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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식

[Start, New Sindoh] Architecture① 신도리코 서울본사/아산사업장 건축에 담긴 스토리

창립 6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Start, New Sindoh]! 지난 1, 2월에는 신도리코의 국내외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업무와 사업장이 가진 의미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요. 3월과 4월에는 국내외 사업장의 멋진 건축물에 초점을 맞춰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먼저 국내 사업장부터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서울본사

 

▲ 서울본사 R&D동

 

창조적 사유의 공간

 

서울본사가 50년째 둥지를 틀고 있는 성수동은 최근 몇 년 사이 떠오른 서울의 핫플레이스 중 하나입니다. 오래된 주택가와 공장, 좁은 도로와 고가를 달리는 전철, 길게 솟은 현대식 고층 빌딩, 골목을 파고든 이색 카페와 그 공간을 즐기는 분방한 청춘이 뒤섞여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이곳은 신도타운이라 불러도 손색없죠.

 

건축학 측면에서의 신도리코 대변혁은 1999년 시작됐습니다. 리모델링이라고 시작했지만 거의 신축에 가까운 변화였죠. IMF 외환위기 당시 본사 리노베이션을 결정한 신도리코는 “사람, 부품, 제품의 동선을 최적화하되 생산과 사무, 물류, 문화, 휴식, 스포츠를 조화롭게 엮은 새로운 개념의 건축물”을 구상했는데요. 설계를 맡은 민현식 교수는 인간 중심의 건축, 첨단화된 생산라인 건축물로 그 해답을 내놓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서울본사 설계도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공간인 직장에 감성적인 예술과 자연으로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그리고 즐겁고 편한 일터를 만들고자 무관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공간까지 신경을 썼다. 선큰가든, 옥상정원 등의 녹지공간이 대표적이며 연구소와 맞대면하는 경계에 다섯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어 한 무더기의 녹지로 보이게 했다. 사무실 사이에 끼어있는 작은 녹지공간에는 천정을 만들지 않아 태양광이 들어오고, 바람이 불고, 비도 오는 자연을 실내에서 보도록 배려했다. 큰 복도를 더 넓혀 갤러리로 꾸몄다.”

 

높은 층고와 신토석 벽돌, 태양빛이 비치는 정원과 반사되는 구내식당, 건물을 잇는 구름다리, 문화공간과 넓은 광장까지 새롭게 태어난 서울본사는 이전에 없던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에너지를 분출했고 이러한 공간의 변화는 기업의 문화까지 바꿨는데요. 공간이 주는 에너지로 활기가 넘쳤으며 창조성이 가미된 능률 향상이 돋보였고 대화와 사색의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업무와 문화가 일상에 공존하게 된 것이죠.

 

▲ 서울본사 C&F동

 

건축, 공간의 가치

 

공간의 사전적 의미는 ‘비어 있는 곳’ 이지만 인간의 손길이 가해진 건축을 통해 공간은 새롭게 태어나기 마련입니다. 신도리코는 쉬고, 먹고, 잠자고, 놀고, 만들고, 걷고, 숨 쉬는 등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공간’의 생산성과 창조성에 주목했는데요. 이는 민현식 교수의 건축철학과 맥을 같이했습니다.

 

“공간의 가치는 효율성과 창조성을 극대화한 건축에서 비롯된다. 서울본사는 그러한 기능에 주목해 신선한 자극을 곳곳에 심고 공간의 개선을 통해 일상의 가치를 높이고자 기존 건물을 보존・철거・증축・개축해 합리적 생산라인을 재구축했다. 그리고 창고・임원사무실・회의실・식당과 체육관을 포함한 복지시설 등의 획기적인 개선이 요구되었으며 길 건너 연구소 부지를 포함해 이전 서울본사 공장 조직을 재조정・통합했다”

 

▲ 서울본사 C&F동

 

신도 건축물은 외장재가 주는 질감부터 신선합니다. 이전 서울본사 건축물은 콘크리트로 견고하지만 완고한 분위기를 자아낸 반면 지금의 서울본사는 온화한 신토석 벽돌과 적절하게 설치된 통유리로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과거 공장이나 창고로 사용한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창문이 없는 고유의 모습을 일정 부분 유지하되 오렌지 빛 벽돌로 산뜻한 느낌을 살렸죠. 햇빛은 유리 창문을 투과하는 것이 아니라 벽에 반사되고 산란하며 새로운 색을 창조하도록 했고 외벽에서 이어지는 난간계단은 층과 층 사이 닫힌 문을 연결하며 단조롭지만 깊이 있는 골목이 되어 줍니다.

 

또한 3D프린터 전시장과 교육장을 연결하는 내부의 철제계단을 그대로 드러냈고 한 켠의 감춰진 정원 방향에는 오래된 이야기를 간직한 역사 패널을 세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내부에서 벗어나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다양한 광장이 있는데요. 만남과 교차가 있고 하나의 테두리로 연결되는 접점의 공간이기에 광장이라는 느낌보다는 여러 마당이 어깨를 맞대며 각 건축물과의 동선을 만들고 교감하는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건축가는 아래와 같이 설계 의도를 밝혔습니다.

