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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전위적인 예술의 경지 ‘프레더릭 와이즈먼 박물관’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바다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 떼를 본 적나요? 제멋대로 물살에 몸을 맡긴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엔 자신들만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규칙이 존재합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 박물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위적인 외관은 규칙 따윈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박물관을 예술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규칙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철제 판넬이 비추는 전위적 예술성


미네소타 대학교 캠퍼스 내에 위치한 프레더릭 와이즈먼 박물관의 독특한 외관은 방문객들을 단숨에 압도합니다. 불규칙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철제 판넬들이 자리한 전면부는 이 박물관의 핵심입니다. 이와 같은 양식은 건축가 프랑크 게리의 작품으로, 바다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의 비늘과 넘실거리는 파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 박물관의 디자인은 그 설계에서부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전위적이다 못해 공격적으로까지 보이는 박물관을 두고 일부 평론가들은 ‘금속 조각을 모아놓은 거대한 흉물’이라거나 ‘비인간적인 작품’이라는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물관은 그 해 가장 진보적인 건축물이라는 평과 함께 수많은 상을 휩쓸었고, 훗날 프랑크 게리가 참여하는 세계 유수의 건축물들의 모태가 됐습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란과 찬사는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다양하게 절단된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하나의 집합체를 이루는 조형적 특징은 피카소의 작품을 연상하게 합니다. 통일감을 찾아볼 수 없는 판넬, 그것도 철제라는 생소한 재료를 사용한 전면부는 규칙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요소들이 전체를 이루고 하나의 형태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건물은 그 자체로 규칙이 됩니다. 규칙을 무시해 생긴 규칙이 박물관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이죠.



매력적인 이중성을 가진 박물관


철제 판넬로 된 전면부와는 달리, 건물의 양측은 대학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테라코타(흙으로 구워낸 건축•예술 재료)로 빚어진 벽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대조는 박물관과 대학, 나아가 지역사회의 연계를 중요시한 박물관의 창립자이자 미술 수집가인 프레더릭 와이즈먼의 생각에서 나온 것입니다.


박물관의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천장은 외관만큼이나 파격적입니다. 투명한 유리천장으로 마감한 천장 중앙에선 빛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오고, 중앙에 있는 하얀 기둥은 동선에 방해를 주는 듯 보이지만 벽면에 있는 미술품들을 감상하는 데에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또한 천장과 벽면이 닿아있는 모서리 부분이 조각한 듯 장식되어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입니다. 전시실 또한 직사각형 형태의 평범한 것에서부터 옆으로 세운 계단 모양의 벽을 가진 것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화려한 외부에 반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미국의 모더니즘 계열 작품에서부터 한국의 전통 가구까지 다양하고 알찬 구성에 또 한 번 놀랍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 박물관의 작품들


프레더릭 와이즈먼 박물관에서는 상설 전시 컬렉션으로 17,000 여점의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미국의 모더니즘, 세라믹, 인디언들의 생활 토기, 도자기 등의 작품과 더불어 한국 가구들도 전시되어 있어 한국 관광객들이 찾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미국의 모더니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꽃피운 모더니즘은 현대적이고 새로운 것, 개인적이고 고유한 것이 아름답다는 인식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미국의 예술가들은 유럽의 예술에서 영감과 기술을 전수받았지만, 이내 자신들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 보였습니다.




아서 도브作 | 돌풍(1932) | 캔버스에 오일




로이 리히텐슈타인作 | 세계벽화(1964) | 합판에 오일



도예

흙을 극한의 온도로 가열하여 빚어진 미적 욕구의 최고봉 도자기. 와이즈먼 박물관은 특이하게도 미국의 여느 박물관이 따르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도자기를 소장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시대, 지리적 위치, 문화 및 스타일 등으로 세분화된 약 2,000 여점의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밈비스 인디언 유물



한국 전통 가구

와이즈먼 박물관에는 한국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만한 전시도 마련되어 있다. 바로 한국 전통 가구 컬렉션입니다. 전쟁 당시 한국을 방문해 십여 년 간 생활한 에드워드 라이트 박사의 기부 물품으로 이뤄진 컬렉션에서는 소담하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은 한국의 전통 가구는 물론 북한의 가구들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전통 가구 컬렉션



맑은 날 햇빛이 내리쬐거나 붉은 노을이 져 차가운 철제 판넬에 비출 때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는 프레더릭 와이즈먼 박물관. 그 이중적인 매력을 직접 확인해보는 기회를 마련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