 한 장르가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부기우기는 피아노로 연주하는 블루스 스타일의 장르로 자유로운 도시의 역동성이 잘 드러난 음악이었습니다. 몬드리안은 부기우기의 경쾌한 반주, 그리고 그 음악에 맞춰 추는 스윙 댄스의 매력에 매료되고 굉장한 감흥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탄생한 작품이 바로 <브로드웨이 부기우기>입니다. 그림을 보면 길게 이어지는 띠들과 그 속에 빠르게 반복되는 점들이 눈에 띕니다.




▲ 브로드웨이이 부기우기(1943)_뉴욕현대미술관



전문가들은 몬드리안의 회화가 수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직각으로 교차되는 선과 흰색, 검정색, 회색의 무채색에 대립되는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을 일정하게 채색함으로써 이를 가시화했습니다. 그의 작품에 녹아 든 강렬한 색채는 삶의 에너지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상승, 확장의 움직임을 표현합니다.




▲ 타블로 No.4 빨강, 회색, 파랑, 노랑, 검정의 마름모 구성(1925)_내셔널갤러리



선과 면, 점과 색으로만 이뤄진 몬드리안의 그림은 단순한 듯 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듯 보입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내는 몬드리안의 그림은 그의 일생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