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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성수동 로드투어] 따뜻함으로 채워진 성수동 리틀 포레스트 <우디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풀꽃처럼 오래 볼수록 아름다운 오브제를 꼽으라면 단연 ‘나무’가 아닐까요?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나무는 오랜 시간 인테리어 업계에서 사랑 받아 온 스테디셀러 소재입니다.


성수동에 모든 공간을 나무 소재로 꾸며 낸 이색적인 공간이 있습니다. 이름에서부터 나무의 느낌이 느껴지는 공간인데요. 11월 <성수동 로드투어>에서는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곳 ‘우디집’을 소개합니다.





“혹시 영화 <토이 스토리>에 등장하는 카우보이 캐릭터 ‘우디’와 관련된 곳인가요?” “아니면 ‘우리집’을 귀엽게 읽어서 만든 이름인가요?” 카페 ‘우디집’은 이름에 대한 다양한 속설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디집의 진짜 뜻은 ‘나무스러운 느낌을 압축한 공간’이라고 하는데요. 영어로는 ‘Woody Zip’으로 표기할 만큼 나무의 느낌을 한데 모아 만든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고자 기발하게 지어낸 이름입니다.





옛스러운 나무 계단을 따라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우디집’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나무 소품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빵을 굽는 냄새와 넓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빛 그리고 나무 소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금세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 우디집은 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우디집은 1964년에 지어진 한 가정집을 리모델링 하여 조성한 공간입니다.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다양한 주인을 거쳐 제약회사, 식당, 가정집 등 다양한 용도와 형태의 공간으로 사용되었는데요. 한동안 빈 곳으로 남아있던 이 공간이 우디집 대표에게는 첫 눈에 반할 만큼 매력적인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공장의 차가운 느낌과 가정집의 따뜻한 느낌이 대조되는 것이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1층에는 금속 공장이, 2층에는 가정집이, 3층에는 수제화 쇼핑몰이 자리잡고 있는 이 곳에는 성수동 특유의 주상복합 건물 특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는데요. 한 때 성수동 주민들에게는 일상적이었던 공간이 오늘날 2030 세대에게 색다른 느낌으로 재해석 되어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 (좌) 공사 전 모습 (우) 리모델링 후 모습



이 공간에 애착이 남다른 김진경 대표는 최대한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래된 주택의 틀은 그대로 두고 부분적으로만 손을 보았습니다.





특히 60여 년 전 집이 지어질 때부터 있던 천장의 목조 골자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띄었는데요. 층고를 높이기 위해 천장을 뜯다가 우연히 발견했을 때부터 ‘그대로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고수했다는 김진경 대표에게서 성수동의 오래된 명맥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신념이 느껴졌습니다.



▲ 메뉴 개발 및 제조가 이루어지는 우디집 주방 풍경



지난 6월에 정식 오픈한 우디집은 비교적 성수동에 늦게 합류한 편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 성수동에 큰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우디집의 메뉴 개발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 디저트 신메뉴 ‘모나카-앙’이 흰 접시에 소담하게 플레이팅 되어있다

뒷 줄 첫번째 음료가 시그니쳐 메뉴인 ‘우디 카페인’



“’앙버터’는 성수동을 대표하는 디저트라고 생각합니다. 앙버터의 원조 격인 어니언 뿐만 아니라 성수동을 대표하는 여러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기 메뉴죠.” 우디집은 이 점에서 착안하여 신메뉴 ‘모나카-앙’을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성수동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우디집의 정감 어린 분위기와 옛날 할머니 댁에서 맛 보았던 모나카의 조합이 꽤 잘 어울려 보입니다.


