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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성수동 로드투어] 서울의 시간이 머무는 곳, ‘카페 어니언’



서울 곳곳에는 숨은 매력의 공간들이 많습니다. 신도리코 서울 본사가 위치한 성수동은 최근 몇 년간 공장 지대에서 예술거리로 부상한 핫 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오피스 솔루션과 3D프린터를 주력으로 하는 신도리코는 50여년 동안 성수동의 변천사와 함께해왔습니다. 30년 전 신도에 입사했던 한 임원은 첫 출근했을 때 성수역 주변에 넓게 펼쳐진 밀밭을 잊지 못한다고 하고, 2개월 전 입사한 신입사원은 성수동을 세련된 사옥과 개성 넘치는 카페가 예술 공방과 어우러진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곳이라 말합니다.


신도리코 블로그 ‘신도리안’에서는 2017년 특집 기획으로 성수동 문화를 소개하는 ‘성수동 로드투어’를 진행합니다. 성수에 자리잡은 매력적인 공간과 그 곳에 머무는 사람들에 대해 하나씩 전해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성수동 로드투어 그 첫 편은 바로 신도리코 서울 사옥 앞에 자리잡은 ‘카페 어니언’입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이 곳은 성수동 No.1 핫 플레이스입니다. 카페 어니언은 마주하고 있는 카센터와도, 바로 뒷편에 위치한 현대적인 건물인 신도리코 서울본사 사옥과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는데요. 옛 공장의 프레임을 유지한 채 지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 카페 어니언의 10년전 모습. 금속공장과 동네상점이 있었고 6년전부터 폐허로 버려진 공간이

지금은 트렌디한 카페로 탈바꿈했다



원래 카페 어니언 위치에는 금속공장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 금속공장, 철물점, 자동차 정비소가 밀집해있던 성수동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공장이 문을 닫고 최근 5~6년 간은 폐허로 버려졌습니다. 온갖 쓰레기더미로 가득했던 이 공간은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의 만남으로 변하게 됩니다.





아티스트 패브리커(fabrikr)는 가구를 소재로 한 아트 퍼니쳐 작업부터 설치미술, 공간 재구성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디자인 듀오 그룹입니다. 가구를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 아트 퍼니쳐 작업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해 지드래곤 전시, 젠틀몬스터 쇼룸 공간설치미술 등 굵직한 활동을 진행하며 탄탄하게 성장해왔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전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는데요. 이들이 만든 작품, ‘결’은 세계적인 미술관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 영구 소장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패브리커 작품과 전시 활동

왼쪽부터 아트 퍼니쳐_몬스터(2010), 아트 퍼니쳐_결(2014), 

전시_COMESWING WITH RUBBER DUCK(2015), 공간구성_젠틀몬스터_BATH HOUSE(2015)



팀을 결성할 때부터 지금까지 ‘재미있는 작업’을 위해 뚝심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패브리커. 이들을 만나 카페 어니언의 진짜 매력을 함께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왼쪽부터 패브리커 김성조 작가, 김동규 작가



안녕하세요,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 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09년부터 활동해온 듀오 디자인 그룹 패브리커입니다. 가구라는 오브제부터 설치미술, 공간이라는 영역까지 폭넓은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사물이나 대상을 우리만의 시선으로 보고 재해석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2인조 디자인 그룹입니다.


패브리커는 어떻게 결정하게 되었나요? 팀의 첫 공식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졸업작품전에서 저희 작품을 좋게 본 분들이 추가 작업을 의뢰하기 시작하면서 둘이 같이하는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그런 식으로 일을 하다 보니 작품활동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 취직을 하지 말고 아티스트 그룹으로 활동해보자고 결심하게 되어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패브리커라는 이름은 어느 분이 만들었나요?

그건 김동규 작가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섬유를 만지는 사람’이란 뜻으로 Fabrikr라고 지었죠.


패브리커는 장르나 오브제의 크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르를 불문하고 작품활동을 펼치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생각하는 관점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양산품을 만들기에는 비용이나 기술적인 면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의 표현을 하나의 오브제로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기왕이면 단순히 보여주는 그림이 아닌 사람들이 앉고 이용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림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가구로 작업을 하게 됐고요. 가구가 놓여지는 곳이 공간이라 자연스럽게 설치미술로 확장되고 공간을 다루다 보니 공간의 합인 건축까지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작은 것을 다뤄본 사람이 큰 오브제나 공간도 다룰 때 큰 것만 다루던 사람이 볼 수 없는 면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한 가지 영역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더욱 폭넓은 것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이 패브리커의 지향점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활동 영역을 넓혀나갈 것입니다.