 

“비어 있는 마당이라기보다는 화려한 바닥 디자인으로 항상 활기 가득한 대형의 광장 또는 디미트리 피키오니스식으로 포장된 넓은 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파리 퐁피두센터의 경사진 광장에 면한 직선의 에스컬레이터를 패러디한 직선계단은 이 광장을 둘러싼 모든 층의 방들과 광장과의 관계를 맺기 위함이며, 이곳에서 벌어질 이벤트를 더 공간적으로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연구소 앞의 작은 마당과 본사동의 큰 마당 사이에는 도로가 가로지르고 그 길은 마당으로 편입되어 신도타운의 다른 갈래로 뻗어갑니다. 이 갈래들은 길인 동시에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또다른 장이 되는데요. 이처럼 본사 건물 사이사이에 난 길과 공간은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4층 본관동과 9층 사무동, 리프레쉬센터, 연구동 등 4개의 건물은 공간의 변주 속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죠.

 

▲ 서울본사 신도문화공간

 

기업의 경쟁력은 문화

 

서울본사 담장을 녹음으로 뒤덮는 담쟁이 넝쿨, 건물과 건물의 경계를 부드럽게 나누는 줄 지어 선 느티나무, 바람의 결을 거스르지 않고 긴 몸체를 뒤채는 대나무, 생명의 기운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인 옥상정원의 조경수가 자연을 벗삼는 쉼표라면 ‘신도문화공간’으로 불리는 갤러리는 인간의 영감이 빚어낸 예술품으로 일상에 여유를 줍니다.

 

“문화를 가장 자연스레 향유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일상 안에 깊숙이 들어와야 한다. 사무실과 회의실 사이에 있어야 할 폭 3m 정도의 복도를 조금 넓혀 6m로 하고 천정고를 조금 더 높이고 톱 라이트를 두어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구태여 찾아가야 하는 예술이 아니라 업무공간 속에 깊이 들어와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예술이다.”

 

신도문화공간의 가장 큰 특별함은 동떨어진 장소가 아니라 직원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복도에 배치해 훌륭한 미술작품에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을 선사하는데요. 예술의 향유가 일상의 행위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일상과 일에 지친 직원에게는 커다란 축복입니다.

 

▲ 좌측부터 전수천, 김창열, 박서보 作

 

신도문화공간은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명소로 탈바꿈했습니다. 1999년 7월 개관 이래 2020년 7월 현재까지 총 95회째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데 계절이 바뀌거나 일상이 단조로울 때마다 끊임없이 공급되는 예술작품의 신선한 자극은 창의력의 발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도리코는 2011년부터 작가지원 프로그램 SINAP(Sindoh Artist Support Program)을 통해 신도문화공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SINAP을 통해 매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작가 세 팀을 선정해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문화공간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죠. 이 모든 활동에는 경영진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문화에서 나온다. 문화에 대한 투자는 미래에 대한 선행 투자이고, 기업과 문화예술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문화에서 얻어지는 문화적 부가가치에 대한 시너지를 본받아야 한다”

 

아산사업장

 

▲ 아산사업장 외관

 

태양을 품은 공간

 

아산사업장은 드넓은 부지에 여백을 둔 건물의 배치가 돋보이는데요. 이는 마치 잘 가꿔진 대학캠퍼스를 연상시킵니다. 건물만 100,000m^2에 이르는 대규모 시설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아산사업장은 긴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세월의 산물입니다. 인간이 빚어낸 건축물도 시차를 두고 지어진 것이지만 나무와 풀과 꽃은 자연이라는 장인이 만들어낸 것이죠.

 

큰 주사위 두 개를 엇갈려 포갠 듯한 정문 고객안내실의 건축적 실험은 시작부터 기대감을 증폭시키지만 정문에서 공장까지 수령 40년에 이르는 벚나무가 늘어선 길은 익숙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부여합니다. 길은 반듯하게 이어지다가도 꺾이면서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요. 그 길을 통해 연결된 공장과 본관동 교육센터 등은 지형상의 악조건을 극복한 결과물입니다. 생산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비탈지고 휘어진 지형은 악조건이지만 신도리코와 설계자 기오헌 측은 깊은 대화를 통해 상상력을 높여갔습니다.

 

“아산공장 대지는 공장으로서의 지형조건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비교적 급경사의 낮은 구릉과 계곡을 절토하거나 성토하여 대지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건축 대지들은 서로 10m 내외의 심한 높이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어쩔 수 없이 급한 벽면과 옹벽을 구축해 각각의 건물은 급경사의 도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지형상의 악조건은 이미 땅 자체가 3차원의 건축공간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매력적이기도 하며 훌륭한 조망으로 보상되기도 하고 또한 지표층과 만나는 둘 이상의 층을 가지게 되는 반사 이익도 있다.”