우디집에는 이 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색 있는 메뉴도 많습니다. 우디집은 F&B 메뉴에서도 나무의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나뭇잎의 초록색과, 나무 줄기인 갈색을 재구성하여 메뉴를 개발한다고 하는데요. 우디집의 시그니쳐 메뉴 중 하나인 ‘우디 카페인’은 아이스 플랫 화이트에 초록색을 띄는 피스타치오 크림을 올려 완성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피스타치오 크림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김진경 대표는 우디집 오픈 까지 9개월을 준비했습니다. 오랜 기간 카페에서 근무한 경험과 F&B 기업에서 매니저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베이킹을 직접 배우는 것부터 발품을 팔아 인테리어 소품을 구하고 구상하는 데까지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 노력이 진가를 발휘하는 듯, 우디집은 특별한 광고나 홍보 없이도 입소문 만을 통해 찾아 오는 손님들이 많은 편입니다. 다행히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하는 김진경 대표는 복잡한 골목길에 꽁꽁 숨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디집을 찾아와 주는 손님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손님 귀하게 생각하는 우디집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입니다. 우디집 한 켠에는 자유롭게 메모를 남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손님들은 이 곳에 그림도 그리고, 우디집에 궁금한 점을 적거나 다녀간 소감을 남기기도 합니다.



 손님들이 직접 남기고 간 메모 (출처: 우디집 인스타그램 @woody_zip)



영업 시간이 마무리 되면 김진경 대표는 인상적이었던 메모에 손수 답을 남기고 SNS에 포스팅 하기도 한다는데요. 크고 바쁜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사뭇 달리, 주인과 손님이 서로 소통하고 다정하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것이 우디집만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디집의 운영철학은 성수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성수동에는 아직도 인심과 정이 있어요. 우디집이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보니 주변에 동네 토박이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계세요. 저는 어르신들을 한 분 한 분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어르신들께서 먼저 ‘카페 총각’ 아니냐며 먼저 인사해주시고 알아봐 주실 때가 많아요. 간혹 저희 매장을 못 찾아서 밖에서 서성대고 있는 손님들이 있으면, 어르신들이 직접 위치를 알려주시기도 하고요.”


“매장 오픈 전, 제가 가게에서 한동안 텐트를 치고 지낸 적이 있는데 그 때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걱정 하시면서 반찬도 갖다 주시고 아들처럼 챙겨주셨어요. 공사 때문에 시끄럽고 먼지가 날려서 싫어하실 까봐 걱정했는데,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무척 감사하죠.”





이어 김진경 대표는 성수동에 자리를 잡게 된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어느 날 성수동에 우연히 놀러 와서 친구와 밥을 먹었는데 밥 값이 9천원이 나왔어요. 당연히 1인 당 9천원인 줄 알았는데, 2인 분에 9천원을 받으시더라고요. 서울에 아직도 밥값이 4천 원 대인 가게가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 식당뿐만 아니라 성수동에는 아직도 그런 식당이 많더라고요. 그 때 알았죠. 비록 성수동 일대는 물가가 오르고 조금씩 변해가지만, 이 곳에 원래 살던 분들은 전혀 물질적이지 않으신 분들이라는 걸요.”


“이런 점을 우디집 운영에도 반영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메뉴 가격이 최대 5천원대를 넘기지 말자는 것이 나름의 목표에요. 물가가 많이 오르면 원가가 부담이 될 때도 오겠지만, 최대한 현재의 운영 방식을 고수하려고 합니다.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고, 가격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진경 대표는 우디집 운영을 계획할 당시 영화 <리틀 포레스트>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단순히 목재 인테리어 컨셉 뿐만 아니라 영화 속 따뜻하고 치유되는 느낌을 우디집에도 담아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는 앞으로 우디집이 누구나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꼭 1인 1메뉴 안 시키셔도 괜찮으니, 정말 부담 없이 쉬러 오시면 좋겠어요. 손님들이 편하게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제 마음도 같이 편해집니다. 그게 카페라는 공간의 매력인 것 같아요.”





어느 덧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연말이 다가옵니다. 올 한 해도 바쁘고 치열하게 사느라 숨 돌릴 틈도 없지는 않았나요? 다가오는 12월에는 성수동의 리틀 포레스트 ‘우디집’에서 조금은 여유롭고 편안하게 휴식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성수동 로드투어 <우디집> 한 줄 평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아늑하고 따뜻한 성수동의 리틀 포레스트



대표메뉴


우디카페인 5,500원


초록(녹)차 라떼 5,500원


청포도에이드 5,500원


모나카-앙 3,500원


크림 브륄레 4,000원


운영시간 매일 12:00~21:00, 매주 월요일 휴무

연락처 010-3917-0456

공식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woody_z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