패브리커를 말할 때 '업사이클링'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습니다. 업사이클링 작품활동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업사이클링이 모든 작품의 공통점은 아니에요. 저희가 매력을 많이 느끼는 분야라 그런 뉘앙스를 지닌 작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접근을 하자는 것이 저희의 모토인데요. 버려진 것이라도 기존과 다른 시각을 더해서 새로운 가치를 갖게 하면 어떨까 생각해 다양한 업사이클링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업사이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진정한 가치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 저희의 방식인 것 같아요.


버려진 오브제나 건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때론 처음부터 모양을 만들 때 보다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패브리커만의 작업 원칙이나 방법이 있나요?

평소에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입니다. 어제 본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하거나 지금 보는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생성되는 아이디어들이 모여 작품이 됩니다. 공간을 작업할 때는 사람들이 이 공간을 이용할 때 어떤 모습으로 쓰여질지 상상하며 작업을 합니다. 남들이 보면 디자이너라 독특할 거라 생각하는데 저희 둘 다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우리가 느낀 좋은 감정을 사람들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는 표현하지 말자,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것이 저희의 작업 원칙입니다.


2인이 팀으로 활동할 때의 시너지 효과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이런 면은 최고다'하는 점이 있다면?

둘 다 사회생활을 안 한 것이 패브리커만의 색깔을 만드는데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작품전 이후 바로 패브리커를 결성했을 때 주변에서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고 작가활동 하는 것이 리스크가 크다고 말리는 사람이 많았어요. 초반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성장하다 보니 패브리커만의 자아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두 명이 같이 활동하지만 ‘패브리커’의 사회적 정체성은 하나가 된 것 같아요. 바라보는 관점도 비슷해지고요. 같이 일하면 싸우지 않느냐고 많은 분들이 물어보는데요. 싸운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는 대화를 많이 해요.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합의점을 향해 다다르더라고요. 굳이 노력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저희의 문화 같습니다.


일할 때 모습과 평소 생활할 때의 모습의 같은지 다를지 궁금합니다

저(김성조 작가)는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둘이 일할 때는 흥분도 많이 하고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수다스럽고 일을 벌이는 사람이죠. 반면 형(김동규 작가) 의견을 조율하고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타입이죠. 남들이 보기에는 둘 다 조용한 사람이지만요. (웃음)





이제 카페 어니언에 대해서 여쭤볼게요. 카페 공간 업사이클링 작업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기까지 아이디어의 흐름이 궁금합니다. 

공간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 이 곳은 완전 폐허였어요. 그 폐허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쓰레기가 엄청 많아서 인부들과 같이 쓰레기를 치우면서 작업을 같이 시작했습니다. 공장을 운영하면서 필요에 따라 가벽을 세우는 등 증축을 해서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외부에서 보이는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옥상에 올라갔는데 폐허인 상태였는데도 그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옥상은 거의 그대로 두었습니다. 세워놓은 목재를 치우니 새로운 복도가 드러나고 원래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현장에서 볼 수 있어 공사기간 동안 거의 매일 현장에 있었습니다. 



쓰레기로 가득했던 폐허 사진(위)과 패브리커의 손에서 새롭게 탄생한 카페의 모습(아래)

옥상을 그대로 두어 공간이 주는 멋스러움을 살렸다



카페 어니언 공간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중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빈 공간에 테이블을 만들 때 단순한 가구가 아닌 구조가 되는 테이블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커피나 책을 놓는 테이블이면서도 벽을 지탱해주고 공간의 뼈대 같은, 아트 퍼니쳐를 만들 때처럼 작업하고 싶었습니다. 밑에 보시면 테이블 아래 부분은 시멘트에요. 액체로 된 것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들었죠. 어떻게 보면 시간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인 작업이에요. 공간 작업 시간이 4개월이 걸렸죠. 또한 터치해서 열면 콘센트나 USB 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런 기능을 알아봤을 때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액체를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든 테이블과 곳곳에 숨겨진 콘센트 전원.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고려한 작가의 배려가 느껴진다



카페는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머무는 공간인데요. 이 공간을 직접 만든 작가님들은 카페 어니언이 방문객에게 어떤 느낌으로 와 닿기를 바라는지요?

