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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파리의 중심에서 현대 미술을 외치다 <파리 퐁피두 센터>

안녕하세요, 신도리코의 신대리입니다.


흔히 ‘프랑스 랜드마크’ 하면 에펠탑을 떠올리지만,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라는 칭호에 걸맞은 건축물은 따로 있습니다. ‘문화의 공장’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파리 퐁피두 센터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실제 건축에 쓰인 배관 및 부속품들이 밖으로 드러나 있는 구조는 어쩐지 차갑고 기괴해 보이지만, 기존의 틀을 거부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퐁피두 센터는 현대 예술 정신을 빼 닮은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현대 예술작품으로 평가 받는 퐁피두 센터의 낯선 매력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현대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프랑스 파리의 보부르에 있는 예술•문화센터인 퐁피두 센터는 위치한 지역의 이름을 따 보부르 센터라고도 불립니다. 센터의 이름은 건설 계획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프랑스의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설계 공모를 통해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가 공동으로 설계하여 1977년 개관했습니다.


퐁피두 센터의 건축양식은 그야말로 파격적입니다. 건물을 이루고 있는 내부 구조가 모두 밖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배관과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적색, 흰색, 청색의 길고 휘어진 유리 튜브가 그대로 노출되어있는 광경은 마치 공사용 가건물이 철거되기 전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철제요소의 부각은 퐁피두 센터에게 ‘문화의 공장’이라는 애칭을 붙이는 데 기여했으며, 대담한 이미지는 파리 건축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파격적인 건축양식은 1970~80년대 건축계에 불어 닥친 포스트 모더니즘 열풍 때문이기도 합니다. 단순하고 절제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모더니즘 건축양식이 아닌, ‘덜할수록 따분하다’라는 사상을 가지고 출발한 포스트 모더니즘은 극단적인 추상성과 기하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발전했습니다. 퐁피두 센터는 이러한 첨단 예술 사조의 선두에 선 건물이었던 셈입니다.


퐁피두 센터의 외관에는 건물의 구조인 철제 파이프나 튜브뿐만 아니라 구조물인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역시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때문에 내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바깥에서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외부 관람을 하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현대 예술 작품을 보는 것과 같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실제로 관람객의 약 70%가 내부보다는 외관을 보기 위해 퐁피두 센터를 찾는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관람객의 동선에 초점을 맞춘 내부 설계


퐁피두 센터는 문화예술공간인 만큼 미술관, 도서관, 공업디자인센터, 음악 음향 연구소 등 네 개의 주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층 내부는 한눈에 모든 공간이 눈에 들어오는 트인 시야를 자랑하는데, 이는 기둥을 최소화한 건축 기법 덕분입니다.


내부 역시 외부와 마찬가지로 천장의 닥트 설비나 철골 구조물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바닥 또한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해 건물 자체가 가진 철제의 느낌을 살리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소재의 사용은 퐁피두 센터가 가진 이미지의 통일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오가는 데다 예술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소장품들이 많은 만큼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내부에 숨어 있을 경우 점검에 애로사항이 있는 설비 시설을 외부로 노출한 덕분에, 수시로 점검과 배치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도 퐁피두 센터 설계 방식의 또 다른 이점입니다.


에펠탑과 함께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떠오른 퐁피두 센터는 건립 당시 주변의 역사적인 도시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거셌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소장품들과 특유의 독창성으로 인해 퐁피두 센터는 파리의 랜드마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현대 예술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겉은 차갑지만 문화와 시민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찬 퐁피두 센터를 잊지 말고 찾아가 보세요!






퐁피두 센터의 소장품들


퐁피두 센터가 소장한 20세기의 미술 작품들은 세계 최대 수준을 자랑합니다. 전시 작품은 약 1,400점에 달하며 프랑스 미술가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미술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명작도 많이 갖추고 있습니다. 회화, 조각, 사진, 영화, 뉴미디어, 건축, 디자인 등 장르도 다양합니다. 전시 내용은 연대별로 크게 2부로 나뉘는데, ‘근대 컬렉션(1905~1960)’에서는 약 900여점을 공개하고 있으며, ‘현대 컬렉션’에서는 정크 아트 거장 장 팅겔리를 비롯해 앤디 워홀, 세자르, 바자렐리, 조셉 보이스 등 컨템포러리 아트 대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근대 컬렉션

5층에 위치한 근대 컬렉션에서는 마티스, 피카소, 칸딘스키, 레제, 미로, 자코메티 등 유명 미술가의 대작을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회화가 눈에 띄는데, 샤갈과 칸딘스키 등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특별전이 열렸을 때 특별 교류로 전시된 이력이 있기도 합니다.




▲ (좌) 와인잔을 든 이중 자화상 | 샤갈 | 1917 | 캔버스에 유채

(우) 검은 아치와 함께 | 칸딘스키 | 1912 | 캔버스에 유채



마르셀 뒤샹 컬렉션

예술가의 의지만 있다면 기성품이나 대량 생산된 제품들 역시 훌륭한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인 ‘레디메이드’를 창시한 작가 마르셀 뒤샹. 변기, 자전거바퀴 등 흔한 일상의 재료로 초현실적인 예술 세계를 구현한 그의 작품들 대부분은 퐁피두 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좌) 수염 난 모나리자 | 뒤샹 | 1919 | 유화

(우) 샘 | 뒤샹 | 1917 | 혼합재료



현대 컬렉션

4층에 위치한 현대 컬렉션에서는 회화뿐만 아니라 사진, 뉴미디어 등 다양한 현대 예술 분야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컨템포러리 아트와 정크 아트 등 20세기 후반을 풍미했던 예술 경향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니, 예술은 딱딱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넓은 마음으로 감상한다면 새로운 눈을 뜨게 될 것입니다.



▲ (좌) Ten Lizes | 앤디워홀 | 1963 | 잉크

(우) CHEYT-PYR | 바자렐리 | 1970 | 캔버스에 아크릴



지금까지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 파리 퐁피두 센터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 테러로 전 세계인들이 경악과 슬픔에 젖어있습니다. 프랑스가 하루 빨리 안정과 평화를 되찾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