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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감옥이 편안한 안식처로 탈바꿈하다 <카타야노카 호텔>



감옥과 호텔은 숙박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혐오시설인 감옥을 호텔로 재활용하기 쉽지 않은데요. 감옥의 부정적인 인식을 깨트리고 그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리모델링한 카타야노카 호텔이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태어났습니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편안한 쉼을 주는 공간으로 단장한 카타야노카 호텔을 소개합니다.



옛 기억이 담긴 건물이 재탄생하다


핀란드는 건축과 디자인 부분이 뛰어난 국가로, 근대 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알바 알토를 배출한 나라입니다. 발전소, 공장 등 생산과 연관된 건물에 벗어나 공공시설로 시야를 확장하여 건물을 재생하는 등 헌 건물에 창의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리노베이션 건축으로 유명한데요. 1837년에 건립된 역사적인 건축물 ‘카타야노카 감옥(Katajanokka Prison)’을 호텔로 재활용한 사례가 그렇습니다.



▲ 전에는 감옥이었다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안락한 객실



175년 동안 운영되었던 카타야노카 감옥은 강도, 살인자 등 단순한 죄인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존경 받았던 사상범, 정치인들도 수감되던 ‘핀란드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방치된 감옥은 철조망이 녹슬고, 벽 곳곳이 무너져 건물 주변에 우충충한 분위기를 형성했습니다. 이에 헬싱키 시민들 사이에서 감옥을 허물자는 의견이 조성되었고, 다른 새로운 건축물을 짓자는 방안이 제시되었지요. 이 무렵 호텔 체인인 ‘베스트 웨스턴’이 카타야노카 감옥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기존 건물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호텔 기능을 더한다는 아이디어는 헬싱키시와 시민들에게 환영받았고 카타야노카 감옥을 최대한 보존하며 리모델링한다는 조건 하에 ‘베스트 프리미어 카타야노카 호텔’이 개장하게 되었습니다.



거친 외관과 붉은 벽돌로 이뤄진 내부


감옥은 동일한 크기의 공간이 여러 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대규모 공사 같은 특별한 변화를 가하지 않더라도 리모델링이 가능하지요. 안전하고 관리가 용이하도록 건설된 감옥이 106개의 객실을 가진 고급 호텔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베스트 웨스턴은 기존 감옥의 분위기를 가져오는 것을 원칙으로 외관은 거의 손을 대지 않고 내부 보수, 인테리어에 중점을 두어 개조했습니다.



▲본래의 벽돌과 유사한 색의 가구를 배치해 통일감 연출



▲독특한 멋을 내는 카타야노카 감옥의 낡은 벽





카타야노카 호텔 입구로 들어서면 한눈에 옛 감옥의 모습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데요. 복도 양옆으로 객실이 일렬로 늘어서 있고, 군데군데 철제 난간과 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천장을 통해 빛이 쏟아지는 중정과 긴 복도는 여지없이 그 옛날 감옥의 원형 그대로이지요. 지하의 레스토랑과 바를 포함해 건물 곳곳의 벽과 천장은 본래 건물에 사용된 붉은 벽돌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비슷한 색의 목재 가구를 배치해서 전체적인 통일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지하에 자리한 와인 창고는 붉은 벽돌과 거친 돌이 숨김없이 노출되어 있어 카타야노카 감옥이 품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죠.



▲ 다목적 연회실로 개조된 카타야노카 감옥의 채플(Chapel)



더불어 모임, 회의, 강연 등이 개최되는 다목적 연회실은 수감자들이 안식과 위안을 얻었던 채플을 개조했습니다. 약 40평인 작은 공간이지만 6m가 넘는 높은 층높이로 인해 탁 트인 시각적 개방감을 주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곳에서도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인 175년의 역사가 묻어납니다.





대부분의 감옥은 사회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는 경우가 보편적입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카타야노카 감옥은 그렇지 않은데요. 수도 헬싱키의 중간에 자리해 있고, 건물의 높이나 규모면에서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십자형태의 건물 주변에 충분한 외부공간과 녹지가 존재하는데요. 넓은 외부 공간과 자연 친화적인 환경, 100여 개의 객실을 갖춘 카타야노카 호텔. 독특한 재생 건축물로 사랑받는 이 공간은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채 어느덧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