 

여기에 인공 연못과 폭포라는 거대한 소품을 배치해 자연의 조화도 완성했습니다. 건물 곳곳과 사이사이에 파격적으로 비움의 공간을 배치한 것도 특징인데요. 건물 사이에 널찍한 마당을 두었고 실내에는 조각품이 공간의 기능을 외면한 채 설치돼 있습니다. 공장의 중심에는 야생 갈대숲에 오리가 노니는 연못을 들이며 그렇게 아산사업장은 공장이라는 선입견을 극복했습니다.

 

▲ 아산사업장 본관동

 

자연과 예술의 콜라보

 

아산사업장은 태생이 공장입니다. 1985년 직원연수원, 2000년 역사관, 그리고 2006년 신축 연수원, 2012년 신규 역사관을 잇따라 지으며 기능을 추가했지만 본 역할은 생산기지이죠. 따라서 아산사업장에는 신도리코의 사무기기 부품과 제품, 소모품을 만드는 여러 개의 공간이 들어서 있습니다. 공장이라는 특성을 살려 효율적인 작업 공간과 최적화된 동선에 기반하면서도 작은 휴식처와 문화공간이 작업장 곳곳에 놓여 있어 공장 외부는 더욱 적극적입니다.

 

문을 나서면 반기는 청명한 공기와 나무와 풀의 흔들림, 숲에서 밀려오는 향기는 업무의 하중을 덜어내죠. 특히 1996년 완공된 본관동의 유선형 외관이 인상적인데요. 해의 기울기에 따라 큰 창이 시시각각 다른 빛깔을 뿜어냅니다. 본관동의 입구는 2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설치돼 청량감 넘치는 기운을 발산하고 나아가 노천카페는 자유로움과 여유를 제공합니다.

 

본관 계단의 필로티 벽면에는 장미연 작가의 설치 작품인 ‘안식처’를 통해 편안함을 줍니다. 4층 대회의실 테라스에는 네덜란드 설치예술가 프레일겐의 모빌 ‘천국에 이르는 일곱계단’이 허공에 뻗어 있고 본관 이곳저곳 걸린 회화는 갤러리를 방불케 합니다. 공장 복도와 작업실 곳곳에는 설치미술품이 의외성을 시험하듯 내걸려 있고 실외에도 각종 조각과 설치작품이 정갈하게 배치돼 있죠. 2001년 지어진 신조립동은 아산사업장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우뚝한데요. 민현식 교수는 신조립동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아산공장 신조립동의 주된 기능은 공장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행복을 고려해 체육관, 야외극, 갤러리 등을 배치했다. 더불어 과거 서울공장 증축동처럼 천정이 열린 중정과 곳곳에 커다란 창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는 시원한 시야를 선사하고자 했다. 문화적인 기능과 더불어, 지형을 극복하고 동선에 주의를 많이 기울여 생산적인 기능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았다. 생산적 기능과 문화적 기능이 한데 잘 혼합된 건축물이다.”

 

신도리코는 이후 신조립동에 역사박물관을 증축하면서 신도의 지난 성장사를 볼 수 있는 사료와 생산제품 전시, New CI 개발의 과정 등을 보존·전시하고 있습니다.

 

▲ 아산사업장 입구

 

벚꽃 피는 봄날

 

아산사업장은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남다른 운치를 지니고 있지만 벚나무에 벚꽃이 만개한 초봄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봄날에는 아산사업장의 아름다운 풍경을 신도리코 임직원과 가족들에게 공유하기도 하죠. 수백 그루의 아름다운 벚나무는 1983년 아산공장을 처음 지을 때 심은 수종으로 주말이면 서울본사는 물론 전국에 흩어진 직원들이 모여 거친 땅에 묘목을 심었습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아 거친 길 양편에 심은 엄지손가락 두께의 벚나무는 이제 두 팔을 뻗어 품에 안을 만큼 묵직하게 자랐죠. 아산사업장은 과거 1980년대 경제성장기 신도의 사세 확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량을 소화하고 미래 성장에 지지대가 될 아산공장은 신도리코에겐 ‘꿈’이었습니다. 아산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은 지대했고 외연을 갖춰가는 모습에 직원들도 설렜습니다. 벚나무는 설레는 마음을 다독여주는 화사한 동반자와 같은 존재였죠.

 

 

인간의 건축이 아무리 위대해도 자연 앞에서는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의 바탕 위에서 아산사업장의 예술적 성취는 공간 전체를 하나의 캔버스로 담고 있는데요. 작은 산책로, 연못 주변의 벤치, 산과 맞닿은 곳의 나무 그늘 하나, 바람에 날려온 이름 모를 들꽃까지 아산사업장을 이루는 모든 존재들은 각각의 의미를 지니고 있고 아산은 건축과 자연의 조화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신도리코 서울본사와 아산사업장의 건축물에 담긴 의미를 알아봤습니다. ‘공간’에 초점에 맞췄던 지난 시간과는 또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두 장소 모두 단지 업무를 위한 건축이 아닌 자연과 문화가 복합적으로 녹아 들어있는 건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건축에 대한 세심한 고찰이 지금의 신도리코를 만들어준 기반이 되었겠죠? 다음시간에는 해외 사업장의 건축물에 담겨있는 재밌는 스토리로 돌아오겠습니다.