‘일상의 환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단어기도 한데요. 항상 봐오던 것이지만 이곳에 있으면 특별해 질 수 있는, 일상의 환기를 선사하는 공간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평소에도 카페 어니언에 자주 와서 앉아 있으면서 사람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곤 하는데요. 한 손님이 서울에서 참새를 보는 것이 오랜만인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사실 우리 주변에 참새는 많지만 바쁘게 지나가기 때문에 기억을 못하는데 이 곳에서는 참새가 앉아있는 모습도 새롭게 기억될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으면 해요.



투명창과 불투명 창이 쓰임에 따라 배치된 메인 공간. 카페 어니언의 맛있는 빵과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다



카페 어니언 공간 중 작가님들이 가장 마음에 드는 스팟은 어디인가요?

커피를 만드는 메인 공간에 설치된 창이요. 메인 공간을 구성할 때 안으로 보이는 면은 투명창으로, 밖으로 난 공간은 불투명창을 넣었어요. 보여주고 싶은 부분과 보여주기 싫은 부분을 나누고자 그렇게 넣었는데 불투명창을 잘 보면 나뭇가지 그림자가 하나 길게 늘어서있는 게 보일 거에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리스타 작업 공간 뒤의 불투명 유리에 드리워진 나뭇가지의 모습이 하나의 작품 같다



메인공간 옆에 테이블 개념이 없이 바 의자만 두었는데요. 테이블 없이 바 의자를 만든 것이 이번 작업에서 새롭데 적용한 부분이라 저희에게 의미가 있어요. 고객 관점으로 보면 불편할 수도 있는 공간인데 저희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불평 없이 그 공간 자체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니 새롭더라고요. 앞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영감을 줄 것 같습니다.



메인 공간 벽면을 ‘ㄷ’자로 바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가득 차는 공간이다



두 작가님들이 최근 가장 관심 있어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동규 작가) 요즘에는 책을 많이 봐요. 전에는 재미도 없고 해서 책을 거의 안 읽었거든요. 책을 많이 보라는 말을 들어도 잘 와 닿지 않았고요. 책이란 게 어떤 사람이 살아오면서 얻은 지식을 열정을 다해 담은 것인데 그것을 집약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이에요. 자극이 많이 됩니다.



김성조 작가) 저는 드라마도 많이 봐요. 그 때 유행하는 것은 하나씩은 보는 것 같네요. TV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해 처음에는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국내외로 인정받는 '핫'한 프로젝트 그룹이 되었습니다. 미술 혹은 예술의 길을 희망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일단 말리고 싶네요. 패브리커는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사실 힘도 많이 들었고 운도 많이 따랐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 시작할 때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저희도 처음에는 반대하라 것 같아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더라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의지가 있고 해나갈 정신력이 있으면 이 길을 추천하고 싶어요.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도 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운을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노력에서 온 것 같습니다. 패브리커는 거의 7년정도 돈이 안 되는 일을 계속해왔어요. 그런 일들이 쌓여 작업을 의뢰한 분들이 패브리커를 인지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기획으로 카페 어니언이란 공간도 작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당장은 빛을 받지 못해도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지켜나갈 수 있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옥상 테라스에서 내려다보이는 카페 어니언 내부 모습



마지막으로 5년후, 혹은 10년 후 어떤 디자이너로 불리고 싶은지 말씀해주세요. 

김성조 작가) 전 분야를 잘 다루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 한국에는 전 분야를 다루는 아티스트가 많이 없거든요. 많은 전시를 했지만 아직 개인전은 안 해봐서 몇 년 안에 개인전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일하고 싶어요.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달려가는 것도 좋지만 즐겁게 일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가고자 했던 목표보다 더 많은 것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10년 후에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같이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리고 꼭 대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김동규 작가) 다른 업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기회가 많아졌는데요. 요즘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문화, 예술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입니다. 낙후되고 행복도가 떨어진 지역을 디자인이나 서비스 혹은 다른 어떤 활동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이어져 지역 사회 전체가 다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카페 어니언을 만든 패브리커의 인터뷰를 보니 카페 곳곳이 더욱 특별해 보이지 않나요? 카페 어니언이 처음 문을 열었던 가을에는 옥상 테라스도 즐길 수 있어 더욱 운치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봄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성수동 로드투어 다음 편에는 카페 어니언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어준 BRAED05 강원재 대표와 카페 어니언 이효재 바리스타의 인터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